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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경제 공부를 시작하신다면

by 김민식pd 2021. 11. 19.

세상이 참 좁아졌어요. '요소수가 뭔데 이 난리야?'한다면, 미국과 호주의 오커스 협정을 알아야 하고요. 중국이 왜 호주에 대해 무역 제재를 가했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한 나라에서 내린 결정이 다른 나라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게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랜디 찰스 에핑 / 이가영 / 어크로스)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와요.


‘전염병이 국경을 넘어 세계로 퍼지듯, 때론 한 나라의 경제위기가 다른 나라 경제에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가령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은 수백만 명의 직업을 빼앗고 수많은 회사와 농장의 파산을 불러온 미국의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됐다. 1929년 미국 증권시장이 붕괴하자, 연방 준비제도는 통화 공급을 제한했다. 그러자 경기는 더 침체됐고 실업과 파산이 줄을 이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미국 은행들은 외국에 빌려준 대출금의 상환을 독촉했고, 그러자 독일과 아르헨티나 같은 채무국 은행이 연달아 무너졌다.’

(41쪽)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과 농민을 보호할 목적으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고 수입량을 제한해요. 이것이 다른 나라에 더 심한 경기침체와 고립주의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결국 세계 대공황이 발생하죠. 독일, 영국,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25퍼센트를 넘어가는데요.
경제가 무너지고 인플레가 발생한 독일에서는 결국 집권당이 무너지고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당이 권력을 차지합니다. 이게 세계 2차 대전이라는 인류의 비극으로 이어지죠. 2차 대전 후,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44개국 정상은 미국 브레턴우즈에 모여요.

'브레턴우즈 합의에서 결정된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는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통화의 가치를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일종의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기로 한 것이었다. 달러 가치는 35달러당 금 1온스로 고정됐다. 각국 정상은 통화의 가치가 달러 또는 금으로 얼마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되면 국제 무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56쪽)

1차 대전 후, 승전국이 독일 등의 패전국을 벌주기 위해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과도한 배상금을 물린 것이 나치의 등장을 가져왔죠. 2차 대전 승전국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패전국의 재건을 돕습니다. 그 덕분에 독일과 일본이 빠르게 경제를 재건합니다. 다 같이 잘 살자는 노력의 과정이 자유무역이고요, 그 결과가 세계화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한국인의 삶이 윤택해진 이유가 자유무역이에요. 농사를 지어 근근이 먹고 살며 자급자족하는데 급급했던 우리가 자동차, 선박, 반도체를 만들어 해외에 내다팔면서 살림살이가 좋아졌잖아요? 5,60년 전에는 세상에서 잘 사는 나라라면 미국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되었어요. 

미국의 수출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무엇일까요? 저는 '달러'라고 생각해요. 동남아나 인도 배낭 여행을 가면, 미국 달러의 힘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마 미국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상금으로 쟁여둔 달러도 많은 거예요. 미국 입장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죠. 힘들여 자동차나 농산물을 만들 것 없이 종이를 찍어 해외에 수출할 수 있으니까요. 일반 가정만 달러를 모으는 게 아니에요. 최대 고객은 외국 정부입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주요 준비통화로 달러를 보유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폐를 지닌 덕분에 오랫동안 많은 이익을 누렸다. 미국이 전쟁 자금이나 정부 적자를 메울 돈을 외국으로부터 쉽게 빌릴 수 있는 이유도 달러가 준비통화이기 때문이다. 준비통화를 발행하는 국가의 단점은 무역수지가 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은 2018년부터 계속해서 무역 적자를 이유로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준비통화를 발행해서 얻는 이익은 챙기면서, 무역전쟁을 위협 삼아 적자를 메우겠다는 입장이다.‘
(23쪽)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국이기 때문에 수입을 해서 소비하는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 달러의 인기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그만큼 외국 돈에 비해 달러의 가치가 높다는 거죠. 미국에서 만든 물건을 해외에 팔 때는 이게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미국 물건은 비싸고, 외국 물건은 싸지니까, 결국 수입이 늘어나는 겁니다.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는 외국 기업의 덤핑이 문제가 아니라 준비통화를 가진 미국이 안고가야 할 부담이라는 거죠. 
미국 산업의 총아는 실리콘밸리의 IT 산업입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미국 증시의 활황을 이끌고 있지요. 이런 실리콘밸리 기업의 성공은 외국인 이민자가 유입된 덕분이에요.


'브루킹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미국 노동 인구 가운데 이민자의 비중은 1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신규 기업 투자 가운데 약 25퍼센트가 이민자에 의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신규 기업 가운데 이민자가 창업에 참여한 기업이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이 중에는 일자리 수만 개를 창출한 유니콘 기업도 다수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미국 민간 기업 가운데 창립 멤버 중 이민자가 속해 있는 기업은 절반이 넘는다.'
(260쪽)

1980년대 이후 주춤하던 미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은 이민자들 덕분에 다시 살아났어요. 경제변화에 있어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인구입니다. 생산하고 소비하는 노동자 인구의 확보가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거예요. 미국은 늘 유리했죠.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나라니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직원들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줍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직원의 출생지를 비롯해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성이 많은 기업일수록 더 혁신적이고 더 높은 수익을 낸다고요.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이 나오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신기해요. ‘와, 우리나라도 이제는 외국에서 오고 싶어하는 나라가 되었구나.' 한류 덕분이기도 하고, 경제력을 확보한 덕분이기도 하고, 이제 한국은 해외에서 선망하는 나라가 되었어요. 외국인 이민자들 덕분에 우리도 다양성과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알기 쉽게 풀어줍니다.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제목이 허풍은 아닙니다. 경제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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