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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공짜 연애 스쿨

이혼이 금지된 시대의 결혼

by 김민식pd 2021. 12. 27.

<가장 공적인 연애사> 2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을 못 보신 분들은 저자 소개와 목차부터 읽고 오셔도 좋아요.

https://free2world.tistory.com/2685

<가장 공적인 연애사> 3장은 중세 사회를 다루는데요. 부제가 '주님은 CCTV'에요. 종교가 정치 사회를 지배했던 중세 유럽에서 이혼은 금기시되었어요. 오죽하면 영국의 왕이 이혼을 하기 위해 새로운 종교까지 만들었겠어요. 결혼한 부부가 서로 존중하며 백년해로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잖아요? 결혼하고 보니, 서로 성격이 맞지 않을 때, 수십년을 함께 사는 건 힘들었을 테지요. 죽어서 천당을 가려고, 현세에서 지옥을 견디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이혼이 불가능했던 중세의 부부들은 그 긴긴 세월을 어떻게 버텼을까요?

책에 나오는 답 : '버틸 필요가 없었다.'

중세 남성들은 수많은 전쟁에 끌려 다녔고요. 전쟁터에서 죽기도 했지요. 결혼한 여성들은 당시 피임법이 없어 평균 16개월마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는데요. 의학 지식이 부족하고 위생이 불량했기에 출산 중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대요. 

'즉 중세에는 남녀 모두 쉽게 죽었기에 부부가 되어도 함께 사는 기간은 평균 8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 성격 차이고 뭐고 그걸 느낄 틈도 없었다. 중세에는 과부와 홀아비가 발길에 차일 정도로 흔했으며, 당연히 재혼도 흔했다. 우리의 편견과 달리 중세에는 여러 명의 사람과 결혼하는 일이 일상적이었다. 물론 그러자면 파트너가 죽어야 했지만 말이다.'

(82쪽)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보면,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버리려고 하는 타노스는 나름 간절함을 가진 악당입니다. 자신의 고향별인 타이탄이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로 멸망합니다. 그걸 보고, 개체수가 줄어야 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성마다 찾아다니며 인구의 절반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악당이 되지요. 중세 이후, 인류의 수명이 증가하며 인구가 늘었어요. 자원고갈을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4B가 답일지도 모르겠네요. 4B라고 하면 저는 연필이 떠오르는데요. 요즘은 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를 4B라고 한대요. 

'익숙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겠지만, 사실 연애는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는 더 귀찮다. 물론 인간은 이 귀찮은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야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 욕망에 충실할 수 있으니까. (...) 이런 욕망들을 제거하고 보면 연애는 귀찮고 불합리하다. 반면 4B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상당수 사람이 자신의 에너지를 연애, 결혼, 출산, 육아에 끌어다 바친다. 만약 이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쓴다면 우리는 훨씬 더 큰 사회적 성취 혹은 자아의 완성을 이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어도 더 많은 맛집에 갈 수 있다.'

(194쪽)

세상이 변하면, 사람들의 가치관도 따라 변하게 마련이죠. 두 번의 세계 전쟁을 겪고, 전쟁의 기억이 사라질 무렵,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유 연애 붐이 일어납니다. 그 시절의 자유 연애는 거의 혁명처럼 여겨졌어요. 히피들이 사랑을 찾아 방랑을 떠나고, 조건을 따지지 않는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실험했지요.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돈 많고 성격 좋고 집안 좋고 외모가 출중한 사람을 누가 사랑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건 사랑이 아니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사랑이 사랑인 이유는 사랑하지 않을 만한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생식이  아니라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한다면 객관적인 지표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인류가 쌓아 올린 가치이며, 우리가 기꺼이 불리함을 무릅쓰는 이유다.

나는 연애야말로 진정 반역적이고, 체제를 뒤흔드는 유일한 것이라 믿는다.' 

  
(154쪽)

시대에 따라 결혼과 연애에 대한 가치관은 변합니다. 새로운 세대에게는 그들에게 맞는 연애관이 생길 겁니다. 대학교 진로 특강을 가면, 저는 독서와 여행, 연애, 3가지 즐거움을 권합니다. 셋 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입니다. 책을 펼치면 끝까지 읽기 전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알 수 없고, 여행은 나를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속으로 던져넣는 일이에요. 연애, 새로운 사람을 하나 만나는 건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일입니다. 

'근대까지 인간은 개척할 수 있는 대부분의 세계를 개척했다. 이제 모든 것은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게 되었고, 모든 것은 무료해졌다. 물론 우주나 미시세계 같은 미지의 영역이 남아 있지만, 그곳은 전문가의 영역이지 우리의 영역은 아니다. 결국 평범한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모험지는 다른 사람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알아 가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연애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처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한다.'

(297쪽) 

독서와 여행은 쉬워요. 혼자 하면 되고, 혼자가 힘들면 독서 모임을 하거나 패키지 여행을 따라가면 되니까. 가장 어려운 게 연애지요. 연애에 대해 고시랑고시랑 재미난 수다를 들려주는 책을 읽는다면,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요?

새해에는 삶을 더욱 풍성하게 바꿔줄 멋진 인연을 만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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