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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인천둘레길 여행

by 김민식pd 2021. 11. 17.

(작년에 블로그 휴업 전에 쓴 여행기입니다. 1년동안 비공개를 묵힌 글인데요. 1년 전 추억을 떠올리며 올립니다.)

2020년 10월 24일, 인천 수봉도서관에서 강연이 잡혔어요. 남들 쉬는 토요일에 일하러 인천까지 갔다가 그냥 오면 억울하지요. 간 김에 여행을 즐깁니다. 찾아보니 인천에도 둘레길이 있네요. 수봉도서관 근처 코스를 검색해봤어요.  

동인천역~중앙시장~배다리사거리~답동성당~신포시장~홍예문~자유공원~송원장로교회~공화춘~개항박물관~제물포구락부~자유공원 광장~인천역


0630 집에서 출발합니다.

0800 동인천역에 도착하니 8시. 이제 여행 시작입니다. 날씨가 쌀쌀해 이른 아침에는 좀 춥네요. 시장통이나 거리에도 아직 볼 건 없고요. 답동 성당에 갔어요.

꽤 큰 성당이네요.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성당 안, 경건한 분위기에 숙연해집니다. 성당을 나와 걷다 보니 길 이름이 개항로입니다. 쇄국정책을 하던 시절, 외세에 처음 문을 연 곳이 인천이죠. 일본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홍예문도 있고요. 


자유공원에 가니, 인천 상륙 작전의 주인공, 맥아더 동상이 보입니다. 예전에 미국 사람을 만나 맥아더 이야기를 했더니, 그 친구는 전혀 모르더군요. 미국인은 모르는데, 한국에서 유명한 미군 장성, 맥아더.

자유공원 바로 아래는 차이나타운이 자리잡고 있어요.

유명한 중화요리 반점들이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일본이 만든 홍예문, 미군의 맥아더 동상, 그리고 차이나타운. 이렇게 이어서 길을 걷다보니, 한국의 근대사가 한눈에 보이는 듯해요. 강제로 개항을 하고, 식민지가 되고, 전쟁을 치르고... 미국, 일본, 중국, 덩치 큰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참 잘 견뎌왔구나, 싶습니다. 

0900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직 한산한 차이나타운을 지나 월미도까지 걸어갔어요. 인천둘레길 13코스가 월미도거든요. 

0930 월미도에 있는 월미공원에 왔어요. 한국전통정원이 있네요.

아기자기하게 잘 가꾼 정원인데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서울에 이 정도 규모의 공원이라면 주말에 붐빌텐데...

혼자 공원 여기저기 쏘다니다 정자를 만나 책을 읽고 잠시 쉽니다. 노루도 있고, 호박이 주렁주렁 달린 터널 길도 있고, 걷는 재미가 있는 공원이네요.  

파란 하늘 아래, 기와집. 풍광이 참 좋아요.

기와집 너머로 보이는 게 월미산 같아요. 산을 오르는 산책로도 있겠군요.


한옥 뒤편 길을 걷다보니 전통정원에서 월미둘레길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옵니다. 

1000 월미산 둘레길 산책 시작. 나무 사이로 서해 바다가 보이는 멋진 길이군요. 전망대를 찾아갑니다.

오! 전망대 건물이 꽤 높은데요? 

꼭대기 옥상 전망대에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요. 

3층에는 북카페가 있어요. 


1015 정상 전망대 달빛마루 카페입니다.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이 3000원이에요. 한 층 아래 무료 북카페도 있지만, 오늘 저는 이곳 실버카페에서 책을 읽습니다. 여기가 전망이 더 좋구요. 볕이 잘 들어 따듯하거든요. 책 읽기 딱 좋아요. 지역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카페라,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서빙하십니다. 고시랑고시랑 밭일하며 수다 떨듯, 커피를 내리며 이야기꽃 피우십니다. 

오늘의 수다 주제는 건강인데요. '걸어다닐 때 무릎이 아프지 않은 것도 복이다.' '건강할 때 자꾸 다녀야 한다'는 말씀을 나누시는 걸 듣고, 걷기 여행을 더 자주 즐겨야겠다고 결심합니다.

1100 월미산을 내려와 갑문에서 버스를 탑니다. 동인천역 근처 신포시장으로 가요. 

시장 골목 안에 제가 좋아하는 신포 닭강정이 있거든요. 벌써 줄이 꽤 기네요. 속초에 만석 닭강정이 있다면, 인천에는 신포 닭강정이죠. 10년 전에 주말연속극 <글로리아> 촬영할 때 인천에 왔는데요. 그때 스탶 한 분이 닭강정을 몇 박스 사와서 다같이 나눠먹었는데 꿀맛이었어요. 역시 음식은 일하다 힘들 때 나눠먹는 게 최고죠. 오늘은 한 박스 포장해서 가져갑니다. 아이들이랑 나눠먹으려고요.

1230 신포시장에서 버스를 타고 수봉도서관으로 가는데요. 버스 하차 안내를 보니, '이번 정거장 수봉공원, 다음 정거장 수봉도서관'이라네요. 오후 2시 강연이라 아직 1시간 넘게 시간이 남았어요. 이럴 때는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공원을 걷습니다. 수봉 공원은 언덕 위에 있어요. 공원을 걷다보니 어디선가 꽹가리 소리가 들려옵니다. 


1250 수봉공원 옆에 있는 은율탈춤전수관 야외무대에서 정기전승공연을 하고 있어요. 범패와 작법무 공연이라고요. 이렇게 야외에서 국악 공연을 보게 될 줄이야! 오늘 참 운이 좋네요. 역시 뭐라도 해야 행운을 만나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부지런히 걸어다닌 덕에 이런 행운도 만나는 거지요. 일상에서 찾은 작은 행운에 감사하며 사는 것, 그게 행복이고요.

수봉공원을 내려오니 수봉도서관이 보입니다. 

1330 도서관에 들어가 강연 자료를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오늘의 강연 주제는 '굿바이, 스트레스'예요.

 
몇년 전 영종도서관에 저를 불러주신 사서선생님이 섭외를 하셨고요. 솔직히 저라고 왜 스트레스가 없겠어요. 다만 저는 고민이 생기면, 틈만 나면 나가서 걷습니다. 걷기만큼 좋은 취미도 없어요.

 

그날 길에서 만난 글귀. 

Cherish moments, not things 

물건이 아니라, 순간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삶은, 하루하루가 다 선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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