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협회나 생산성본부를 통해 기업 강의 요청이 오는데요. '세대간 소통'을 주제로 강의해달라는 부탁도 와요. 50대 상사들 중 2,30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은가 봐요. 열심히 일만 하면 승진이 보장되던 종신 고용 시대에 입사한 6,70년대생과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현재를 살아가는 신입사원 사이에는 관점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이제는 업무에 대한 시점도 바꿔야하는 것 아닐까요?
<인생을 바꾸는 세 가지 프로페셔널 시점> (윤정열 / 바이북스)
요즘 젊은 세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디지털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지요. 과거에 신입사원들은 갑질을 당하면 끙끙 앓거나 술을 마시며 풀었는데요. 요즘은 익명으로 만천하에 공유합니다. 블라인드 같은 회사 정보 공유 사이트에 노골적으로 회사 상사에 대한 뒷담화를 올립니다. 내가 좋아하는 후배도 그곳에서는 꼰대로 불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미국 부동산업계 1위 업체에서 한국 최초 여성 전무로 일한 윤정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MZ세대가 따르는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MZ세대라서 특별히 다른 것을 해 주어야 한다기보다는, 우리 세대에서도 받고 싶었던 대우를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1. 근태를 관리하기보다는 성과를 관리하자. 근태에만 초점을 두고 오~래 일하는 팀원이 성실하다고 평가하게 되면 '보여주기식' 업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2. 성과에 대한 기대치와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미리 공유하는 것이 좋다. 보스가 기대한 성과가 팀원이 예상했던 성과보다 훨씬 더 큰 경우가 많다. 평가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면 팀원들의 사기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
3. 팀원의 개인 시간을 존중하자. 저녁 6시 이후와 주말에는 제발 연락하지 말자. 전화건 문자건 카톡이건, 어지간히 급한 일 아니면 연락하지 말자. 우리 세대가 주니어일 때도 저녁에 오는 보스의 전화가 반갑지 않았다.
4. 무엇보다 팀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자.
까라면 까는 시대는 갔다. 고객에게 굽실거리고 돌아서서 직원들을 쥐 잡듯 할 수 있던 시대도 지났다. 부당한 일을 그냥 당하고 있는 세대가 아니다. 우리 세대도 그랬어야 했지만 못 그런 것일 뿐이다.'
(239쪽)
맞아요. 지금 세대가 유별난 게 아니에요. 우리도 그러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뿐이죠. MZ세대라서 특별히 다르게 대한다기보다, 우리 세대도 받고 싶었던 대우를 해주자는 말씀, 참 와닿네요. 이어지는 장에서 저자는 상사들에게 '당연한 걸 고마워하기'를 주문합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나라에 명절증후군이 남아 있는 이유는 '당연'병 때문이다. 상대방의 역할에 대해 '당연한 기대'가 있어서 그렇다. '당연'하게 생각하니까 고맙다고 말할 필요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는 '당연'히 공부를 잘 해야 하고, 누구는 '당연'히 때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하고, 누구는 '당연'히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고, 누구는 '당연'히 전을 부쳐 와야 하고, 누구는 '당연'히 돈 봉투를 갖고 와야 하고, 누구는 '당연'히 설거지를 해야 한다고 기대한다. 그 기대를 '당연'하게 말로 표현한다. 그런 말을 누구는 '당연'히 고분고분 들어야 한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당연'히 듣게 되는 명절이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것이 오히려 더 '당연'한 것이 아닐까.'
(241쪽)
명절에 어른들을 만나면, '네가 만든 드라마는 왜 요즘 안 보이니?'부터 '왜 괜히 노조를 해서...쯧쯧쯧'까지 온갖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서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 대신, 아버지를 모시고 해외 여행을 다녔어요. 아내와 아버지가 서로 주고 받을 고부 갈등도 사전에 차단했죠. 2020년 코로나가 터져 해외 여행이 힘들자, 저는 혼자 자전거 전국일주를 떠났어요. 추석엔 다같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요. 회사도 마찬가지에요. 남이 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면, 고마운 마음이 사라집니다. 후배들이 따르는 상사가 되는 비결, 고마운 마음을 자주 표현하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의 저자를 여자들의 커리어 문제 해결 플랫폼, '헤이조이스'에 강사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에 나오는 '외국계 회사 취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팁'이나 'MBA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은 그 자체로 훌륭한 강의 콘텐츠거든요. 영어 잘하는 꿀팁도 좋았어요.
블로그 독자 중 헤이조이스 회원이 계시다면, 제안해주셔요. 비밀 댓글로 메일주소를 남겨주시면, 제가 저자에게 전달해 드릴게요. 저자가 통역대학원 재학 시절에 만난 친구거든요. ^^
친구가 쓴 책을 읽고 감탄했어요. 평소 유쾌한 친구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니! 기회가 되면 친구의 강연에도 쫓아가고 싶네요. 사심 가득 담아 제안 올립니다. 저자 강연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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