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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

키보드워리어와 아가리파이터

by 김민식pd 2020. 1. 24.

MBC 노조부위원장으로 한창 파업을 하던 2012년 6월 참여연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공영방송 파업에 대해 참여연대 회원들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KBS에서는 최경영 기자가 오고, MBC에서는 제가 갔어요. 저보다는 이용마 기자가 어울리는 자리였지만, 다양한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와 피디 각 한 명씩 불렀대요. 

저는 쫄보라 파업 관련 행사 출연 섭외를 받으면 겁이 덜컥 납니다. 내가 뭐라고 감히 언론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이런 걱정이 들고요. 무엇보다 저는 코미디 피디라 진지한 자리에서 엄숙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걸 잘 견디지 못해요. 그럼에도 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럴 때 저는 웃길 작정으로 나갑니다. 참여연대에서 연락이 왔을 때, 생각했어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을 설명하는 일은 '우리 시대의 참언론인' 최경영 기자에게 맡기자. 나는 단지 그 자리에서 재미를 돋구는 코미디 피디의 역할을 하는 거다.' 이게 제가 힘든 일을 해야 할 때,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방식입니다. 나보다 잘 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이라고요.

최경영 기자는 <9시의 거짓말>이라고, 이명박 정권 하에서 KBS 9시 뉴스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증언하는 책을 썼다가 해고되었어요. 저는 <서늘한 간담회>라는 파업 홍보 팟캐스트에서 마이크를 잡고 사장님을 칭송한 죄로 정직 6개월을 받았고요. 글을 써서 잘린 최경영 기자는 키보드 워리어고, 입을 놀려 징계를 받은 나는 아가리파이터라고 소개해서 사람들의 웃음을 끌어냈지요. 

최경영 기자는 해고 뒤 징계를 거쳐 박근혜 시절에 엄혹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뉴스타파>에서 활약하다 지금은 KBS <최경영의 경제쇼>를 진행하고 있어요. 평소 저는 최경영 기자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오프닝 멘트를 보며, 경제 감각을 익힙니다. 좋은 글이 많이 올라오거든요. 작년에 최경영 기자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본인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해달라고. 힘든 시절, 함께 고생한 분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갑니다. 그런데 그때는 그게 힘들었어요.

MBC 직원으로 일하고 있기에, 평일 외부 활동을 하는 경우, 신고하고 연차를 내는데요. 작년에는 강연을 요청하는 곳마다 쫓아다녔더니 5월에 1년치 연차가 다 소진되었어요. 최경영 기자님께 말씀드렸죠. "2020년 새해가 되면 다시 연차가 생기니, 그때 갈게요."

잊지 않고 1월에 다시 불러주셨고요. MBC 피디가 KBS에 출연하여 즐거운 수다를 나눴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공유합니다. 설 연휴 중 시간 나실 때 보시어요~

그럼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경험콜렉터 김민식PD가 알려주는 유쾌한 소비생활! '테크 중 최고는 처테크'> ^^

https://youtu.be/wj15Y74nt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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