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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적게 벌고 더 적게 쓰기

by 김민식pd 2020. 10. 8.

<조화로운 삶> (스코트 니어링, 헬렌 니어링 / 류시화 / 보리)

대구 진책방에서 산 책입니다. 오래전부터 들어는 봤지만 읽어보지는 못한 책이죠. 책방 선반에 놓인 모습을 보고 골랐어요. 대공황이 최악으로 치닫던 1932년에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는 뉴욕에서 버몬트 시골로 이사합니다. 요즘 얘기로 귀농한 거죠. 교수였던 스코트가 신념을 지켜며 교직에 머물기가 힘들었대요. 해외로 도피할까 생각했지만, 미국 내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해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에 돈을 아주 조금만 준비해도 되고, 그 뒤로도 적은 돈으로 잘 꾸려 갈 수 있는 독립된 경제라고 생각했다. 노동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대신 조화로운 삶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나머지 절반의 시간에는 연구를 하거나 책 읽기, 글쓰기, 대화를 할 수 있으니까. 이런 계획을 실천하는 데는 대도시나 미국을 벗어난 어떤 곳보다 버몬트 골짜기가 어울렸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가 도시에 살았다면 먹고 살기 위해 괴로운 노동을 하며 다 써 버렸을 시간과 힘을 보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자존심을 지키며 평온하고 단순한 삶, 마음에 그리고 있던 삶을 살았다.'


네, 이게 조화로운 삶이지요. 욕심을 내어 더 많은 것을 가지려하기보다, 더 적은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삶. 이건 저의 노후 계획이기도 해요. 60 이후에는 일하는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의 시간 동안, 책읽기와 글쓰기, 여행을 하며 지내고 싶어요. 


부부가 산 속에서 사는 모습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니어링 부부의 삶에서 답을 찾으려고 해요. 그중 단기 손님도 있고, 장기 숙박객도 있어요. 모두 함께 밥을 먹고 일을 합니다. 하루를 아침 네 시간, 오후 네 시간으로 나눠요. 그리고 아침 먹을 때 날씨를 살펴보고 의논합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아침에 노동을 했다면, 오후에는 누구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앉아서 햇살을 즐기고, 숲을 산책하고, 음악을 연주하고, 시내 나들이를 갈 수 있대요. 4시간 일하면 4시간의 여유가 생기는 거죠. 

'우리는 어느 순간이나, 어느 날이나, 어느 달이나, 어느 해나 잘 쓰고 잘 보냈다. 우리가 할 일을 했고, 그 일을 즐겼다. 충분한 자유 시간을 가졌으며, 그 시간을 누리고 즐겼다.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을 할 때는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결코 죽기 살기로 일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더 많이 일했다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일이고, 무엇을 건설하는 것이고, 따라서 매우 기쁨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59쪽)


스코트 니어링은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로 일하다 아동 노동 착취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다 해직되었어요. 다음엔 톨레도 대학에서 정치학 교수와 예술대학장을 맡았으나 제국주의 국가들이 세계 대전을 일으킨 것에 반대하다 또 해직되었지요. 힘든 시절에 만나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은 자본주의 경제로부터 독립하여 자연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합니다. 박해 받는 불행한 지식인으로 계속 살기보다, 농촌으로 가서 손으로 밭을 일구고 집을 지으며 사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누구나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책을 읽으며 불필요한 욕망을 독소 제거하듯 빼고 좀더 여유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돈을 쓴다는 것은 다시 그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적게 벌고, 그보다 더 적게 쓰라."


(158쪽)


제 삶의 지표로 삼고 싶은 말씀입니다. 

조금 더 조화로운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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