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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이제 몸을 챙깁니다

by 김민식pd 2020. 1. 17.

어느 40대 직장인이 회식을 마치고 일어서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갑니다. 심한 빈혈 상태였는데요. 원인은 위궤양으로 인한 만성 출혈이었습니다. 가끔씩 어지럽고 속이 불편했지만, 늘 참고 야근을 하고 술을 마셨어요. 위장의 출혈이 멎지 않아 오랜 세월 병원 신세를 집니다. 이제 몸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한창 일로 바쁜 시기에 몸이 말썽을 부려 이게 뭐하는 건가 싶어요.

이 분, 입사한 이래, 제대로 쉰 적이 없었대요. 이끌어줄 만한 선배도 없는 지방대 출신이라 자신의 힘으로 임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새벽까지 일 하느라 회사에 간이침대를 놓고 잠을 자기도 했고요. 열심히 사는 것이 삶에 대한 열정이라 생각했어요. 주변에서 건강 좀 챙기라고 말했지만 그때마다 “아플 시간도 없어”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이 나쁜 마부처럼 느껴졌습니다. 좋은 마부는 말이 짊어질 수 있는 적당한 짐을 실어 나르게 하고, 말의 상태를 잘 살펴 가며, 말이 잘 쉬고 잘 먹도록 합니다.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는 말이 고맙기 때문에 한 생명으로 대하고 잘 보살핍니다.

나쁜 마부는 눈앞의 이익에 욕심을 냅니다. 말에게 적절한 양보다 늘 더 많은 짐을 실어 나르게 하고, 먹이나 휴식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일을 시킵니다. 당장 몇 푼의 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말이 힘들어서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아프면, 말에게 채찍질을 합니다. 걷지 못할수록 더 세게 후려칩니다.

그 끝은 무엇일까요? 말이 쓰러지고 병들어 죽는 것입니다. 나쁜 마부에 말은 그냥 돈벌이 수단에 불과합니다.’ 

(21쪽)

 

<이제 몸을 챙깁니다> (문요한 / 해냄)

정신과 의사인 문요한 선생님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다 반성했어요. 몸을 더 챙겨야겠어요. 정신과 상담을 하는 선생님을 찾아오는 분들은 마음이 불편해서 오시는데요. 마음이 힘들 때는 몸을 챙겨야 합니다. 명상에서 마음 챙김을 Mindfulness라고 하는데요, 문요한 선생님은 Bodyfulness 바디풀니스를 권합니다. 바디풀니스 즉 ‘몸챙김’이란, 일상에서 순간순간 따뜻한 주의를 몸에 기울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몸을 희생시켜서 합니다. 잠을 줄여서 공부를 하거나, 살을 빼서 사람을 만나거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몸을 희생시킵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공장 관리자의 통제 하에 하루 16시간 중노동에 시달렸던 적도 있어요. 그 시절 봉제 공장의 노동자는 잠 안 오는 약을 먹어가며 밤샘 작업을 했어요.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지금은 누가 우리를 피곤하게 할까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억압이 외부에서 주어질 때와 달리 내부에서 주어지면 착취는 더욱 심해집니다. 자신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현대 사회에서 몸은 착취의 도구이거나 전시의 도구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과로를 하거나, 과한 운동을 하거나, 과한 체중 감량을 하지요. 가끔 TV를 보던 딸들이 TV에 나오는 배우와 저를 번갈아 보며 말하지요. “아빠도 저 사람처럼 복근 좀 만들면 안 돼?” “아빠도 운동 좀 해서 몸을 만들어 봐.” 왜 이러는 걸까요? 저는 딸에게 “너도 공부해서 전교 일등 좀하면 안 돼?” 이런 말 한 적 없거든요. 공부나 일을 하라는 말은 꼰대의 잔소리로 취급하면서 타인의 몸에 대한 평가는 걱정에서 비롯한 충고나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TV에 나오는 배우와 비교하지 마세요. 그 분들은 하루에 몇 시간씩 몸매 관리를 받고요. 그게 직업인 사람입니다. 아니 처음부터 타고난 몸매가 좋아서 연예계에 진출할 수 있었어요. SNS에 올라오는 건 전 국민 중에서 가장 몸매가 자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에요. 전교 일등이 성적표를 올리면, 그거 보고 자괴감을 갖지는 않잖아요? “사람이 겸손하지 못하게, 저게 뭐하는 거야?” 그러면서 몸매 좋은 사람이 올린 사진을 보면 부러워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몸에 바라는 기대 점수는 높고, 실제로 몸에 대해 매기는 점수는 낮아요. 자신의 몸 점수를 낮게 평가하면 우리의 몸은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고 심한 경우,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다이어트가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몸을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보지 않고, 단지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자기 사랑이 아닌 자기혐오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수치심, 분노 그리고 혐오와 같은 부정적인 에너지로도 우리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와 성취는 지속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까지 파괴시키고 맙니다. 사랑과 존중 그리고 수용에 바탕을 둔 변화만이 자신과 조화를 이루고 지속될 수 있습니다.’

(39쪽)

정신과 의사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 때 어떻게 할까요? 문요한 선생님은 그냥 걷는다고 하십니다. 특별히 어디를 가려고 걷는 것이 아니라 발길 따라 그냥 걷는다고요.

‘몸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의 고통과 스트레스에 대한 응급조치가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힘든 감정과 복잡한 생각을 맞서 싸우려하기보다 일단 몸부터 움직여보세요. 몸의 변화는 당신의 생각과 느낌에 영향을 줍니다.’

(108쪽)

몸을 챙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수면이지요. 잘 자기 위한 4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야 합니다. 수면 습관에 중요한 것은 규칙성입니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면 점점 더 일정한 시간에 졸리게 됩니다.

둘째, 졸릴 때 잠자리에 누워야 합니다. 좋은 수면 습관은 머리가 아니라 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시간이 돼서 잠자리에 눕는 것이 아니라 졸릴 때 눕는 것입니다.

셋째, 잠자리에서는 생각이 아니라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생각을 안 하려고 애쓰기보다 몸에 주의를 기울일 때 가능합니다.

넷째, 수면 환경을 정비해야 합니다. 침대는 오직 수면을 위해서만 사용합니다. 침대에 누워 잠이 올 때까지 독서, TV 시청, 스마트폰 사용, 음악 감상, 통화 등을 하면 뇌가 혼란에 빠집니다. 침대에 눕는 것을 수면으로 들어가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활동의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침대는 잠을 자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분, 존재감이란 몸과 마음의 교집합입니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함께 하는 사람은 존재감이 100입니다. 몸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딴 곳에 가 있다면 그 사람의 존재감은 미미해지고요.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머물러야 합니다. 일할 때는 몸과 마음이 함께 일을 하고, 쉴 때도 몸과 마음이 함께 해야 우리는 깨끗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몸챙김’은 결국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머무르는 것을 말합니다.

문요한 선생님이 가족 상담을 하다 보면 그런 분이 있대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예의 바르고 공손하고 친절한데 같이 사는 가족에게는 화도 잘 내고 지나치게 엄격한 사람. 이런 사람은 가족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불친절한 사람이랍니다. 자존감이 낮아 자신의 몸에 대해서도 불친절하고요. 몸을 평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 여기기보다 부끄럽게 여기고 감추거나 억압하거나 함부로 대한다고요.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다면 몸에 대한 친절부터 시작하라고 권하십니다. 친절을 베푸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사를 건네는 거지요? 일상에서도 몸에게 말을 건네는 겁니다. 짧은 인사말을 하거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늘 어때?” “안녕!”정도로요. 이제는 제 뱃살에도 따뜻한 인사말을 건네고 싶네요.

이 책이 참 좋은 게 몸을 챙기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준다는 겁니다. 그중 가장 간단한 것을 여러분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하루 2분 바르게 앉기 훈련’입니다. 척추를 쭉 펴고 수직적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호르몬의 분비가 달라진답니다. 코르티솔이 줄고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늘고요. 자세 교정뿐 아니라 마음 훈련의 방편이기도 합니다. 지금 유튜브를 보시는 분들도 함께 해보시면 어떨까요?

1. 의자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 척추를 바로 세웁니다.

2.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여 양쪽 엉덩이의 좌골을 느껴봅니다.

3. 양쪽 좌골에 체중이 균형 있게 실리도록 합니다.

4. 양 발바닥이 바닥에 밀착되도록 발을 움직입니다. 대략 양 무릎의 각도가 90도 정도일 때 발바닥과 바닥의 접촉이 잘 이루어집니다.

5. 양 어깨를 펴고 시선은 정면의 약 15도 위를 바라봅니다.

6. 양손은 무릎을 감싸거나 혹은 옆으로 가만히 늘어뜨립니다.

7. 2분 동안 호흡과 신체 내부 감각에 집중해 봅니다.

(161쪽)

100세 시대, 오래도록 함께 가야할 소중한 자산, 몸을 더 챙깁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독,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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