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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내 인생을 성장시킨 최고의 습관

by 김민식pd 2019. 9. 17.

평소에 강연을 즐겨보는 저의 오랜 꿈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하는 것입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내고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강연으로 그 꿈을 이뤘죠.

저는 꿈을 이루면, 바로 목표를 상향조정합니다. 빈도를 높입니다. (강도가 아니라요. ^^)

이제 저의 꿈은 매년 책 한 권을 낼 때마다 <세바시>에 출연하는 겁니다.

세바시 강연 3부작의 완결편이 올라왔어요. 대본도 같이 올립니다. 

블로그에 매일 올리는 글은, 저의 하루하루 삶에 대한 반응입니다.

찾아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여러분의 반응 덕분에 더욱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꼬꼬독 꼬꼬독, 꼬리에 꼬리는 무는 구독, 김민식입니다. 아, 여기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군요. 
여러분, 꼬꼬독이 뭔지 아십니까? 네, <꼬리에 꼬리는 무는 구독> 혹은 <꼬리에 꼬리는 무는 독서>라고 세바시에서 만든 책 소개 유튜브 채널입니다. 제가 진행을 맡았는데요. 채널 개설한지 두 달 만에 구독자수가 벌써 2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살다보니 참 별일이 다 있습니다.  
영상을 올리면 이런 댓글들이 달립니다.
‘이분 오늘 첨 보는데.. 말씀 잘하시네요. 얼굴도 동안입니다. 30대 후반이나 40초로 보임.. 운동 좀 하시나봅니다.’ 네, 저 쉰둘입니다.
‘김피디님 웃는 모습 어마 아름답습니다.’
‘며칠 전 꿈에 작가님이 멋진남으로 나오셔서 데이트하는 꿈을 꿈 속에서 이루었습니당 ㅋㄷㅋㄷ 
영상으로 자주 볼 수 있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종의 환각 상태에 빠진 분들이 댓글을 쓰시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 시대 미적 기준에 심각한 오류가 생긴 걸까요?
저는 댓글들을 보며, 세상에는 천사가 존재한다는 걸 믿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들이 저의 외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유가 뭘까? 고민을 해보니, 어쩌면 잘 웃는 저의 습관 때문인 거 같습니다. 저는 웃음이 헤픈 남자거든요.
어렸을 때, 대학 가서 연애하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대학 입학 후 소개팅 나갈 때마다 차였어요. 스무 번 연속 차인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울을 보고 결심했습니다. 비주얼이 안 되니 오디오로 승부하자. 오디오가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재미난 이야기로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책을 읽으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같은 잡지에서 ‘웃음이 명약’이라든지 재미난 사연 모음 코너를 즐겨 읽고요. 유머 화술에 대한 책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5 대 5 미팅에 나가서 웃기는 이야기로 좌중의 이목을 끌려고 최선을 다했다가....... 또 망했습니다. 다들 못생긴 남자가 왜 저렇게 오바하지? 하고 쳐다보시더라고요. 결국 못생긴 비호감으로 찍혔어요. 다시 좌절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저는 항상 책에서 답을 찾습니다. 처세술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깨달았어요. 사람들은 자신의 말만 하는 사람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걸. 다음부터는 미팅에 나가 대화를 선점하기 애쓰기보다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웃어주기만 했어요. 
잘 웃기는 사람이 되는 건 어려워도, 잘 웃는 사람이 되는 건 쉽습니다. 누구나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신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웃어주면 흥이 납니다. 신이 나서 더 재미난 이야기를 꺼내놓지요. 웃어주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재미없는 사람은 없어요. 재미없는 청중이 있을 뿐이지. 귀 기울여 잘 들어보면 누구에게든 배울 점이 있고요,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요. 
오늘 함께 강연하시는 홍성태 교수님의 <그로잉 업>을 보면 경영에서 케이오펀치를 노리는 대신 가벼운 잽을 날리라고 하십니다. 여러분, 웃음의 행복도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요. 케이오펀치 한 방으로 좌중을 웃기려고 하는 사람은, 대화의 흐름을 타기보다 큰 거 한 방 욕심내느라 엉뚱한 타이밍에 독한 개그를 던지고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집니다. 뭐야, 이거 안 웃겨요? 아, 사람들이 이걸 이해를 못하나보네? 하다가 폭망합니다. 화술에서 중요한 건 케이오펀치가 아니라 잽이고요. 잽은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반응을 해주는 걸로 충분합니다.
드라마 감독으로 일하며 신인 오디션을 봅니다. 면접을 볼 때, 저는 짧고 간단한 질문을 툭툭 던지면서 가볍게 배우의 순발력을 알아봅니다. 미리 전달한 대본을 외워서 연기를 해달라고 주문하는데요. 의외로 우리가 보내준 대본을 외우지 않고 오는 신인이 많아요. 그러고는 대신에 본인이 준비해온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가서 아주 극성이 강한 장면의 메소드 연기를 보여줍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아귀한테선 밑에서 한 장, 정마담도 밑에서 한 장, 나 한 장. 아귀한테 다시 밑에서 한 장, 이제 정마담에게 마지막..”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저는 이야기를 하죠. 그런 센 장면 말고, 그냥 가족끼리 편안하게 앉아 밥 먹는 장면 연기해보라고. 그냥 친구 만나 수다 떠는 장면을 해보라고. 그럼 당황합니다. 연기는 무조건 극성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기 실력도 강도가 아니라 빈도예요. 좋은 배우는 액션보다 리액션을 더 잘해요. 자신이 준비해간 연기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상대역을 하는 배우의 연기를 보고 톤을 맞춰줍니다. 그런데 신인들은 센 것만 욕심내니 상대 배우와 흐름이 깨어지고 톤이 튑니다. 
감독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출도 액션이 아니라 리액션입니다. 많은 분들이 드라마 감독은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리더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액션을 지시하는 감독이 아니라 리액션이 좋은 방청객입니다. 청춘 시트콤 <뉴 논스톱>을 연출할 때, 촬영장에 나가면 9명의 배우들과 한 명의 감독이 일하는 겁니다. 이때 제가 지시하는 대로만 찍으면 한 명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로 방송을 만드는 거고요.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고 배우들이 준비한 걸 그대로 찍잖아요? 그럼 다음부터 9명의 배우들이 각자 아이디어를 내고 애드립을 짜옵니다. 한 명이 웃기는 것보다 아홉 명이 웃길 때 훨씬 더 재미있고 다양한 웃음이 만들어집니다. 시트콤 감독은 웃기는 사람이 아니라 잘 웃는 사람입니다.  
잘 웃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삶은 하루하루가 즐거워야 합니다. 삶이 괴로울 때도 즐거워야 합니다. 삶이 즐거워지는 방법 중 하나는 괴로운 삶에서 물리적인 거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지요.
인생을 성장시키는 습관 중 하나는 힘들 때 여행을 떠나고, 휴식과 모험을 통해 삶의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좋은 리액션을 기르는 연습, 여행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을 갈 때, 사람들의 리액션은 세 가지로 나뉩니다. 동남아 여행 갔다가 현지 원주민 민속공연을 본다고 해봐요. 
첫 번째 부류는 리액션이 없습니다. 팔짱 끼고 앉아 ‘저거 TV에서 다 본 건데, 뭐 여기까지 와서 저걸 보나. 그래, 얼마나 잘 하나 보자.’하고 심사하듯 봅니다. 관객 반응이 시큰둥하니 공연자도 흥이 나지 않아 무대가 달아오르지는 않아요. 여행이 끝나면 기억은 금세 잊어지지요. 리액션이 없으면 기억도 사라집니다.
두 번째 부류는 열광적인 리액션을 보여줘요. 박수치며 환호하면서 봅니다. “우와, 저거 TV에서 본 건데, 실제로 볼 날이 올 줄이야. 역시 인생은 오래살고 볼일 이야!”하면서 신기해하죠. 환호하고 박수를 치며 열광하니까 공연자들도 흥이 나서 더 멋진 퍼포먼스가 이어집니다. 여행이 끝나도 오래가는 추억이 됩니다.
세 번째 부류는 리액션이 액션으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무대 막바지, “자, 지금 보신 민속춤을 직접 배우고 춰보실 분?”하고 물으면 손을 들고 달려 나갑니다. 열광적인 반응으로 공연을 함께 했기에 공연자들도 반갑게 무대 위로 부릅니다. 무대에 올라가니 갑자기 무대 뒤에서 어른 팔뚝만한 아나콘다를 가져와 목에 둘러줍니다. “저희 부족은 뱀의 후손이고요. 조상님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는 의미로, 이렇게 뱀을 목에 감고 춤을 춥니다.” 뱀이 고개 앞에서 쉭쉭 거리고 얼굴은 파랗게 질려갑니다. 이를 본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오죠. 결국 뱀을 목에 감고 엉거주춤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의 춤사위 하나하나가 그날 공연의 최고 하이라이트가 됩니다. 관객이 아니라 공연자의 한 사람이 되고요. 이분은 구경을 하러 왔다가 진짜 자신의 인생 경험담을 만들게 됩니다.
 


남미 여행을 갔다가 스카이다이빙 여행 상품 광고를 봤어요. 가슴이 설레었어요. ‘저것도 해보고 싶다!’ 그 리액션은 다시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낙하산을 메고 비행기를 탔는데요. 뛰어내리기 정말 싫었어요.


저는 45초간 자유낙하를 하면서, 아래 풍경을 감상할 줄 알았거든요. 저 아래 호수가 정말 빠른 속도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내 뒤에 조교는 낙하산을 펼 생각을 안 해요. 
제 인생 가장 짜릿했던 45초였습니다.
스카이다이빙 광고 전단을 보고 리액션이 시작됩니다. 가슴이 설레었어요. 그 반응은 다시 행동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인생을 만듭니다.  

인생을 성장시키는 습관, 좋은 반응으로 행동을 만드는 건데요. 가장 쉬운 길은 뭘까요? 우리가 매일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 있지요? 책에서 좋은 글귀를 만나면 찍어둡니다. 길에서 예쁜 풍경을 보면 찍어둡니다. 아, 좋다! 하고 사진을 찍는 게 첫 번째 반응이고요. 여기에 나만의 생각을 글로 만들어 온라인에 올리는 겁니다. 내가 본 것은 세상이지만, 내가 쓴 글은 나의 생각입니다. 세상에 반응해 무언가를 만드는 가장 쉬운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반응으로 인생을 성장시키는 습관, 지금 시작해볼까요?

지금까지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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