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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꿈꾼다면

by 김민식pd 2020. 8. 4.

피디가 꿈이라는 어린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해줍니다. 피디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피디가 되어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요. 피디가 하는 일은 4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저널리스트, 아티스트, 엔터테이너, 비즈니스맨.

사람들에게 진실을 찾아 알리는 저널리스트의 일을 하고 싶다면, 시사 교양 피디,

예술가의 기질을 발휘해서 무언가 만들고 싶다면, 드라마 피디,

사람들을 재미나게 해주고 싶다면, 예능 피디,

제한된 자원으로 콘텐츠 제작을 관리하고 싶다면, 제작 피디.

 

MBC 입사했던 서른 살에 저는 나 자신이 잘 노는 딴따라라고 생각했어요. 춤추고 노래하고,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니, 예능 피디가 맞을 것 같았어요. 마흔쯤 되니까, 춤추는 것보다 책 읽는 게 편하더라고요. 글을 읽고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니 드라마 피디도 재밌을 것 같아 이직했어요. 요즘은 글을 쓰는 게 취미에요. 독서를 통해 배운 걸 사람들과 나누는 일, 이건 교사의 영역이 아닌가 싶은데요. 결국 하나의 직업 속에서 저는 다양한 전문가의 삶을 누려보고 있습니다. 

MBC 시사교양 PD 중,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다큐멘터리 피디가 된 김현기 피디가 있어요. 인간과 세상의 관계, 그리고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연출한 화제의 다큐 중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한 내용이 있는데, 이번에 책으로 묶어 냈어요.

<휴머니멀> (김현기 / 포르체)

저자는 책에서 영화 이야기를 꺼내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 미티는 '삶의 정수'가 담겼다는 표지용 필름을 분실해요. 월터는 필름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갖은 모험 끝에 사진가를 만나지만, 알고 보니 필름은 그의 주머니 속 지갑에 들어있어요. 그리고 사진작가가 찍은 '삶의 정수'는 대단히 희귀한 무언가가 아니라, 일에 몰두한 월터 자신의 모습이에요. 

'처음에는 '휴머니멀'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특별한 묘책을 찾아보고자 했다. 저 먼 아프리카와 미국, 태국, 일본, 이탈리아로 발품을 팔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삶의 정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묘책 같은 건 없었다. (...) '삶의 정수'는 바로 인간의 각성이다. 이제껏 제어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인간의 탐욕을 지금부터라도 정면으로 응시하고, 멈춰내겠다는 결심. 그것이 이 기울어진 공존의 균형추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유일한 희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동물보호 활동가가 될 수는 없고, 될 필요도 없다. 환경운동에 투신하거나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이 유일한 해법도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일상 속에서 생태계를 위한 작은 실천을 행하는 것. 이 각성이 주는 자괴감과 위기감에 비추어, 해야 할 일에 나서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멀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존을 향한 작지만 담대한 첫걸음이 아닐까.'

(281쪽)

 

화제의 다큐, <휴머니멀>을 인상깊게 보신 분이라면, 책을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방송을 못 보신 분이라도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고민하신다면, 도움이 될 책입니다. 

교육학을 전공한 피디가,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공부하고요. 자신이 배운 것을 책으로 나눕니다. 

철없는 딴따라로 살던 피디는, 후배의 책을 통해 세상을 공부하고요.

오늘도 배움이 있어 즐거운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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