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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내 삶을 규정하는 단어를 찾아서

by 김민식pd 2022. 5. 23.

'겐샤이'라는 말이 있어요. 고대 힌디어로, 누군가를 대할 때 그가 스스로를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끼도록 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랍니다.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 내가 만나는 고객을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대상으로만 느낀다면, 그는 나를 돈벌이를 위해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기꾼으로 볼 겁니다. 20대에 외판 사원으로 일할 때, 고객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를 고민했어요. 나는 물건을 팔러 온 게 아니라, 그를 도와주기 위해 온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일반적인 영업 사원은 자동차 열쇠에 트렁크 문을 여는 기능이 더해진 자동차라고 설명하지만, 영업 전문가는 당신이 양손에 식료품을 잔뜩 들고서 자동차에 타려고 할 때 트렁크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기 때문에 물건을 땅에 내려놓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겐샤이> (케빈 홀 / 민주하 / 연금술사)라는 책 176쪽에 나오는 글입니다. 이 책은 부제가 '가슴 뛰는 삶을 위한 단어 수업'인데요. '나마스테' '겸손' '공감' 등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고, 그 말이 주는 울림을 고민하는 책입니다. 

카리브 해의 어느 레스토랑 주인은 테이블에 비치해둔 유리병 안 설탕이 습기 때문에 자꾸 딱딱해지는 게 싫었어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포장된 설탕을 주문했지요. 손님들이 커피나 차에 넣기 전에 직접 뜯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주문한 설탕 팩이 도착하자 그는 직원에게 지시합니다. '설탕 통에서 오래된 설탕을 꺼내어 버리고, 통들을 깨끗이 씻은 다음 새 설탕으로 교체할 것' 그런 다음 자리를 비웁니다.

사장이 가고 난 후, 직원들은 지시받은 대로 개별 포장된 설탕을 뜯어서 새로 씻어 놓은 설탕 통에 집어넣는 작업을 충실하게 수행했어요. 의아해하며 서로에게 물었죠. 

"도대체 사장님은 왜 이렇게 하는 거야?"

잘못된 의사소통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지시를 내린 쪽일까요, 받은 쪽일까요? 둘 다입니다. 

'의사소통의 문제는 의사가 전달되었다고 믿는 환상이다.' 

지시를 내리는 쪽은 왜 그런 일을 해야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했고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직접 물어야 했어요. "왜 이렇게 하는 거죠?" 이유를 모르고 그냥 하는 건 노예의 일이지요. 일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옛 헝가리에는 '코치Kocs'라는 마을이 있었는데요. 덜컹거리는 길을 편안하게 가라고 받침 스프링이 있는 마차를 처음으로 개발한 마을이에요. 사람들은 획기적으로 편안해진 그 사륜마차를 그 마차를 설계한 마을의 이름을 따서 '코치 coach'라고 불렀어요. 코치란 중요한 사람들을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물건 또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었지요. 신인 운동 선수를 스타로 키워내는 것도 코치이듯. 

'여러 문화와 언어권에서 '코치'는 다양한 이름과 명칭들로 알려져 있다.

일본어로 '센세이'(선생)는 '길을 앞서 간 사람'이라는 뜻이다. 

산스크리트어로 '구루guru'는 '위대한 지식과 지혜를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구gu'는 '어둠'을 의미하고 '루ru'는 '빛'을 뜻한다. 구루는 누군가를 어둠으로부터 빛으로 데려가는 사람이다. 

영어로 '가이드'는 '길을 알고 보여 주는 사람'이다. 더 좋은 길을 보고 알아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스어로 '멘토'는 '지혜롭고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를 뜻한다.

이 단어들은 모두 똑같은 역할을 의미한다. '먼저 가서 길을 보여 주는 사람'이다. 코치들은 여행길에 있는 급커브, 움푹 파인 곳, 위험한 곳, 함정들을 알려 준다. 그들은 우리를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면서 막다른 길이나 불필요한 우회길을 피해 간다. 지도하거나 가르치거나 보여 주거나 안내하거나 멘토 역할을 하거나에 관계없이 그들은 모두 코치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우리의 길과 목적지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193쪽)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다 여기에 있네요. 일본어를 공부할 때는 센세이가 필요하고요. 여행을 다닐 때는 가이드의 도움을 구하고요. 책을 통해 구루나 멘토에게 가르침을 얻습니다. 

책이나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을 여러분과 나누며 사는 삶을 꿈꿉니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길을 보여주는 사람' 코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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