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가 꿈이라는 어린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해줍니다. 피디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피디가 되어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요. 피디가 하는 일은 4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저널리스트, 아티스트, 엔터테이너, 비즈니스맨.

사람들에게 진실을 찾아 알리는 저널리스트의 일을 하고 싶다면, 시사 교양 피디,

예술가의 기질을 발휘해서 무언가 만들고 싶다면, 드라마 피디,

사람들을 재미나게 해주고 싶다면, 예능 피디,

제한된 자원으로 콘텐츠 제작을 관리하고 싶다면, 제작 피디.

 

MBC 입사했던 서른 살에 저는 나 자신이 잘 노는 딴따라라고 생각했어요. 춤추고 노래하고,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니, 예능 피디가 맞을 것 같았어요. 마흔쯤 되니까, 춤추는 것보다 책 읽는 게 편하더라고요. 글을 읽고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니 드라마 피디도 재밌을 것 같아 이직했어요. 요즘은 글을 쓰는 게 취미에요. 독서를 통해 배운 걸 사람들과 나누는 일, 이건 교사의 영역이 아닌가 싶은데요. 결국 하나의 직업 속에서 저는 다양한 전문가의 삶을 누려보고 있습니다. 

MBC 시사교양 PD 중,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다큐멘터리 피디가 된 김현기 피디가 있어요. 인간과 세상의 관계, 그리고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연출한 화제의 다큐 중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한 내용이 있는데, 이번에 책으로 묶어 냈어요.

<휴머니멀> (김현기 / 포르체)

저자는 책에서 영화 이야기를 꺼내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 미티는 '삶의 정수'가 담겼다는 표지용 필름을 분실해요. 월터는 필름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갖은 모험 끝에 사진가를 만나지만, 알고 보니 필름은 그의 주머니 속 지갑에 들어있어요. 그리고 사진작가가 찍은 '삶의 정수'는 대단히 희귀한 무언가가 아니라, 일에 몰두한 월터 자신의 모습이에요. 

'처음에는 '휴머니멀'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특별한 묘책을 찾아보고자 했다. 저 먼 아프리카와 미국, 태국, 일본, 이탈리아로 발품을 팔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삶의 정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묘책 같은 건 없었다. (...) '삶의 정수'는 바로 인간의 각성이다. 이제껏 제어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인간의 탐욕을 지금부터라도 정면으로 응시하고, 멈춰내겠다는 결심. 그것이 이 기울어진 공존의 균형추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유일한 희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동물보호 활동가가 될 수는 없고, 될 필요도 없다. 환경운동에 투신하거나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이 유일한 해법도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일상 속에서 생태계를 위한 작은 실천을 행하는 것. 이 각성이 주는 자괴감과 위기감에 비추어, 해야 할 일에 나서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멀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존을 향한 작지만 담대한 첫걸음이 아닐까.'

(281쪽)

 

화제의 다큐, <휴머니멀>을 인상깊게 보신 분이라면, 책을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방송을 못 보신 분이라도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고민하신다면, 도움이 될 책입니다. 

교육학을 전공한 피디가,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공부하고요. 자신이 배운 것을 책으로 나눕니다. 

철없는 딴따라로 살던 피디는, 후배의 책을 통해 세상을 공부하고요.

오늘도 배움이 있어 즐거운 하루입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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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랑 2020.08.04 0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념있는 피디님들,
    개념있는 배우님들 넘나 멋집니다.

    공즐세 학당 모든 학동님들
    지금 이순간 평화로우시길요~ 🙏

  2. 귀차니st 2020.08.04 0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피디님의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3. 아솔 2020.08.04 08: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피디님이 추천해 주셨던 <마녀체력>을 읽고 있어요. 늘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4. 꿈트리숲 2020.08.04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다큐를 전체 다 본건 아니지만
    코끼리 파잔에 대한 내용을 보고 너무나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파잔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고 그랬는데요. 어떻게 하면
    인간의 탐욕이 멈출 수 있을까, 동물과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 끝없는 생각이 이어지더라구요.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움이 필요하겠어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동물이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거겠죠.

    공존의 전제 조건은 배움, 그것도 인간이 먼저
    배워야한다는 걸 되새깁니다.

  5. 아리아리짱 2020.08.04 0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피디님 아리아리!

    오늘도 <공즐세 학당> 에서 자연과 함께
    동물과 공존하며 지구별에서
    살아가야하는 삶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져야하는 삶의 자세에 대한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6. 김주이 2020.08.04 1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아침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글을 보았는데,
    PD님의 글을 보니 다시 한번 저의 하루, 제가 사용하는 것들을 돌아보게됩니다.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며 제가 줄여야 할 것들을 고민하는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7. 춈덕 2020.08.04 1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지금 어떤 PD의 길을 걷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ㅎㅎ

  8. 나겸맘 리하 2020.08.04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월터가 표지 필름을 잃어버리고 나서
    전전긍긍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마지막 표지를 보며 각성하던 장면도요.

    삶의 정수는 다름아닌 공존을 위한 각성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놓치고 사는 삶이
    어찌 건강하고 풍요로울 수 있을까요?

    저도 20여년 전부터 동물쇼 관람을 하지 않는데요.
    임순례 감독님의 카라가 테마동물원을 상대로
    3년전 승소도 했었죠.
    가깝게는 영장류 쇼를 관람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9. 부산남자 2020.08.04 2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 자신을 아는것이 중요한것 같아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10. 달빛마리 2020.08.05 2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글을 읽고 두 가지 생각이 나네요. 어느 책에서 꿈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가 되어야 한다는 글을 읽었어요. 단순히 꿈이 선생님이면 안되고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요. 피디님은 어떤 피디님이 되고 싶은지 꿈이 명확하셨으니 전진하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사진 작가인 부모님을 따라 아프리카 야생에서 살게 된 소녀의 이야기인데요. 그 책을 보면 아프리카 어느 동물과도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우리가 평소에 위험하게 생각하는 동물들 조차도 친구가 되고요. 자연은 인간이 침범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 듯 한데 결국 모든 것이 자본에 의해, 자본을 위해 파괴되는 모습이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