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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소유와 욕망의 행복 방정식

by 김민식pd 2020. 3. 11.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이후, 거의 500년간 세계는 갈수록 발전하는 팽창사회였습니다. 이제 고도성장기는 끝나고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고도성장기에는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퍼집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멈추면, 사회가 수축하기 시작하며, 부의 편중이 심화됩니다. 2017년 새로 창출된 전 세계 부의 82퍼센트를 상위 1퍼센트가 차지한 반면, 인구의 절반인 37억 명은 재산이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상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책이 있어요.

 <수축사회> (홍성국 / 메디치)

'이 책은 2008년 이후 진행되고 있는 수축사회의 모습과 생존방식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는 시도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과 경제적 이권을 둘러싼 싸움은 점점 더 첨예해지고 종교와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지구적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세대 간, 성별 간, 인종 간 갈등은 잠재적 시한폭탄과 같다. 파이의 전체 크기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방위 갈등이 제로섬 전쟁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디플레이션이나 경제위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전환 현상에 '수축사회'라는 이름을 붙인다.'

책을 보면 수축사회의 5가지 특징이 나옵니다. 

1. 원칙이 없다 : 이기주의

2. 모두가 전투 중 : 입체적 전선

3. 눈앞만 바라본다 : 미래 실종

4. 팽창사회를 찾아서 : 집중화

5. 심리게임 : 정신병동

책을 읽으며 혀를 둘렀어요. 막연하게 제가 느끼던 문제를 증권분석가, 경제분석가의 예리한 눈으로 해석해냅니다. 이분, 자신의 확실한 언어를 가진 전문가로군요. 미국, 중국, 유럽 등 각 나라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도 탁월합니다.  제가 책에서 관심을 갖고 읽은 대목은 수축사회를 돌파하는 요령 5가지입니다. 

1 '원칙을 세우고 지켜라'

고도성장기에는 원칙을 피하고 편법을 이용하는 것도 경영에 도움이 됩니다. 파이가 커지고 있기에 원칙을 어겨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거든요. 이제는 아닙니다. 기업주나 권력자의 '갑질'이 드러나면 바로 망합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나 개인의 생존은 어려워요. 경쟁이 치열할수록 공정성이 중요한 시대가 됩니다. 이럴 땐 원칙을 지켜야해요.

 2. '미래에 집중하라'

팽창사회에서는 미래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하던 대로 열심히만 하면 성공이 보장되거든요. 그 시절에는 공부든 투자든 열심히 하면 성과가 보장됩니다. 앞으론 아닙니다. 시장이 줄어들고 기회가 줄어드는 수축사회에서는 기존 관습대로 하면 망합니다. 이제 새롭게 미래를 예측해야 합니다. 고도성장기를 누린 과거가 아니라 저성장에 들어선 미래에 집중해야 하고요. 그러려면 삶의 방식을 변화해야 합니다.

3. '창의성이 답이다'

수축사회에서는 팽창사회에서 사용한 무기를 재활용할 수 없어요. 팽창사회에서 통용되던 무기는 남들도 다 가지고 있거든요. 경쟁자가 모방할 수 없는 나만의 무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무기를 만드는 능력이 바로 창의성이지요.

4. '남다른 무기를 개발하라'

수축사회에서는 내 편을 많이 만들어야 위기를 극복하기 쉬워집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매력 자산이라고 합니다. 인간적인 매력, 공감능력 등 심리적 요인이 과거보다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5. '사람을 조심하라'

천문현상을 제외하고 모든 위기는 사람이 만듭니다. '사람을 조심하라'고 하면 사고 칠 인간을 잘 걸러내라는 말 같지만, '스스로를 경계하라'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사고 쳤을 때, 나 자신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거든요. 평소 행동을 살피고 삼가야합니다.

책의 끝에서 저자는 폴 새뮤얼슨의 행복 방정식을 소개합니다.

행복 = 소유(성취, 소비) / 욕망 (탐욕, 기대)

분자가 소유고, 분모가 욕망입니다. 소유를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면 행복해집니다. 소유를 키우는 것이 팽창사회형 행복 추구입니다. 분모인 욕망을 조절하는 것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나타난 수축사회의 모습이지요. 평등, 분배, 효과성을 이데올로기로 삼으며 공정 사회, 포용 성장, 지속 가능성, 소확행, 미니멀리즘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소비를 줄이고, 욕망을 줄여야 하는 시대가 왔어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은 수축사회가 원인이고요. 해법은 사회적 자본을 높이는 일입니다. 소수에 집중되는 부의 편중화를 막고, 모두가 공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지구촌 차원에서의 공생과 이타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수축사회 해결의 유일무이한 방안이다.' 

(380쪽)

책장을 덮고도 오랜 시간 고민이 이어집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소유를 늘릴 것인가? 욕망을 줄일 것인가? 수축사회에서는 후자가 답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욕망을 절제하는 삶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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