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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출근길 안산자락길 여행

by 김민식pd 2020. 10. 29.

어느날 체중계에 올라갔다 깜짝 놀랐어요. 몸무게가 73킬로! 제 인생 최고의 체중을 기록했어요. 코로나가 터진 후, 동네 문화센터가 문을 닫아 탁구를 그만 두고 집에서 군것질만 계속 해서 그런가 봐요. 다시 걸어야할 때입니다. 부지런히 나가 걷습니다. 사람들이 없는 시간을 골라 다녀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 들고 동네 뒷산을 산책합니다. 야자수 매트가 깔린 길로만 다녀요. 안 그러면 등산화가 진흙투성이가 되니까요. 늘 같은 코스만 걸으니까, 새로운 걷기 코스를 발굴하고 싶어요. 출근길에 갈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고민하다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섭니다.

늘 그렇듯 새벽 5시에 기상했어요. 오늘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대신, 출근길 여행을 떠납니다. 혼자 조용히 아침을 챙겨 먹고 식구들 깨우지않게 살금살금 나옵니다.

6시에 전철을 탔어요.  텅 빈 지하철을 보니, 송출실 교대 근무 시절이 생각납니다. 오전 7시 반 교대라 그때도 새벽에 다녔거든요.

3호선 독립문 역에서 내리니 오전 6시 40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보입니다. 이제 걷기 여행 시작입니다. 


1987년 서울 구치소 시절 사진과 현재의 모습이 대비되어 보이는군요. 감옥에 갇힌 사람이냐, 자유인이냐, 그 차이는 자발성입니다. 옥중 새벽 기상은 괴롭죠. 더 자고 싶을 때 강제로 일어나 출석 점호를 해야 한다는 것은. 똑같이 새벽에 일어나지만, 하루를 더 풍성하게 즐기기 위해 일어나는 건 즐겁습니다. 자율과 타율 사이에 행과 불행을 나누는 경계가 있어요. 

이진아 기념도서관을 지나 안산 자락길을 오릅니다. 

무장애 보도라 하여,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도 숲 속 길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야트막한 경사로가 계속 이어지는 이 길을 참 좋아합니다.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 정상으로 향하는 것보다, 야트막한 경사로를 따라 주변 경치를 보며 천천히 걷는 게 더 좋거든요.

쉬엄쉬엄 안산 자락길을 걸어 반대편 서대문 구청에 왔어요. 시간은 오전 7시 40분. 딱 한 시간 동안 걸었네요. 

구청 앞, 따릉이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이제 홍제천으로 향합니다. 전날 네이버 지도를 보고 경로를 연구했어요. 안산자락길 끝에 서대문 구청이 있고, 구청 옆에는 홍제천 산책로 입구가 있어요. 

30분 정도 달려 상암동 MBC 사옥 앞에 도착했어요. 8시 10분이네요. 너무 일찍 도착했나봐요. ^^ 처음 가는 길은 여유있게 출발합니다. 산에서 한참 걷다 출근 시간이 다 되면 마음이 급해지고, 그럼 걷기 여행이 즐겁지 않거든요. 


안산자락길 걷기와 홍제천 자전거 타기를 조합해 출근했어요. 새로운 출근 경로를 찾아내어 기쁩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무언가를 내 삶에 더하고 싶어요. 책에서 읽은 깨달음이든, 새로운 길이든. 새로운 무언가를 더할 때, 어제와 다른 오늘이 만들어지고요. 그 결과 남다른 내가 만들어지겠지요. 

오늘도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하루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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