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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제보를 기다립니다

by 김민식pd 2020. 7. 31.

제가 즐겨가는 영화관은 메가박스 강남입니다. 시즌 할인권을 사면, 영화 3,000원 할인에 콤보 3,000원 할인이 되거든요. 민서랑 둘이 가서 영화를 보고 근처 '고양이 부엌'에서 즉석 떡볶이를 먹고 집까지 걸어서 옵니다. 이게 우리의 주말 루틴이었어요. 코로나로 극장 나들이가 뜸해지기 전에는... ㅠㅠ 나들이를 가지 않아 떡볶이 먹은지 한참 되었는데 문득 떡복이가 당깁니다. 요조님이 쓴 책 때문이에요.

<아무튼, 떡볶이> (요조 / 위고)

제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 중 하나에요. 저자들이 주제를 하나씩 골라 가볍고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가는데요. 요조님의 떡볶이 이야기도 재미있어요요. 작가님의 어린 시절의 추억도 나옵니다.

'여름 오후에 그냥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운 좋게 우연히 발견했다. 간판도 없었고, 유리창에 무슨무슨 분식이라고 적힌 것도 없었다. 그냥 정체불명의 가게가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애들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메뉴도 떡볶이 한 가지였다. 환호라도 지를 수 있을 만큼 신이 났지만 겉으로는 티가 나는 법이 없는 나, 신수진은 그저 능구렁이처럼 슬그머니 들어가 빈자리에 앉아서 아주머니가 떡볶이 일인분 줄까, 라고 물을 때 고개를 끄덕했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도봉동에서의 삶의 질은 급속도로 달라졌다.'

맞아요. 맛있는 떡볶이 가게 하나만 찾아도 동네에서의 삶은 확 바뀌지요.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먹어봤는데요. 한국인의 소울 푸드, 떡볶이도 독보적이에요. 어떻게 요로코롬 매콤한 것이 요로코롬 당기는지... 어린 요조가 즐겨찾던 가게는 어느날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려요. 

''사라졌다'는 표현이 이 경우에는 좀 무색할 것 같다. 간판이고 뭐고 떡볶이집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그 어떤 표식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늘 열려 있던 가게 문이 닫혀 있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뿐이었다.'

중학생 신수진은 큰 배신감을 느꼈어요. 이사를 간 건지, 몸이 안 좋아 진건지,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한 건지,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고요. 상호도 없고, 연락처도 없는 가게였으니까요. 

'이 지면을 빌어 이 떡볶이집을 아는 사람의 제보를 기다린다. 서울 도봉동의 북서울중학교 인근, 간판도 없이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팔았던 그 가게를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 가게의 존재만 아는 사람이어도 좋고, 그 가게에서 떡볶이를 먹어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그 떡볶이 가게를 그 시절 아이들은 어떻게 불렀는지, 그 떡볶이에 들어간 것이 쫄면이었는지 당면이었는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을 기다린다.' 


떡볶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나옵니다. 책을 읽다, 문득 제가 좋아하는 떡볶이 가게를 꼽아보고 싶어졌어요.

1위는 분당 구미동 '피카츄 분식' 라볶이

아내의 친정 근처에 있는 가게입니다. 비슷한 가게를 찾지 못해, 라볶이 먹으러 일부러 분당까지 갈 때도 있어요.

2위, 강남역 '고양이 부엌' 즉석 떡볶이

아이들과 영화를 보고 찾는 곳이고요. 순대랑 맛탕도 맛있어요.

3위는 은광여고 앞, '작은 공간'입니다.

여기서 즉석 짜장떡볶이를 먹고 옆에 있는 홍팥집에서 4500원짜리 빙수를 사서 먹는 걸 좋아해요. 화끈화끈 얼얼한 입을 차갑고 달달하게 녹여주죠. 

요조 작가님을 향한 팬심으로 글을 블로그에 옮겼어요. 도봉동의 이름없는 떡볶이 가게를 아시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노원프라자빌딩 지하 영스넥, (스낵이 아닙니다.) 에서 요조님이랑 셋이서 접선하고 싶네요. 영스넥 이야기는 책으로 확인해보세요~ 

떡볶이를 좋아하시는 분은 재미나게 읽으실 거예요. 저처럼 요조님 팬이라면, 더더욱 좋구요. 

떡볶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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