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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책쓰기를 권합니다

by 김민식pd 2022. 8. 29.

평생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는 책을 쓴 것입니다. 은퇴하고 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요. '아, 책쓰기가 내 노후를 구원했구나.' 책을 쓰면요, 먼저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어요. 내 삶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글로 정리하다보면 내가 살아온 과거를 긍정하게 됩니다. 원고를 쓰기 위해 관련 도서를 찾아보고, 생각에 생각을 더해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나의 현재가 풍성해지지요. 책을 한 권 내고 저자가 된다면, 저자 강연을 다니거나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가 쉬워져요.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할 수 있어요. 과거 현재 미래가 다 좋아집니다.

이 좋은 책쓰기를 강력하게 권유하는 책이 있습니다.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 한겨레 출판)

저는 장강명 작가님 책은 다 읽습니다. 장강명처럼 성실하게 글을 쓰는 작가의 팬이 되면, 저절로 다독가가 되는 겁니다. 이 분, 소설도 잘 쓰지만 (<한국이 싫어서>, <열광금지, 에바로드>) 에세이도 재미나고요. (<5년 만에 신혼여행> <책, 이게 뭐라고>) 깊이있는 통찰을 담아낸 묵직한 주제의 논픽션도 내십니다. (<당선, 합격, 계급>) 장르를 가리지 않는 팔방미인께서 자기계발서도 내셨어요.

제가 보기에 자기계발에 있어 최종 보스는 책쓰기입니다. 나의 커리어를 잘 만들고, 인생을 잘 관리하여, '아, 참 잘 살았다'라고 생각하신다면, 책을 쓰셔야 합니다. 책쓰기의 달인께서 직접 그 방법을 소상하게 일러주십니다. 

목차를 살펴보면요.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장을 쓰라 (처럼 원고 분량을 딱 정해주시기도 하고)

그 욕망은 별난 게 아니다, 본능이다 (처럼 당신의 글쓰기에 대한 정열에 가득 찬 응원!)

욕먹을 각오 하고, 인용 욕심과 감동에 대한 집착 버리세요 (처럼 뼈 때리는 조언까지)

자기계발서과 갖추어야할 모든 덕목을 지녔어요. 

한마디로 Why, How, What의 삼박자가 맞는다는 거지요. 

왜 책을 써야 하는가.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을 쓸 것인가.

책을 보면 정확히 짚어주십니다. 

장강명 저자는 초보 작가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책 쓰기는 권투, 색소폰, 수영과 비슷해요.

첫째, 처음에는 자신의 서툰 모습을 견뎌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색소폰 연주를 아무리 오래 감상했어도 직접 불면 불협화음만 납니다. 글도 마찬가지예요.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직접 써보면 절대 그 맛이 안 납니다. 내가 쓴 글은 초라할 뿐이예요. 괜찮아요.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잘 하는 법은 없으니까요.

둘째, 내가 직접 해봐야 압니다. 수영 교실에서 아무리 설명을 잘 들어도, 일단 내 팔다리로 허우적거리며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이 필수입니다. 내 몸뚱아리로 직접 해봐야 해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 수업 백날 들어도 소용없어요. 직접 써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요. 

셋째, 깨침과 숙달 사이에 시간이 걸립니다. 악기를 배워보면 알 수 있어요. 같은 구간을 수십 번 되풀이해서 연습하는 데 번번이 같은 곳에서 틀리면 절로 욕이 나옵니다. 심오한 기예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글쓰기도 그래요.   

이렇게 힘든 책쓰기에도 희망이 있어요. 

'(글쓰기를 잘 하려면) 그저 쓰고 고치고 비틀거리면서 스스로 깨치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은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누구라도 소용없고, 비싼 사교육도 통하지 않고, 고가의 시설이나 장비를 이용한다고 유리한 것도 아니다. 모든 초심자에게 이토록 공평하게 막막한 분야가 세상에 얼마나 남았단 말인가.' 

(81쪽)

장강명 작가는 주요 한국문학 출판사의 편집자들에게 물어봅니다. 에세이 원고를 검토할 때 어떤 점을 주로 살피는지. 기자로 일할 때 근성이 남아있는 걸까요? 취재를 참 부지런하게 하셔요, 이 분은.

"비슷한 주제의 에세이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그게 있으면 이름없는 작가라고 해도 출간하려고 노력합니다."

"독자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인지를 봐요. 작가가 재미있게, 신나게 이야기하는 세계에 대한 글이라면 좋아요. 남들이 다 아는 내용에서 뭔가 하나 더 추가되는 부분이 있어야 할 거 같고요."

"작가 인지도를 먼저 봅니다. 인지도가 있는 작가라면 전작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를, 인지도가 없는 작가라면 저자가 잘 아는 분야인지, 글이 좋은지를 살펴요. 콘셉트는 평범해도 글이 좋으면 제목과 표지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이 질문들을 떠올립니다. 답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적어도 고민하며 글을 써야 출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테니까요. 

평생 아이돌 팬으로 살았어도 나이 60에 무대에 오르기는 쉽지 않아요. 평생 야구 경기를 직관했다고 나이 60에 야구 선수로 활약하는 일도 쉽지 않고요. 책쓰기는 달라요. 평생 책을 읽었다면, 나이 60에는 저자로 살 수 있어요. 그게 글쓰기라는 기예가 주는 행복입니다. 100세 시대, 우리의 노후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최고의 활동 중 하나예요. 

여러분, 우리 모두 <책 한번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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