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도서전에 갔습니다. 책벌레를 위한 최고의 축제지요.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대만 부스를 보니 무척 반갑습니다. 제 책을 2권 연속 판권 수입한 나라입니다. 저자에겐 은인의 나라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대만에 가서 저자 싸인회 하는 게 꿈입니다.
KBS에서 야심차게 꾸민 코너도 있군요. '요리 인류' 모두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입장권에 3천원 할인권이 찍혀 있으니, 그걸로 책을 사고 싶어요. 한참을 돌아다니다 <한자와 나오키>(이케이도 준 / 이선희 / 인플루엔셜)를 만났어요. 일본에서 대히트한 드라마의 원작입니다.
저자 이케이도 준은 은행원으로 일하다, 글을 쓰기 위해 퇴사한 사람입니다. 그가 쓴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은 은행 내부 사정에 밝고 정교한 묘사가 압권입니다. 이후 <하늘을 나는 타이어>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정작 그의 대표작인 <한자와 나오키>는 안 들어오더군요.
한국에서는 안타깝게도 미디어2.0에서 출간된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후로 해외 판권이 막혀서 더는 번역 출간이 안 되고 있는 상태이다. 정 읽고 싶으면 원서를 구해서 볼수 밖에 없다.
2019년 6월 10일, 인플루엔셜 출판그룹에서 한자와 나오키 1,2권을 출간하였다! 판권 문제가 해결이 된 듯 하다. 또한,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전 4권)뿐만 아니라 변두리 로켓 시리즈까지 출간 예정으로 보인다.
(출처 : 이케이도 준 나무 위키)
도서전에서 만나니 반갑더군요. 1권 2권, 두 권을 샀습니다. 주말에 민서랑 키자니아에 갔는데요. 아이가 노는 동안 저는 <한자와 나오키> 1권, '당한 만큼 갚아준다'를 읽었어요. 책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분식회계라고?"
다음 날 아침, 재무 분석 결과를 보고한 한자와를 향해 아사노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심정은 이해한다. 최악의 결과다. 아사노는 신하로부터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은 폭군처럼, 사실 자체보다 그것을 보고한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위의 책 55쪽)
이 책은 직장 생활 백과라 봐도 좋아요. 전형적인 폭군형 상사를 이렇게 묘사하는군요. 드라마 연출로 일하며, 저는 현장에서 화를 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합니다. 누군가 나쁜 소식을 가져왔을 때, 절대로 메신저를 쏘면 안 됩니다. "감독님, 배우 000씨가 오늘 못 온다는데요?" "뭐야, 이 자식아? 넌 스케줄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이러면 안 되요. 잘못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전에 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됩니다. 나쁜 소식을 가져온 사람에게 화를 내면, 아무도 내게 나쁜 소식을 전해주지 않아요. 주위에 입바른 충언을 하는 사람도 사라지죠. 그럼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고독한 폭군만 남아요.
갑질 행태로 뉴스에 뜨는 CEO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지요. '아니, 저 사람은 저런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나?' 폭군은 자신의 잘못을 몰라요. 주위에는 간신배만 남아서, "네, 잘하셨습니다." 짝짝짝, 이러거든요.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 아무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내가 완벽한 상사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포악한 리더가 되었기 때문일 지도 몰라요. 왜 다들 간신배가 될까요? 공포심 때문이지요.
"은행의 가장 나쁜 점은 이 세상에서 은행이 제일이고 은행원이 아니면 먹고 살 수 없다고 공포심을 부채질하는 거지."
(332쪽)
직장의 가장 나쁜 점이에요. 나가면 죽는다고 겁을 줍니다. 2012년 MBC 파업 중, 경영진이 해고를 남발할 때, 그 기준은 앞장서서 싸우느냐, 뒤로 숨느냐였어요. 앞장서서 싸운 사람을 자르면, 그게 본보기가 되어 굴복하고 복종하는 사람만 남거든요. 방송사에 입사하여 기자로, 피디로, 자부심을 갖고 살던 사람들에게 그 꿈을 죽인 겁니다.
'세상에서 은행을 어떻게 말하든, 그곳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은행에 인생을 걸고 있다. 피라미드형 구조의 당연한 결과로써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패인이 무능한 상사의 지시에 있고 그것을 모르는 척하는 조직의 무책임함에 있다면, 이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모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런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이런 조직을 만들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333쪽)
누군가 나의 업을 빼앗고, 내가 사랑하는 조직을 망가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의 뒷표지에는 이렇게 나와있어요.
'부당한 갑질은 참지 않는다.
부정한 비리는 밝혀내고야 만다.
싸움을 걸어온 자는 끝까지 무릎을 꿇린다.'
570만 부가 팔린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하는 자라면, 한자와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밉살스런 상사에게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까요?
제가 찾은 답은 2권의 제목에 나와있어요.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오늘 하루도 버티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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