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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홍제유연 나들이

by 김민식pd 2020. 8. 5.

어느날 아침, 신문을 펼쳤다가 이런 기사를 봤어요.

'서울 도심에 시민들이 누릴 또 하나의 공공 문화예술공간이 마련됐다. 지난 50년 동안 방치된 유진상가 지하공간(서울 홍제동)이 미술작품 설치, 광장 조성 등을 하는 서울시의 ‘서울은 미술관’이란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재탄생한 것이다. 최근 개장한 공간에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홍제유연’(弘濟流緣)’이란 이름을 붙였다. ‘홍제천 물과 사람들의 인연이 함께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는 뜻이다.

홍제유연은 특별한 역사성·장소성을 지닌 곳이 현대미술과 만나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 주목된다. 홍제천을 가운데 둔 너비 30m, 길이 250m의 지하 터널 같은 이 공간은 사실 남북 분단과 산업화시대, 무분별한 재개발시대를 상징하는 현장이다. 1970년 홍제천을 복개, 그 위에 한국의 초기 주상복합건물을 대표하는 유진상가를 세우면서 지하공간이 만들어졌다. 유진상가는 군사용 방어시설이기도 해 유사시 건물을 폭파, 북한 탱크의 남진을 막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건물은 땅이 아니라 무너지기 쉽도록 100여개의 콘크리트 기둥 위에 세워져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07061441001

 

지상보다 아름다운 땅 밑 세상…홍제유연

서울 도심에 시민들이 누릴 또 하나의 공공 문화예술공간이 마련됐다. 지난 50년 동안 방치된 유진상가 지하...

news.khan.co.kr

홍제천은 제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때 달리는 길입니다. 잠수교를 건너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고 월드컵 공원에 가면 홍제천과 만나고요. 홍제천을 타고 가다 불광천에서 빠지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가 나옵니다. 이제 퇴근하는 길에 홍제유연을 찾아갑니다. 회사 앞에서 따릉이 (서울시 공유 자전거)를 타고 홍제천으로 가요.

 

 

이곳은 홍제천 인공폭포를 만나는 곳이에요.

 

 

안산 자락에 마련된 인공 폭포인데요. 서울 시내에서 이 정도 경관을 볼 수 있다는 점에 깜짝 놀라지요. 예전에 산악자전거를 타고 안산에 갔다가 발견한 곳입니다. 안산에서 백련산으로 가는 산행 코스도 서울 시내 좋은 트레킹 코스에요.

 

 

홍제천 위로는 내부순환도로가 있어요. 열린 홍제천길, 드디어 홍제유연의 입구로군요. 

 

 

'예술이 흐르는 물길'이라는 안내판을 만난 곳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관람동선을 따라 걷습니다. 

 

 

지하 공간입니다.

 

 

갤럭시 노트로 찍었는데요. 요즘 스마트폰은 감도가 좋아, 어두운 곳에서도 표현력이 탁월합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눈으로 볼 때보다 카메라가 더 선명하게 담아내는 것 같아요.

 

 

정말 멋진 공간이로군요.

저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여행하듯이 즐기며 삽니다. 3가지 덕분이지요.

첫째, 설렘의 힘이에요.

신문을 읽다 기사를 만났을 때, 설레야 해요. 이게 우선입니다. 설레는 마음이 있어야 찾아갈 수 있어요. 도서관 신간 서가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봤을 때, 설레야 해요. 그래야 읽을 수 있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설레야 해요. 그래야 촬영이 즐거워요. 결국 어떤 일의 시초에는 설레는 마음이 있습니다.

둘째, 감탄의 힘이에요.

피디로, 작가로, 블로거로, 오랜 세월 일하며 깨달았어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공이 들어간다는 걸요. 그걸 알기에 새로운 걸 보면, '우와아!'하고 탄성을 지릅니다. '애걔?' 하지는 않아요. 그건 만든 사람들에게 실례거든요. 저는 쉽게 감탄합니다.

셋째, 망각의 힘이에요.

1992년 이후, 매년 해외 여행을 다녔어요. 그러니 그동안 제가 본 곳 중에는 압도적인 풍광도 많았겠지요. 볼 때는 감탄하고 놀라지만, 지나면 재빨리 잊어버려요. 그 기억에 매여살지 않아요. 

 

 

훙제유연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몇 년 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본 '바실리카 시스턴'이에요. 1500년 전 로마 제국 시절에 지어진 지하수조입니다. 가서 보면 압도적인 풍광에 놀라지요. 하지만 지나면 바로 잊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풍광에 늘 놀라고 설레요. 

일상의 즐거움은 이 세 가지가 반복되면서 만들어져요. 새로운 걸 보고싶어 설레는 마음, 좋은 걸 보고 놀라는 마음, 그리고 시간이 지나 금세 잊어버리는 능력. 그래야 다시 새롭게 설렐 수 있거든요. 

홍제유연, 저는 좋았어요. 아마 과정이 즐거워서 그럴 거예요. 퇴근하는 길에 여행하듯이 자전거로 다녀왔으니까요.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하루하루의 일상이 즐겁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의 일상도 여행처럼 하루하루 새롭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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