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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조금 더 낫게 패배하는 삶

by 김민식pd 2021. 12. 3.

간디가 이런 말을 남겼지요.

"신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만, 단 한 사람의 탐욕도 만족시킬 수 없다."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는, 나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20대 시절에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읽고, 저는 존재 양식으로 살기로 결심했어요. 무엇 하나 더 소유하는 것보다 하나 더 경험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모든 걸 직접 경험할 순 없기에 간접 경험도 시도하는데요. 간접 경험의 경우, TV 시청보다 독서를 선호합니다. 미디어가 그리는 풍요로운 세상은 자칫 소유욕을 자극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책은 늘 탐욕을 경계하라고 일러줍니다. 제가 닮고 싶은 어른 중 한분이 홍세화 선생님인데요. 오늘은 선생님의 책에서 읽은 글로 마음을 잡아봅니다. 

<결 : 거침에 대하여> (홍세화 / 한겨레출판)에 나오는 글입니다.

'소박한 자유인은 거창하지 않은, 소박한 자아실현으로 만족할 줄 알며 특히 생존 조건을 소박한 수준에서 멈출 줄 아는 사람이다. 물질적 소유에서는 물론, 이웃과 연대하려는 열정에서 비롯된 자아실현에서조차 그것이 지나친 욕망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절제할 줄 아는 소박한 자유인, 그것이 고결함의 한 모습일 것이다.'

(44쪽) 

어려서 저는 자유인으로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데모도 하지 않고, 그냥 좋아하는 책을 읽고 춤을 추며 살았지요. 제가 정치적으로 각성을 한 계기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제가 사랑하는 직장 MBC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 입니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갖고 살던 제가, 바로 그 보수적인 정당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던 거죠. 평생 투사로 살아온 홍세화 선생님은 투쟁 현장에 연대하러 달려갑니다.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벌이는 제주 강정이나, 송전탑 반대 싸움을 벌이는 밀양에 가면 속으로 질문을 던진답니다. "지금까지 어느 정당에 표를 주어왔나요?"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참사 등 정치권력의 무능력, 무책임에 의해 고통과 불행을 겪은 분들에게도 불경한 질문인 줄 알지만 묻는다. "그동안 어느 정당에 표를 주어왔나요?"라고. 그러고 나서, 다음 질문들을 이어간다. "당신들의 투쟁에 연대하려고 달려오는 사람들은 주로 누구인가요? 당신이 그동안 표를 준 사람들인가요?" 당신이 표를 주어왔던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반면, 그동안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 또는 노동조합 사람들이 주로 찾아오지 않던가요?" "이 일방통행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153쪽)

그러면서 정치가 혐오스럽고 관심이 없어서 투표하지 않는다는 청년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면 혐오스러운 정치는 누가 바꿔주나요? 당신이 정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투표조차 하지 않으면 혐오스러운 정치인들이 정치를 계속 독점적으로 장악할 것이고 그러면 정치는 앞으로도 계속 혐오스러운 모습 그대로일 텐데요?" 저도 정치에 대해 냉소적이었어요. 사석에서 정치는 대화나 조롱을 위한 소재였지. 내 삶의 한부분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그렇게 내가 정치를 외면하니 결국엔 정치가 내 삶을 외면하더군요.

'과거에는 노예들 중 소수가 해방을 위해 용감하게 싸웠다면, 오늘 '멋진 신세계'의 노예들은 대부분 계속 노예로 편하게 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편하고 안락한 삶에 대한 욕망 앞에서 자유의 참된 의미는 점점 더 힘을 잃고 있다. 이 거친 글은 감히 말하건대, 한국 사회라는 산(山)에서 내려오는 한 선배가 산에 오르는 젊은 후배와 만났다고 가정하여, 누구의 어법을 빌려 다시 또 감히 말하건대, '조금 더 낫게' 패배하는 자유인이 되게 하고 싶은 안간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령 그 후배가 소수도 아닌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17쪽)

예전에는 제도가 나의 자유를 구속했다면, 요즘 나를 구속하는 건 나의 욕망입니다. 더 가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스스로의 삶을 옥죄고 살지요. 군부독재보다 더 무서운 건 자본독재인가 봐요. 나도 모르게 자본의 노예가 되어, '더 더 더'를 외치며 삽니다. 이럴 때는 가끔 스승의 글을 찾아읽습니다. 죽비로 내리치는 그 말씀으로 나를 깨워야해요. 하지만 자유를 향한 공부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자유는 외로움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외로움과 함께 밀려오는 심리적 불안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자유는 외로움과 불안의 조건 아래 얻을 수 있으므로 자유인은 외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심리적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25쪽)

책을 읽으며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이켜봅니다. 책장을 넘기다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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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 보리랑 2021.12.03 07:32 신고

    자유롭고 외롭되 고독을 즐기고, 탐욕하지 않으되 선택의 자유를 욕망합니다. 🙏
    답글

  • 아리아리짱 2021.12.03 09:34 신고

    김민식 작가님 아리아리!

    '이웃과 연대하려는 열정에서 비롯 된 자아실현에서 조차 그것이 지나친 욕망으로
    비화 하지 않도록 절제할 줄 아는 소박한 자유인, 그것이 고결함의 한 모습일 것이다.'
    소박한 자유인을 꿈꿔봅니다.

    어제 '이용마 기자님의 다큐'가 부산mbc 에서는 방영이 되지 않아서
    속상했습니다.ㅠㅠ .유튜브에서라도 찾아 보겠습니다.
    답글

  • 우리상희 2021.12.03 10:06 신고

    맞아요 외로움도 즐길줄 알아야 자유로운거 같아요 ^^ 잘 보고 가요
    답글

  • 유튜브 창작동화채널 2021.12.03 12:05

    정치에 관심을 더 가져야겠어요~^^
    답글

  • 김주이 2021.12.03 12:14

    작가님
    오늘도 배워갑니다.
    나를 속박하는 것은 나의 욕망.
    탐욕을 다스려야 진정한 자유가 온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답글

  • 아프리칸바이올렛 2021.12.03 13:54

    내가 정치를 외면하니 정치가 내 삶을
    외면해버렸다는 구절이 크게 와 닿네요


    저 역시 묻고 싶었는데
    김정근 아나운서가 대신 묻더군요
    MBC가 뭐길래,(그토록 사랑하는 가족들의
    고통도 감수하면서 --이건 제 생각)
    어쩌자고 삶을 인생을 다 거셨냐구
    PD님의 MBC를 너무나 사랑했다는
    대답과 이용마 기자 분이 자주 전하셨던 메세지 소수의 권력을 감시하는 것
    보다 다수를 배려하고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않도록 저널의 역할을 소신껏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국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키는 길로 통한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하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바램
    아이가 스물이 될 때까지 사는 것과
    송창식의 노래처럼 낙천적이고 훼밍웨이 소설처럼 낭만적 삶을 꿈꿨지만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는 김산의 아리랑처럼
    치열한 삶을 살게했다는 기자님이
    몸도 마음도 이제 편히 쉬시길
    답글

  • sara_yun 2021.12.03 16:07 신고

    와!! 이렇게 공감가는 글이라니요ㅠ 소유냐 존재냐 꼭 읽어야겠습니다 피디님 덕분에 읽어야할 책들이 쌓여서 좋아요
    저는 취준생이라서 계속 공부하고 있는데요 사실 다니던 직장이 있어요 그래서 병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선택한 길임에도 문득문득 외로워 질때가 있는데, 피디님의 글에서 또 위로를 얻네요. 분명 저는 자유를 찾아가는 중이니까 외로울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것이 더 더 를 가지기
    위한 제 욕망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답글

  • 차언명 2021.12.03 16:19

    다시 글 쓰시네요. 이렇게 블로그 글로 만나니 너무 반갑습니다.
    자주 와서 댓글 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피디님!!!^^
    답글

  • 꿈트리숲 2021.12.06 17:29 신고

    고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자유인이 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제 경험상 선택을 강요받지 않는 고독 속에서 편안한 해방감이 느껴지더라구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