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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톰 크루즈의 안목을 칭찬해

by 김민식pd 2023. 4. 12.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 <야망의 함정>을 다시 봤습니다.

저는 1991년에 나온 원작 소설을 참 좋아했어요. 영어 공부 삼아 원서로 읽었는데요. 흥미진진해서 손에 땀을 쥐고 읽었지요.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원서로 읽으면 영어 공부하는 건지, 그냥 독서를 즐기는 건지 구분이 안 가서 참 좋아요.

변호사 출신 작가인 존 그리샴이 묘사한 법과 탈법의 세계. 미치 맥디어는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다양한 로펌에서 러브콜을 받는데요. 엄청나게 높은 연봉을 제시한 멤피스의 한 법무법인에 합류합니다. 벤츠도 주고 집도 얻어주고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회사. 그런데 그 회사, 웬지 좀 수상합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살아서 그 회사를 퇴사한 직원이 없다고요. 회사를 나가려던 이들은 다 의문의 사고로 죽어요.

영어 소설의 원제는 The Firm 그냥 말 그대로 회사인데요. 실은 시카고 마피아가 운영하는 곳이에요. 마피아들의 더러운 거래를 합법적으로 꾸며주고 마약이나 도박 자금을 세탁하는 용도로 세법 지식이 해박한 변호사들을 동원하는 거죠. 

한국에 이 소설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출판사에서는 제목을 두고 고심했나봐요. <The Firm - 회사> 라고 하기엔 스릴러물로써 조금 심심하잖아요? 파격적인 제목을 걸죠.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줄 알았더니 마피아의 꼬붕이 되었어요. 감옥이냐, 무덤이냐, 양자택일을 해야 할 풋내기 젊은 변호사가 달아나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요?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곳입니다. 그래서 젊은 변호사와 그부인은 모두가 꿈꾸는 제주도 한달살기 같은 꿈을 남은 평생 영위할 수 있을까요?


소설이 히트친 후, 영화가 나왔어요. 국내 배급사도 고민을 합니다. 원제 그대로 '회사'는 아니고, 그렇다고 국내 소개된 원작의 제목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는 너무 시적이고... 마케팅 전문가들이 머리를 쥐어짰나 봐요. 충무로 다운 제목을 들고 나옵니다. 그게 <야망의 함정>이에요.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야심만만한 변호사가 야망을 좇다 어둠의 세계에 빠져드는 이야기니까요.



보면서 20대 젊은 시절, 풋풋한 톰 크루즈의 열연을 볼 수 있어 좋고요.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진 해크먼, 진 트리플혼, 에드 해리스, 게리 부시, 등 다 쟁쟁한 인물들이라 연기를 보는 맛이 있어요. <탑건>을 보며 느꼈지만, 톰 크루즈는 좋은 대본, 좋은 감독을 보는 안목이 있어요. 

젊은 배우가 때이른 성공을 맛본 후, 내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뜨게 되어있어! 라는 생각에 꽂히면... 대중과 괴리가 있는 이상한 작품에 꽂혀버려요. 이상한 대본을 연출하려는 감독은 없으니 결국 자신의 지인을 감독으로 꽂아넣지요. 그러다 망작이 나오는데요. 그런 점에서 톰 크루즈는 믿고 보는 배우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고르게 좋은 작품을 골라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가 대본이나 감독을 고르는 기준이 무엇일까?

 

제 생각에는요. 그게 겸손함이 아닐까 싶어요. 대본이 마음에 들 때, 혼자 읽고 마는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돌려보는 거죠. 주위의 평도 다 좋으면 믿을만한 기획이에요. 이상한 대본도 있을 거예요. 그런 데 꽂혔을 때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중요한 건 누군가 말릴 때 고집을 부리느냐, 귀를 기울이느냐의 차이랍니다. 고집을 부리면, 다음부터는 안 말리거든요. 괜히 말렸다가 나중에 원망만 사기 쉬워요. 그런 사람에게는... 

제가 그릇된 길을 갈 때, 나를 말려줄 친구들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겸손함을 지니는 것, 그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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