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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10월의 어느 멋진 하루

by 김민식pd 2019. 11. 4.

10월 26일 토요일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어요. <10월의 하늘> 강연 행사가 있는 날이거든요. 정재승 교수님이 10년 전 시작한 행사인데요. 

과학자가 10대 청소년을 위해 강연 기부를 하자는 취지로 만든 행사입니다. 전국 도서관에 과학자와 강연자들이 찾아가는 프로그램에 저도 몇 번 참여를 한 적이 있어요. 올해 제가 강연을 하는 곳은 부산 금곡 도서관입니다.

그날따라 평소보다 더 일찍 깼어요. 시계를 보니 4시 반이군요전날 밤 읽던 <페인트>를 읽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합니다. <페인트>이야기는 따로 시간을 내어 할게요.


식구들이 깊은 잠에 빠진 토요일 새벽 5시 30분, 조용조용 상을 차려서 혼자 먹습니다. 6시에 집을 나와 수서역에 가니, 6시 40분7시 부산행 열차를 탑니다.


오늘은 SRT 특실을 타고 갑니다. 지방을 자주 다니는 편이라, 할인쿠폰이 생겼어요. 일반실 요금에 특실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인데요. 이런 날 나 자신을 위한 선물처럼 씁니다. 

오늘 기차에서 읽으려고 가져온 책은 <에스에프 에스프리>입니다. SF에 대한 종합 입문에요. SF는 정말 방대한 세계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책갈피로 쓰는 <체르노빌> 상영회 티켓입니다. 관광지 입장권이나 항공권, 뮤지컬 티켓 등 즐거운 추억이 담긴 물건을 책갈피로 씁니다. 왓챠 플레이에 올라온 드라마 <체르노빌>, 올해 최고의 드라마를 극장 스크린으로 만났어요.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려 책갈피로 쓰고요. 책을 읽다 문득 드라마가 던져준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달리는 열차 밖으로 강이 보이면 한참을 봅니다. 부산 가는 열차 선로는 강물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바다까지 가거든요. '저 길이 내가 작년에 달린 낙동강 자전거 길인가?'하면서 바라보지요.

부산역에 도착하니 오전 9시 30분입니다. 금곡 도서관에서 오후 2시 강연인데요. 이곳에서 전철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도서관에 1시 30분까지 도착하는 게 목표입니다. 

오늘 저는 부산 영도 카페 투어를 갑니다. 일하러 왔지만 그 와중에도 잠깐의 여행을 즐깁니다.강연을 앞두고 여행을 할 때, 저는 <미션 임파서블>의 헌트 요원이 됩니다. 시계의 초침이 째깍째깍 흘러 가는 걸 느낍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최소 시간 최대 행복이라는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0930 부산역을 출발하여 0950 영도에 새로 생긴 명물 카페 <젬스톤>에 도착했어요. 와보니1030 오픈이라고 되어있네요. 여행 준비하며 검색한 블로그에서는 10시 오픈이라 했는데, 그새 바뀌었군요. 제한시간 2시간 내에 3곳을 들러야하는데 벌써 일정 차질인가요? 이럴 때 잽싸게 다시 걷습니다. 뭐라도 해야해요.

영도에는 작은 조선소가 많고요. 부두에는 대형 건설 장비를 실은 배들이 정박해 있어요. 희안한 장비를 실은 배도 많네요. 


해군 장교 출신 어느 어르신께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인생은 운이다."

해군 전함이 순시를 나가면 10일 이상 해역을 순찰하며 보낸답니다. 망망대해 사방에 눈에 보이는 건 하나도 없어요. 지루하니까 장교들과 마작을 하며 시간을 떼우는 함장도 있대요. 그러다 하루는 북한 잠수정이 어부가 놓은 그물에 걸린 걸 발견합니다. 함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특진을 하고 별을 달지요. 뭍에 상륙하면 수병들이 나가서 휴가를 즐기는데요. 술에 잔뜩 취한 해병이 늦은 밤 함선에 복귀하다 선교에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익사하기도 한답니다. 지휘 책임을 물어 중령은 징계를 받고요. 진급 심사에서 감점을 당해 별을 달기 힘들어지기도 한대요. 별을 달고 못 달고는 운이래요. 

인생에서 무엇이 되고 안 되고는 누구도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에 집중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즐기려고 합니다.

드디어 오전 10시 30분! 젬스톤의 문이 열리고 입장합니다.



수영장을 카페로 개조한 영도의 새로운 명물, <젬스톤> 
내일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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