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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영화 <한산>과 <헌트> 솔직 감상문

by 김민식pd 2022. 8. 22.

어느날 페이스북에 이런 글이 올라왔어요.

'영화 <한산>, 끝에 가서는 이순신이 이긴다. 왜군들은 모조리 수장된다.'

아니 이런 스포일러를! ㅋㅋㅋㅋㅋ

네, 이건 스포일러가 아니지요. 한산대첩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그린 영화니까요. 우리가 다 아는 내용이잖아요. 문득 이 영화에 대해선 스포일러 걱정없이 마음 편히 리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한산> 재미있어요. 

전작인 <명량>보다 저는 더 좋았어요. <명량>은 약간 감정 과다라 느껴지는 장면이 많아 보면서 오글거리기도 했는데요. 이번 영화는 그렇지 않아요. 무엇보다 스토리가 탄탄해 2시간 내내 몰입하며 봤어요.

명량 해전은요. 이순신 혼자 고군분투하는 싸움이에요. 이순신이 조정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백의종군하는 동안 원균이 이끌던 조선 수군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하고 맙니다.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고 했지만, 이들 배는 괴멸당할 위기에서 근근히 도망쳐 나온 배예요. 명량 앞바다에 300척이 넘는 일본 전선이 몰려오는데요. 우물쭈물 겁이 나서 장수들이 몸을 사립니다. 이순신이 지휘하는 장군선 한 척이 적진에 들어가 100척이 넘는 상대를 좌충우돌하면서 싸우는 이야기가 명량해전이에요. 영화도 이를 충실하게 묘사하기에 극적이지요.

한산도 대첩은 좀 다릅니다. 이순신 장군의 3대 전투 중 가장 먼저 치른 싸움이고요. 임진왜란 초기에 일어난 전투로, 조선 55척, 일본 73척으로 비슷한 전력으로 싸웠습니다. 다만 기세가 달랐지요. 일본은 조선을 침공한 후 파죽지세로 한양을 점령했고 임금은 앗 뜨거라, 하고 국경 지역까지 도망을 간 상황. 일본의 예봉을 꺾기 위해서는 한 번의 승리가 절실했는데요. 그걸 이순신 장군이 해냅니다. 다만 혼자서 해낸 건 아니고요. 여러 군관들과 세작(첩자), 노꾼들의 힘이 합쳐져 승리를 거두게 되지요. 즉 명량에서 이순신의 개인기가 돋보였다면, 한산에서는 이름없는 민초들의 협업이 빛납니다. 

처음 포스터를 보고 '박해일이 이순신이라고?' 하고 살짝 의아했어요. 박해일은 장군보다는 선비같은 스타일이잖아요. 이순신은 최민식처럼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배우가 하는 게 어울리지 않나? 했는데요. 영화를 본 후, 느꼈어요. 캐스팅이 신의 한 수로구나! 박해일 배우, 정말 잘 어울립니다. <명량>에서 최민식이 백병전을 하고 칼을 휘두른다면, <한산>에서 박해일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전쟁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까? 마지막 대사에서 저는 전율을 했어요. (극장에서 확인하시어요. ^^)

이순신은 난중일기를 썼어요. 즉 이 분은 전쟁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글을 쓰고 고민을 한 선비풍 무관이었어요. 박해일은 이순신의 선비로서의 느낌을 잘 살려냅니다.

영화 끝나고 감독 김한민이라고 떴을 때, 열렬하게 박수를 쳤어요. 전쟁 영화, 그것도 촬영이 까다로운 해전을 이렇게 깔끔하게 연출할 수 있다니, 감독의 연출력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3번째 영화, <노량>의 개봉 소식을 기다립니다. 아마 마지막엔 울면서 보겠지요. 노량해전...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 결말... ㅠㅠ

김한민 감독이 만든 <최종병기 활>에서 박해일은 선비이자 활의 대가로 나옵니다. 액션 배우로서 박해일을 이때 눈여겨 보신게 아닐까... 그 영화에서 악당은 류승룡이었지요. 류승룡은 <명량>에서도 인상적인 악역을 펼쳐보이지요. 감독의 전작에 나온 배우들이 어떻게 인연이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한산> 본 후, <명량>과 <최종병기 활>을 왓챠에서 다시 보고 있어요. 

영화 <헌트>도 정말 재미나게 봤어요. 다만 이 영화에 대해서는 소개를 조심하려고요. 자칫 스포일러가 되기 쉽거든요.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 그냥 잘 생긴 두 남자가 총싸움하는 영화라 생각하고 갔다가 멍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시나리오가 정말 예술입니다. 반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관객의 멱살을 붙잡고 2시간 내내 달리는 것 같은 영화예요.

정우성 배우님... 왜 이렇게 멋있는 겁니까? 남자 주인공을 보고 주책없이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혼났어요. <헌트>를 본 후, 한동안 집에 와서 거울을 보는 일은 삼가하고 있어요. ^^

이 영화는 신인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배우 이정재님이 연출을 했는데요. 정말 잘 만들었어요. 칸 영화제 갈 만한 작품이었네요. 연기 잘하는 미남 배우가 연출도 잘 하는 건 반칙 아닙니꽈!

<헌트> 소개는 가급적 짧게... 내용은 극장에서 확인하세요.

 

<한산>이 예상대로 명작이라면,

<헌트>는 의외의 걸작입니다.

두 편 다, 강추!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봐야할 영화들이에요. 스마트폰으로 즐기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

여름의 막바지, 극장에서 시원하게 보내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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