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즐겨가는 영화관은 메가박스 강남입니다. 시즌 할인권을 사면, 영화 3,000원 할인에 콤보 3,000원 할인이 되거든요. 민서랑 둘이 가서 영화를 보고 근처 '고양이 부엌'에서 즉석 떡볶이를 먹고 집까지 걸어서 옵니다. 이게 우리의 주말 루틴이었어요. 코로나로 극장 나들이가 뜸해지기 전에는... ㅠㅠ 나들이를 가지 않아 떡볶이 먹은지 한참 되었는데 문득 떡복이가 당깁니다. 요조님이 쓴 책 때문이에요.

<아무튼, 떡볶이> (요조 / 위고)

제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 중 하나에요. 저자들이 주제를 하나씩 골라 가볍고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가는데요. 요조님의 떡볶이 이야기도 재미있어요요. 작가님의 어린 시절의 추억도 나옵니다.

'여름 오후에 그냥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운 좋게 우연히 발견했다. 간판도 없었고, 유리창에 무슨무슨 분식이라고 적힌 것도 없었다. 그냥 정체불명의 가게가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애들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메뉴도 떡볶이 한 가지였다. 환호라도 지를 수 있을 만큼 신이 났지만 겉으로는 티가 나는 법이 없는 나, 신수진은 그저 능구렁이처럼 슬그머니 들어가 빈자리에 앉아서 아주머니가 떡볶이 일인분 줄까, 라고 물을 때 고개를 끄덕했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도봉동에서의 삶의 질은 급속도로 달라졌다.'

맞아요. 맛있는 떡볶이 가게 하나만 찾아도 동네에서의 삶은 확 바뀌지요.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먹어봤는데요. 한국인의 소울 푸드, 떡볶이도 독보적이에요. 어떻게 요로코롬 매콤한 것이 요로코롬 당기는지... 어린 요조가 즐겨찾던 가게는 어느날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려요. 

''사라졌다'는 표현이 이 경우에는 좀 무색할 것 같다. 간판이고 뭐고 떡볶이집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그 어떤 표식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늘 열려 있던 가게 문이 닫혀 있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뿐이었다.'

중학생 신수진은 큰 배신감을 느꼈어요. 이사를 간 건지, 몸이 안 좋아 진건지,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한 건지,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고요. 상호도 없고, 연락처도 없는 가게였으니까요. 

'이 지면을 빌어 이 떡볶이집을 아는 사람의 제보를 기다린다. 서울 도봉동의 북서울중학교 인근, 간판도 없이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팔았던 그 가게를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 가게의 존재만 아는 사람이어도 좋고, 그 가게에서 떡볶이를 먹어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그 떡볶이 가게를 그 시절 아이들은 어떻게 불렀는지, 그 떡볶이에 들어간 것이 쫄면이었는지 당면이었는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을 기다린다.' 


떡볶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나옵니다. 책을 읽다, 문득 제가 좋아하는 떡볶이 가게를 꼽아보고 싶어졌어요.

1위는 분당 구미동 '피카츄 분식' 라볶이

아내의 친정 근처에 있는 가게입니다. 비슷한 가게를 찾지 못해, 라볶이 먹으러 일부러 분당까지 갈 때도 있어요.

2위, 강남역 '고양이 부엌' 즉석 떡볶이

아이들과 영화를 보고 찾는 곳이고요. 순대랑 맛탕도 맛있어요.

3위는 은광여고 앞, '작은 공간'입니다.

여기서 즉석 짜장떡볶이를 먹고 옆에 있는 홍팥집에서 4500원짜리 빙수를 사서 먹는 걸 좋아해요. 화끈화끈 얼얼한 입을 차갑고 달달하게 녹여주죠. 

요조 작가님을 향한 팬심으로 글을 블로그에 옮겼어요. 도봉동의 이름없는 떡볶이 가게를 아시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노원프라자빌딩 지하 영스넥, (스낵이 아닙니다.) 에서 요조님이랑 셋이서 접선하고 싶네요. 영스넥 이야기는 책으로 확인해보세요~ 

떡볶이를 좋아하시는 분은 재미나게 읽으실 거예요. 저처럼 요조님 팬이라면, 더더욱 좋구요. 

떡볶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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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랑 2020.07.31 06: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의 소울푸드는 엄마가 더이상 만들지 않습니다. 기억이나 하시는지ㅜㅜ

    요즘 동네 이마트 뒤 토박이 아주머니 상추가 너무 맛납니다. 안나오는 날일지도 모르는데 혹시나 하고 아주머니 덕분에 산책을 합니다. 다른 사람 헛걸음 치면 안된다고 저한테 많이도 안파시는데요. 전번이라도 따고픈 마음입니다.

  2. 섭섭이짱 2020.07.31 07: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떡볶이하면 다들 추억이 있을텐데...
    저도 어릴때 학교 앞 문방구옆 분식집에서
    먹던 떡볶이가 생각나네요.
    컵볶이라고 해서 컵에 떡볶이를 넣어주던건데..
    양도 적당하고 가격도 싸고
    어린시절 학교 끝나면 일일 일컵 하던게 생각나네요.

    떡볶이가 웬만하면 다 맛있어서
    맛집이라고 정해서 찾아가서 먹는곳은 없지만
    최근 알게된 여기 괜찮더라고요.
    잠원역 근처 <잠원떡볶이>
    거기 단골이 ㄱ ㄱ 학교 교장쌤이
    자주가는곳이라 학생으로써 몇번 갔었는데..
    교장쌤은 볼 수 없었다는 ㅠ.ㅠ

    요조 작가와 피디님과 같이 같이
    떡볶이 함 먹어보고 싶은데
    북서울중학교가 어딘지도 모르는
    저는 뒤에서 응원만 하고 갑니다
    꼭 제보자가 나타나길 바라며...
    만약 제보가 들어와 영스넥에서 떡볶이 회동을
    한다면 후기 블로그에 꼭 남겨주세요.

    그럼, 7월 마지막날이자 금요일 즐겁게 보내세요.
    해브어나이스위켄드으인유스캠프

    • 섭섭이짱 2020.07.31 0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떡볶이하니 이 곡을 안 들을수가 없네요..
      오늘은 이 노래로 아침을 엽니다.....
      DJ DOC 의 그 노래.....

      <허리케인 박 >

      오오 오오 오오
      오오 오오 오오

      오랫만에 만난 그녀
      떡볶이를 너무 좋아해
      찾아간곳은 찾아간곳은
      찾아간곳은
      신당동 떡볶이집
      떡볶이 한접시에 라면
      쫄면 사리 하나
      없는돈에 시켜 봤지만
      그녀는 좋아하는
      떡볶이는 제쳐두고
      쳐다본것은 쳐다본것은
      뮤직박스안에 DJ 이라네
      무스에 앞가르마
      도끼빗뒤에 꽂은
      신당동 허리케인 박
      허리 허리 케인 박

      신당동 허리케인 박
      뮤직박스안에 허리케인 박
      삼각관계

  3. lovetax 2020.07.31 07: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저도 떡볶이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유년시절을 대전에서 보낸 저는 대전에서 "바로그집"이란 떡볶이가 제일 맛있었어요 ㅎㅎ 서울에서는 숙대앞 달볶이~ 홍대에서는 그나마 찾은 것이 조폭떡볶이 ㅎㅎㅎ 저 책속의 떡볶이 집 제보가 들어오면! 꼭 후기 들려주세요~ 왕궁금하네요:) 즐건 주말 되세용

  4. 오달자 2020.07.31 08: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카츄분식...ㅎㅎ
    지금도 있나요? 예전에 후배가 구미동 살어서 자주 갔었는데....

    여고 시절 제일 생각나는 식당이 떡볶이집이더라구요.
    대구에서 학교를 다닌 저는 동성로 중앙초앞에 있는 중앙 떡볶이가 먹고 싶네요.
    30년도 더 지난 현재, 그 떡볶이집의 존재가 궁금합니다.

    추억은 떡볶이를 타고~~~

  5. 김주이 2020.07.31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전에 학교 앞에서 리어카를 끌고와서 떡볶이를 파시던 아주머니가 생각납니다.
    한 솥 떡볶이를 만들어오셔서 컵에 담아 파셨는데, 그 컵볶이의 맛이 기가 막혔지요👍👍
    추억이 방울방울 생각나는 아침이네요^^

  6. 아리아리짱 2020.07.31 10: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피디님 아리아리!

    정말 오늘은 추억은 떡볶이를 타고 입니다.
    주말은 떡볶이랑요`!

  7. 달빛마리 2020.07.31 1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소는 다르지만 저도 요조님이랑 같은 추억과 기억이 있어요. 간판도 제대로 없었던 학교 앞 떡볶이 집이 어느 순간 없어져서 얼마나 속상했던지 몰라요.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여러 번 시도해 보지만 똑같은 맛을 낼 수가 없어 매번 아쉬워요. 모두에게 떡볶이의 추억이 있을 것 같아요 :)

  8. 꿈트리숲 2020.07.31 1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억을 방울방울
    떡볶이는 츄릅츄릅
    아~~ 지금 마냥 떡볶이가 먹고 싶네요 ㅎㅎ

    저도 중학교때 즉떡의 신세계를 알려준
    이름도 가게도 없는 간이 천막이 생각납니다.
    하교길에 항상 들르던 그곳, 라떼는 말이야~ 라고
    해도 어쩔수없이 딸에게 자주 말하곤 합니다.
    그 천막에서 먹은 즉떡이 인생 떡볶이라고요^^
    그 천막이 저에게 말도없이 사라져서 서운한 맘이
    아직도 있는데, 저도 제보자를 찾아볼까봐요 ㅋㅋ

    인생 떡볶이를 찾아 말씀하신 세 곳을 나중에
    순례한번 해야겠습니다. 순례자의 마음으로
    경건하게 조신하게 떡볶이를 음미해보겠어요~~

  9.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7.31 15: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떡볶이는 자기 동네 어귀 어디에 있는 각자의 떡볶이 집이 맛있는 법이죠 훔훔 ㅋㅋ

  10. Laurier 2020.07.31 17: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찌찌뽕이요~ 저도 며칠 전에 이 책 읽고 책이 참 독특하면서도 요조님 답다란 생각도 들고 아무튼 참 좋았어요. 작가님 떡볶이 순위에 은광여고 떡볶이 집이 있네요. 여기 사람들이 그렇게 괜찮다고 하던데 저는 아직도 못 가봤어요. 매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못 가봤어요. 저 고등학교 다닐 때 떡볶이 집도 아직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직접 들어가 먹어보지는 않았네요. 아무튼 이 아무튼 떡볶이를 통해 좋은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났답니다. 오늘도 공감 글 감사합니다~

  11. 코코 2020.07.31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추천하신 떡볶이 집 가보고 싶어요~ 궁금하네요 ^^ 저도 요조님의 이 책을 읽고 떡볶이를 여러번 사먹었었어요 ㅎㅎ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피디님!

  12. 보라코치 2020.07.31 2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께서 요조님의 팬심을 담아 글을 쓰셨듯
    저도 팬심을 담아 댓글을 씁니다.

    저는 보라코치 '윤민경'이라고 합니다.

    제가 '국제도서주간 릴레이'바통을 받게되었는데
    PD님을 다음 주자로 '감히' 지목했어요.
    받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https://blog.naver.com/yoyomi2n/222047613022

    유튜브에서 우연히 PD님 강의도 듣고 책도 읽고 종종 블로그도 방문해 글을 읽고있어요.
    PD님으로 인해 제 삶의 큰 변화가 있었어요.
    바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다는 거죠.
    제 블로그 8할은 김민식 PD님께서 만들어주신거나 다름이 없죠.
    1일 1글쓰기를 10개월째 이어오고 있어요. (중간중간 조금씩 빠진적도 있지만요ㅎㅎ)

    마침 PD님 신간 책을 읽으려고 하던 찰나에 바통을 받았으니 뭔가 운명같았어요. 헤헤

    저는 꼬꼬독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도 받은 적이 있어서 나름 팬부심도 있답니다.

    제가 광교에 사는데요, 다음에 기회를 주신다면 저희 집에서 멀지 않은 피카츄 분식에서 라볶이를 대접하고 싶어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13. 아빠관장님 2020.08.01 0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떡뽁이를 좋아하셨군요~
    전 아내 때문에 떡뽁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

  14. 나겸맘 리하 2020.08.02 1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떡볶이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신당동 떡볶이 타운에 가보기도 했었죠.
    그러다 제가 더 좋아하게 되었네요.
    떡볶이에 얽힌 자신들만의
    추억과 느낌이 다 있을텐데
    이 책 읽으면 그 시절들이 다 소환될 듯 합니다~

    <아빠의 아빠가 됐다>로 울컥해진 마음이
    <자본과 이데올로기>로 새로운 세상을 꿈꿔 보게도 하고
    <아무튼 떡볶이>로 삶의 소소한 기쁨을 찾아 가게도 하네요.
    저는 떡볶이 맛집은 잘 몰라도
    리뷰 맛집은 '바로 여기'라는 걸 알아요^^
    좋은 책과 서평으로 든든하게 배 채우고 돌아갑니다.
    피디님, 편안한 일요일 되세요~

  15. 저녁노을함께 2020.08.06 22: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가 떡뽂이여서 반갑네요. 80년대 최애음식. 친구와 추억이 오롯이 들어있는...참..세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