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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공짜 연애 스쿨

연애는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by 김민식pd 2019. 5. 9.
오랜만에 연애상담 시간입니다. '모태솔로인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는 글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Q:


안녕하세요. PD님 블로그는 열심히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댓글 남기기는 처음인것 같습니다. 


저도 28년간 모태솔로였어요. 

첫 연애를 하다가 얼마 전에 끝났어요. 


그런데... 느낌이 좀 다르네요. 몇년전에 짝사랑 고백하고 거절당했을 때에는 한달 가까이 밥도 제대로 못먹고 힘들었거든요. 

지금은 그냥, 좀 무거운거와 힘들다는 거 빼고는... 느낌이 별로 없네요. 

아직 후폭풍이 안 와서 그런걸까요? 아마... 겪었던 일이어서 무뎌진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게 이상하지만, 저는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거 같네요.  

너무 완벽하려 했던 제 욕심,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 저의 성급함... 

연애를 끝내고 나니,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다시 보이기 시작하네요. 


암튼. 저도 첫 스타트를 끊었으니, 또 다른 인연을 찾을 준비가 된듯 해서... 

감사한 마음에 댓글 남겨봅니다. 


그리고... 하나 질문.


공동체 안에서 연애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저와 상대는 좋든 싫든 당분간 서로 얼굴을 봐야 합니다. 

경험이 있으시다면... 헤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무턱대고 피하고 싶진 않아요... 조언 부탁드려요.


A:

'성급함'...... 20대에 연애를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저지른 실수입니다. 저는 대학 졸업반이 될 때까지 모태솔로였어요. 대학 축제에 파트너 한번 못 데려가고 청춘이 끝난다는 생각에 정말 우울했지요. 첫번째 여자 친구를 만났을 때, 성급하게 굴다 차였어요. 같은 실수를 몇번이나 반복했지요. 나중에 '진화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깨달았어요. 성선택에 있어 남자는 적게 투자하기 때문에 사랑에 쉽게 빠지고, 출산과 육아를 담당한 여자는 장기간 지속되는 관계를 원하기에 안정감을 주는 상대를 찾는다고요. 결국 연애란, 남자의 조급함과 여자의 불안 사이를 오가는 시소 게임인 것 같아요.

이를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연애 상대를 구하는 것입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보다, 학교나 교회, 회사에서 오래 본 남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결국 여자를 만나고 싶은 남자가 할 일은, 여자가 많은 공동체에 가서 좋은 평판을 쌓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이 연애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거든요. 

통역대학원 후배였던 아내와 결혼하기로 했을 때, 뜻하지 않은 장애물을 만났어요. 아내가 친구들을 만나 결혼 발표를 한 자리에서 누가 그랬대요. 

"남자가 방송사 피디라고? 피디는 바람 피우기 쉽다던데?"

아내가 이렇게 받았대요.

"어우, 야. 네가 그 선배 얼굴을 못 봐서 그래. 어디가서 바람 피울 외모는 아니야."

ㅋㅋㅋㅋㅋ 
ㅠㅠ (웃는데, 갑자기 눈시울이...)

죄송합니다. 연애 상담중에 이런 자학 개그라니...


외대 통역대학원은 경쟁이 치열한 곳입니다. 아내가 신입생 시절, 학교 생활로 고민이 많았는데요. 후배가 힘들어 할 때마다 함께 교수님 흉을 봐주는 선배가 저였어요.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잘 웃겨주는 선배였지요. 피디로 처음 만난 게 아니라, 학교 선배로 오래 봐왔으니, 그런 말을 들어도 불안하지 않았겠지요. (상대를 유난히 마음 편하게 만들어주는 나의 외모!)

처음 서로를 알아갈 때는 스킨십 욕심을 내지 않고 잘 기다려야 합니다. 물어보고, 상대방이 거절의 의사를 표하면, 바로 물러나고 기다리는 게 매너입니다. 헤어지고 난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좋은 사람으로서 평판을 쌓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때의 매너는 더욱 중요합니다. 핵심은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나와 계속 부딪히는 게 불편해보이면, 상대를 위해 활동 영역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고요.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만남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를 잘 배려하면, 두번째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네?' 하고 다시 생각할 수도 있어요. 반대로 헤어진 후,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면 헤어지길 잘했다고 생각하지요.

헤어진 연인을 배려해야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어요. 연애는 끝나도, 삶은 계속 되거든요. 다음 기회가 또 찾아오거든요. 지금 두 사람을 지켜보는 눈이 많을 거예요. 그중에는 당신에게 호감을 지녔으나,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을 접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혹은 님에게 관심이 없었으나, 누군가와 사귄다는 이야기에 당신을 다시 눈여겨보게 된 사람도 있을 겁니다. 헤어진 여자친구도 잘 배려해주는 매너남이라는 인상을 준다면, 어쩜 더 멋진 인연이 찾아올지도 몰라요.

인생은 평판 게임이에요. 특히 연애는 더욱 그래요. 게임 캐릭터가 꾸준히 아이템을 늘리고 레벨을 올리듯, 연애 게임에서는 좋은 평판을 차곡차곡 쌓아야합니다.

연애는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요. 누가 나쁜 게 아니에요. 그냥 안 맞을 뿐이에요. 이걸 깨달으면, 언젠가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됩니다. 더 좋은 인연을 만날 수도 있고요. 적어도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게 다음 연애의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키워주고요.

님의 삶도, 다음번 연애도, 격하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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