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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방구석 미술사 여행

by 김민식pd 2020. 10. 15.

배낭여행 다니며 즐겨 찾는 곳은 미술관이에요. 특히 런던 내셔널 갤러리처럼 무료 입장 가능한 곳. 그림을 좋아하냐고요? 아뇨. 저는 봐도 잘 몰라요. 다만 누군가 그림 앞에서 해설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반가워요. 쪼르르 쫓아가서 영어로 하는 설명을 옆에서 듣습니다. 영어 리스닝 훈련삼아, 공부삼아 그림 해설을 즐겨 들었는데요. 그냥 보는 것이랑, 설명을 듣고 보는 것이 완전 다르더군요. 이제 그림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그러다 세계 각국에 있는 미술관의 명화를 소개하는 책을 만났어요.

<1페이지 미술 365> (김영숙 / 비에이블>

책에 보면 이런 그림이 나옵니다. 

 

 

파올로 베로네세, <알렉산드로스 앞에 있는 다리우스의 가족> 런던 내셔널 갤러리

16세기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화가는 유력가문 피사니가 저택으로 배경을 그리고, 등장인물 역시 그 가문 사람들을 모델로 그렸어요. 내셔널 갤러리에 여러 번 갔지만, 그냥 지나쳤던 수많은 그림 중 하나겠지요. 여기에 저자의 설명이 더해집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토록 넓은 제국을 효과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치세가 철저히 '관용'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그림은 그가 친구이자 제국의 장군인 헤파이스티온과 함께, 이수스 대전(기원전 333년) 이후 패전한 페르시아 왕가 여인들을 만나는 장면이다. 중앙에는 페르시아 다리우스 3세의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이 무릎을 꿇고 있다. 오른쪽에 선 두 남자 중 붉은 옷을 입은 이가 알렉산드로스인지, 아니면 그 뒤 황금빛 전투복 차림의 남자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아마 다리우스 3세의 어머니도 그림을 보는 우리처럼 헷갈렸던지, 그저 키가 더 커보이는 사람을 알렉산드로스로 알고 인사했지만, 그는 헤파이스티온이었다. 당황한 그녀에게 알렉산드로스는, "괜찮습니다. 그 역시 알렉산드로스입니다"라고 감싸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7쪽)

모를 때는 그냥 지나친 그림이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그림이 다시 보입니다. 미술관에서 설명해주는 분들이 큐레이터인줄 알았는데요. 일반인이 큐레이터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답니다. 관람객에게 전시와 작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사람은 바로 도슨트죠. 그래서 큐레이터를 일컬어 미술관의 숨은 꽃이라 하고, 도슨트는 미술관의 얼굴이라고 한다고요. 큐레이터는 석사 이상의 미술 전공자들이 하고요. 도슨트는 전문 직업인이 아니기에 전공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답니다. 도슨트에게 필요한 건 미술 전공 지식보다 스토리텔링 능력이거든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림의 세계를 쉽게 풀어 해설해주고 흥미를 돋우는 능력. 

책의 저자 김영숙 선생님은 학교에서 서어서문학을 전공하고 주한 칠레 대사관에서 일했어요. 마흔 살 즈음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대학원에 들어가 미술사를 공부했고요. 이후 <바티칸 미술관에서 꼭 봐야할 그림 100> <미술관에서 읽는 세계사>등의 책을 썼죠. 즉, 이 분은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제2의 커리어를 만든 분이고요. 그러기에 미술 감상의 즐거움을 잘 아는 분이에요.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최고의 도슨트를 따라 세계 미술관 기행을 다니는 기분이에요. 당분간 해외 여행이나 미술관 방문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작품, 미술사, 화가, 장르, 세계사, 스캔들, 신화 등 일곱 가지 주제로 365점의 명화를 다루는 이 책을 통해 아쉬움을 달래고 싶습니다. 책을 읽으며, 화가의 이름을 검색해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있어요.

책으로 떠나는 갤러리 세계일주, 작은 즐거움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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