산토리니, 참 아름다운 섬입니다.
무엇보다 이아 마을의 이 독특한 풍광. 참 놀랍지요? 보통의 마을이 수평으로 이어진다면, 산토리니의 마을은 절벽에 기대어 수직으로 이어집니다. 그게 독특한 점이지요. 산토리니는 어쩌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걸까요?
성공을 논하려면, 이 섬이 겪은 거대한 재앙을 알아야 합니다. 기원전 1500년 경에 거대한 화산 폭발로 섬의 절반이 날아가요.
숙소에서 받은 산토리니 지도인데요. 가운데 분화구를 중심으로 생성된 칼데라 지형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저 가운데 볼록 솟은 화산 분화구를 찾아가는 보트 투어를 했어요.
사람들이 줄을 지어 분화구를 오릅니다.
사람들을 따라서...
정상에 가면 이런 분화구가 보이지요. 기원전 1500년까지만 해도 이 섬에서 선사시대 문명을 꽃피우웠어요. 갑작스런 화산폭발로 마을이 바다 아래 잠깁니다.
산토리니의 아틀란티스 호텔. 바다속으로 사라진 전설 속의 아틀란티스 문명이 여기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섬에 꽃핀 문명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해볼게요.
섬을 걷다 보면 이런 풍광이 보여요.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가 몇미터씩 지표면에 쌓였고요.
화산재가 오랜 시간 굳어져 지표면을 이루었는데, 부드러운 재로 된 지층이라 사람이 손이나 도구로 파내면 구멍을 내기 쉬워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동굴을 파고 살았어요.
2018년에 갔던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본 동굴집과 원리가 같아요. 몇미터씩 쌓여서 굳어진 화산재를 파내어 주거지로 만듭니다.
카파도키아의 요정의 굴뚝도 그렇고,
산토리니도 그렇고, 다 화산 폭발이라는 재앙이 남긴 독특한 풍광입니다.
노면에 드러난 지층을 살펴보면 화산이 폭발할 때, 여러차례에 걸쳐 다른 흔적을 남긴 걸 알 수 있어요. 화산재 위로 까만 돌들이 다시 한번 분출되었고요, 그 후에 다시 화산재가 쌓였어요.
가장 최근에 또 화산 활동이 일어납니다. 1950년의 네아 카메니 화산 활동. 놀란 산토리니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달아납니다. 1970년대 화산이 다시 휴면기에 들어가요. 주민들이 돌아오고 버려진 집들을 한꺼번에 리모델링을 하면서 하얗고 파란 색으로 지붕과 벽의 도색을 통일합니다.
이 작은 화산섬은 어쩌다 세계인들이 몰려드는 관광명소가 되었을까요?
성공에는 일정 정도 행운이 따라야 합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가지 차원에서.
먼저 공간. 부동산은 입지가 중요합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1970년대 이후 유럽은 경제 부흥을 이룹니다. 사람들이 돈을 벌고 나면 놀 생각을 하지요. 지중해 크루즈 여행은 유럽 사람들의 로망이에요. 유럽 문명의 근원을 찾아볼 수 있는 아테네와 크레타섬은 마침 크루즈를 타고 돌아보기 딱 좋은 코스입니다. 크루즈선을 띄울 때 중간에 쉬어가는 항구가 필요하지요.
산토리니의 지도를 다시 한 번 보시지요. 유람선을 위한 천연 요새에요. 사방이 섬으로 둘러쌓인 곳. 크루즈가 쉬어가기 딱 좋지요. 게다가 제주도처럼 화산섬의 독특한 지형이 눈길을 끌고요.
크루즈선에서 내린 부자 손님들을 맞이하려고 예쁜 식당과 카페들이 생겨나요.
부자들이 찾기 시작하면, 유행은 곧 대중으로 퍼지죠. '뭐? 크루즈를 타고 에게해를 여행하다 산토리니라는 곳에 갔다고? 그럼 굳이 크루즈를 타지 않고 자유여행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섬에서 숙박하려는 여행자들이 몰려오고, 마침 화산 활동으로 주민들이 버리고 간 절벽의 집들이 많은데, 다 오션뷰에요. 그 집들을 숙소로 개조합니다.
그러다 빵! SNS의 시대가 도래했어요.
한눈에 딱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풍광 덕에, 온라인 관계망에 셀카를 찍어 올리면..
"야, 너, 산토리니 갔구나!" 하고 반응이 딱 오죠.
에게 해의 가운데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셀카를 찍어 온라인 관계망에 공유하는 시대적 유행이 딱 맞물려떨어진 거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고난 극복 스토리 아닐까요? 좀비물이건, 공포물이건, 외계인의 침공이건, 항상 거대한 재난이 닥쳐옵니다.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그런 재앙을 견디고 버티다보면, 운 좋게 성공이라는 행운도 찾아옵니다. 산토리니의 저 독특한 풍광은 화산 폭발이 아니었으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고난이나 시련이 찾아올 때마다, 소망합니다.
언젠가 이 시련이 고난 극복 서사의 밑거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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