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책을 내면서 깨닫는 건, 출판 시장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이번 책을 낼 때도, 고민이 많았어요. 예전의 영어공부, 글쓰기, 여행책에 비해 판매가 쉽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정치 사회 분야 책인데, 제가 그 분야에서 이름 난 저자도 아니고요. 개인적 의무감에 쓴 책이지만, 출판사 입장을 생각하면 고민이 많지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강연과 각종 행사를 뛰자!'였습니다. 전국을 돌며 강연회도 하고, 저자 싸인회도 하며, 직접 영업을 하자!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다 취소되었어요....... 엉엉엉.......
어제는 온라인 서점 세 곳에서 '오늘의 책'으로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사람들의 서점 나들이가 뜸해 판매가 쉽지는 않다네요.... 엉엉엉........
인생은 참 어렵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된 일이 이렇게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내 삶에도 영향을 주니까요. 이번 일의 교훈은, 어쩌면 세상은 생각보다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 는 걸까요?
'연결의 힘'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책을 주문했다는 블로그 손님들의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페이스북에 책 표지 인증샷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희망입니다. 마치 홍수 피해난 곳에 찾아온 온정의 손길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희망은 연결에 있구나... 하고요.
알라딘에 올라온 리뷰를 읽는데, 글쓴이 닉네임이 '마태우스'입니다. 이건 서민 교수님의 아이디인데?! 서민 선생님의 흑역사로 알려진 데뷔작 제목이거든요. '마태우스-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스타'. 선생님이 남겨주신 리뷰를 소개합니다.
서문은 고질라 꼬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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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서문은 얼마나 중요할까?
인터넷 서점이 자리잡기 전, 그러니까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책을 살 때,
서문은 책을 살까 말까를 결정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리뷰와 별점이 다 공개되는 이 시대에서
서문을 보고 책을 사는 사람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책의 엑기스를 담고 있는 게 서문인지라,
여전히 서문은 힘이 있다.
서문 얘기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이하 질 때)를 읽었기 때문이다.
MBC 피디인 김민식이 공정방송을 위해 싸웠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서문은,
지금껏 내가 읽었던 어느 책의 서문보다 더 아름다웠다.
다 읽고 한동안 가슴 벅차하다가,
은근히 화가 났다.
아니 이분은 서문에 목숨을 걸었나? 왜 이렇게 서문을 멋지게 쓰는 거야?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 서문은 그저 시작이었고, 훨씬 아름답고 엄청난 이야기가 그 뒤에 나오는구나.”
책을 다 읽고 나자 다시금 화가 났다.
아니 이분은 책에 목숨을 건 거야 뭐야?
이게 민폐일 수도 있는 게,
이렇게 대단한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에게 다른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아닌가?
비슷한 시기에 책을 출간해 버린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물론 김민식은 이 책 전에도 나름의 독자층을 거느린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그의 책들은 한정된 독자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영어에 목마른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책이었고,
<매일 아침 써봤니?>는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한 책이었다.
그런데 <질때>는 하루하루 비루한 삶을 이어가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여기 해당되지 않는 이가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난 저자가 갑자기 큰돈이 필요해진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헐뜯기만 했으니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 한 가지만 쓰고 글을 마치련다.
김민식은 MBC의 투쟁 도중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쳐 유명해졌다.
내가 그였다면 자신의 투쟁을 어필하는 책을 가장 먼저 출간했을 것 같다.
정권이 교체되고 MBC 노조의 투쟁이 승리로 귀결됐던 그때,
승리의 공신 중 한 명인 김민식의 투쟁기가 나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겠는가?
하지만 김민식은 그 책 대신 영어공부에 관한 책을 썼고,
그 이후에도 글쓰기 책과 여행에 관한 책을 썼다.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컨텐츠의 힘이지,
그가 했던 투쟁 덕을 본 게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은 지금, 그는 이제야 자신의 투쟁기를 쓴다.
이 책을 쓴 이유도 “나 열심히 싸웠다”를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화두로 삼아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버틸 수 있는 팁을 주자는 게 이 책의 목적,
보다 많은 이들에게 <질때>가 읽힌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나은 곳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이 책을 온몸을 다해 추천하는 이유다.
엉엉엉...... 바이러스가 저를 힘들게 하더니, 기생충 교수님이 도와주시는군요. 엉엉엉... 역시 죽으란 법은 없나봐요. 글을 읽으며 감동의 쓰나미가...
아래 알라딘 링크에서 위 글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책을 사주시고 리뷰를 남겨주시는 여러분이 모두 저의 은인이십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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