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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빚을 얼마나 져야할까?

by 김민식pd 2022. 1. 10.

자본주의 경제는 빚을 토대로 굴러갑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직장인은 드뭅니다.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면 입사 후 5년만에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지요. 갑자기 실직 상태에 빠지면 빚을 내어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하고요. 큰 병에 걸려 수술비가 필요할 때, 대출금은 생명을 구하는 은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빌린 빚을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빚을 통해 얻었던 혜택이 사라집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신용대출 뿐 아니라 신용카드 등 금융 서비스가 순식간에 사라지죠.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개인은 순식간에 한계 계층으로 추락해 파멸할 수도 있어요. 빚은 남용하면 반드시 대가가 돌아오는 중독성 높은 '향정신성의약품' 같은 존재다. 그러니, 조심해서 써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있습니다.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 위기> (서영수 / 에이지21)

2021년 한 해 동안 '영끌'과 '빚투'가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어 투자하는 일. 코로나가 터지자 모든 나라는 경기부양책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요. 이는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실물 경기는 좋아지지 않는데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른 거죠. 미친듯이 오르는 집값과 주식을 보며, 뒤늦게 뛰어든 이들은 빚을 동원했어요. 그 결과, 한국의 가계 부채는 엄청나게 늘었어요.

저자는 2019년에 낸 <대한민국 가계부채 보고서>라는 책을 통해 한국의 가계부채는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어요. 정부의 공식 통계에 빠진 숫자가 있는데요. 바로 514조원에 달하는 개인사업자대출과 864조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채무입니다. 서울에서 주택을 구매할 때 사용하는 임대보증금채무는 주택 구입 자금 조달에 있어 52%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부채인데 정작 정부의 공식 가계부채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가계부채 규모는 얼마나 될까? 누락된 개인사업자대출과 임대보증금 채무를 반영할 경우 2021년 3월 말 기준 전체 가계부채는 GDP의 162%인 3,170조원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전체 가계부채 규모는 추정치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은행 전세자금대출이 최근 5년간 275%나 증가했고, 정확히 산출하기 어려운 은행과 비은행의 가계성 법인대출 또한 상당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30쪽) 

가계부채 위험 분석을 해보면, 부채의 규모나 증가율에 있어 한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위험한 상태입니다. 결국 빚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건데요. 빚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빚을 내어 집을 사라고 부추겨온 역대 정부의 '부채 주도 성장 정책' 때문입니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공급 확대 아니면 수요 억제 정책입니다.

'정부가 재정으로 국민에게 집을 무료로 제공해줄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구매 능력이 없는 무주택자는 과도한 빚으로 집을 사야 한다. 결국 정부는 국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를 낮췄고, 대출 만기를 늘려주는 정책을 취했다. 따라서 대출이 늘어났고, 늘어난 유동성은 또 다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계부채 위험이 높고 집값이 제일 많이 오른 나라가 되었다. 이 방안이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일관되게 해온 '부채 주도 성장 정책'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반면에 수요 억제 정책은 빚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고, 과소비를 억제하는 '구조조정 정책'입니다. 모두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집값 하락을 바란다면 투기성 대출과 소비성 대출을 줄여야 하지만, 내 집의 가격이 하락하고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부동산 의존도가 높아 수요 억제는 자칫 투자, 소비, 고용을 위축시키고 금융 부실화 위험까지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개인이 빚을 남용할 경우 인생을 파멸로 몰아가듯이 정부에게 빚은 남용해서는 안 될 중독성 약물과 같은 존재다. 정부가 과도하게 돈을 푸는 방식으로만 경기를 부양하면 결국 늘어난 민간 부채는 정부 부채로 바뀌고, 결국 PIIGS 국가(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를 겪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와 같이 파산 사태에 직면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한국 정부 역시 막대한 대출로 집을 사게 만들어 주택 소유자를 행복하게 했고, 전세자금대출을 누구에게나 공급해 무주택자에게도 능력 대비 좋은 집에 살 수 있도록 했다. 낮은 소득 증가율을 생각하면 모든 게 대출의 덕이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고 대출 공급이 줄어들면 모두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화려한 파티는 빚에 의한 것이고, 그 비용은 머지않아 지불해야 할 돈일 뿐이다.'
(165쪽)

필자는 역사상 유례없는 집값 상승의 근본적 배경을 경기부양에 맞춘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찾습니다. 단기간에 경기부양을 요구하는 순간 경제 관료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부동산 부양책과 같은 부채 주도 성장 정책을 손댈 수밖에 없거든요. 

'이미 강남 아파트 가격이 미국 맨해튼의 평당 가격을 넘어선 지 오래다. 자산은 버블 국면에 진입하면 그 자체의 관성으로 계속 오르는 경향이 있다. 언젠가 터질 것을 알지만 적어도 내 앞은 아닐 것이라는 낙관론, 정부가 무언가 할 것이라는 학습 효과가 지금과 같은 2030세대의 비이성적인 추격 매수까지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FRB의 기준금리가 본격화되고, 임대차 3법의 효력이 어느 정도 둔화되는 2023년 전후를 정점으로 하락 반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자산이 비이성적으로 오른 후 비이성적 매수자가 더 이상 매수하지 못할 때 가격은 폭락하고 만다. 이제 관심은 언제 하락 전환할 것인지, 주택 가격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맞춰야 할 것이다.'
(288쪽)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며 빚없이 살겠다는 건, 무리지요. 어쩌면 우리는 평생 빚과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줄다리기를 할 때, 중요한 건 두 다리로 버티면서 줄을 당기는 겁니다. 이기고 싶은 욕심에 두 발을 앞으로 뻗고 몸을 뒤로 젖혀서 줄을 당기잖아요? 그때 갑자기 상대가 줄을 놓아버리면 뒤로 꽈당 넘어져서 뒤통수가 깨질 수 있어요. 버블이 터진다는 건 그런 상황이죠.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한쪽 장력이 끊어지는 겁니다. 상대방이 줄을 놓아도 안전하려면, 두 다리로 버티면서 줄을 당겨야 합니다. 빚을 이용해 자산을 늘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범위 안에서 하면 안전합니다. 절대 벼랑을 등지고, 줄다리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빚을 내어 투자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돈을 벌고 꾸준히 모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질문 : 아직 집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서 인용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투자자, 이 가운데에서도 무주택자에게 조언한다면, 주택 매수 시기를 2022년 이후로 늦출 것을 권한다. 가능하다면 임대차 3법을 적극 활용하고 불필요한 부채를 줄여 주택 매수 자금을 모아둘 필요가 있다. 만일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하락한다면 이는 대다수 무주택자가 사고 싶어도 현금이 없어 집을 못 산다는 것과 같다. 반대로 설명하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한 무주택자는 원하는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매시장을 주시해 보기를 권한다.'
(290쪽)

서점에 가보면 주식이나 부동산에 관한 책들이 경제 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어요. 모두가 빚을 내어 투자하라고 하는 시대에, 혼자 가만히 있으면 뒤처질 것 같은데요. 이럴 때, 빚의 위험을 경계하는 책이 나와 참고하시라고 소개합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경제 관련 책을 읽고, 돈에 대한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올 한 해도 책 속에서 가르침을 얻는 한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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