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오랜 시간 암과 싸워온 이용마 기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은 2년 전, <비즈 한국>에 올린 글로 고인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돌아보려고 합니다.

부디 아픔없는 곳에서 편히 쉬기를...

 

지난 2017년 10월 24일, 저는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평생 로맨틱 코미디를 만든 딴따라 피디가 어쩌다 이런 귀한 상을 받게 되었을까 부끄러웠습니다. 생각해보니 친구를 잘 사귄 덕분입니다. MBC 노동조합 집행부로 함께 일한 이용마 기자는 제게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가르쳐준 친구이자 스승입니다. 

2012년 MBC 노동조합 집행부로 일하던 이용마 기자와 저는 MB 정부의 언론장악에 반대해 170일간 파업을 했습니다. 그때 조계종에서 MBC 노조원들을 템플스테이에 초대하고 싶다고 연락했어요. 오랜 파업에 지친 조합원들의 심신을 달래주고 싶다고요. 수십 명의 조합원들이 가족과 함께 산사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스님과 차담을 나눴습니다. 이용마 기자는 쌍둥이 아들을, 저는 딸들을 데리고 갔는데요, 그때 보니 파업 현장에서 열혈 투사인 이용마 기자도 아들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아빠더군요.

영화 ‘공범자들’을 보면, 이용마 기자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암 투병을 하면서 어린 아들들에게 주는 글을 쓰고 있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좋은 스승이, 그 좋은 아빠가, 아들들을 위해 쓰는 글은 어떤 글일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차마 보여 달라는 말은 못하고 있는데 마침 책으로 묶여 나왔기에 책이 나온 첫날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이용마는 MBC 기자로 입사한 후, 사회 경제 문화 통일외교 검찰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 기자로 일했습니다. 2011년 MB 정부의 언론 탄압이 정점으로 치닫던 시절, 노동조합에서 온 홍보국장 제의를 차마 뿌리치지 못해 맡게 되는데요, 이후 2012년 MBC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됩니다. 해직기자로 살던 그는 2016년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고 요양 중입니다. 어린 아들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삶과 한국 사회에 대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냈어요.

'선진국이 되는 최고의 조건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신뢰가 쌓이고 사회가 제대로 굴러간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국민소득 3만, 4만 달러와 같은 물질적 가치가 아니라 바로 신뢰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332쪽(이용마, 창비)

손석희 앵커는 이용마를 일컬어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천이 참 어렵습니다. 촛불 혁명 덕에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용마 기자는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고 말합니다.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면, 혁명 다음엔 수구 반동 세력의 반격이 이어지거든요. 4·19혁명은 불과 1년 만에 5·16 쿠데타로 무너지고, 1980년 서울의 봄은 5·17 쿠데타에 짓밟힙니다. 1987년 6월 항쟁도 6·29선언과 야당의 분열로 결실을 맺지 못했지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 정부 10년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이어진 것도 그렇고요. 수구 세력의 저항이 그렇게 무섭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우선이라고 이용마 기자는 강조합니다. 지난 9년, 가장 철저하게 망가진 곳이 검찰과 언론입니다. 공직 부패에 눈감은 검찰과 비판에 재갈을 물린 언론은 국정 농단 사태의 ‘공범자들’입니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지난 1년간의 촛불 혁명이 이를 증명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정부의 개혁 의지를 뒷받침하는 국민의 강력한 지지가 필요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강한 의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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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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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리아리짱 2019.08.22 07: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제 마음이 이렇게 안타까운데 피디님 마음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이용마 기자님 우리사회에 꼭 필요하신분,

    우리공동체를 아름답게 변화시키실 분이
    가셔서 많이 마음이 아픕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넘쳐 흐르기를 바라신 기자님,
    그 몫은 이제 남은 우리들의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 최수정 2019.08.22 0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젠 편히 쉬시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 꿈트리숲 2019.08.22 0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기사 보고 마음이 먹먹했어요.
    작가님도 생각이 났고요.
    절친이 세상을 떠나는 아픔은 제가
    아직 겪어보지 못해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가신 분의 뜻이 담긴 책이 남아있기에
    살아 남은 우리들은 그 책으로 슬픔을
    달래볼 수 있겠다 싶어요.

    정의를 외치면 해고와 죽음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이 반겨준다는
    명제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생각이 듭니다.
    좋은 세상 우리가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용마 기자님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5. 써니데이 2019.08.22 0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이용마 기자님 소식을 접하고 PD님 생각도 같이 났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6. GOODPOST 2019.08.22 0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 kbs뉴스에서 mbc 기자 이용마 고인의 죽음 소식을 접했습니다.
    어떤 분이기에,, 타방송에서,,보도를 하나 자세히 들어보았더니.
    "이 시대 세상은 바꿀수 있다"고 믿었던 큰 기자님의 죽음이었습니다.
    그 분이 뿌린 씨앗은 우리들의 마음에 남아있고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지식인들은 믿고 따를 것입니다.
    오늘 아침 한번 더 "신뢰" 단어를 떠올립니다.

    부디 아픔없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용마 기자님!

  7. 에가오 2019.08.22 08: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동안 애써주셔서 고맙습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8.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08.22 0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라는 직업이 이렇게 위대한 줄 몰랐어요.
    요즘 인터넷 댓글에 보면 기레기다.. 뭐다.. 기자라는 직업이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이 되는데요.
    물론 몇 명은 기자의 본분을 망각한 이들이 있을 겁니다. 검찰의 뒤에 숨어서 언론을 조장하거나 왜곡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pd님 이용마 기자님의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9. vivaZzeany 2019.08.22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 늦게 뉴스를 접하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프지 않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마음에 새길 수 있는 글을 오늘도 올려주신 PD님, 고맙습니다.

  10. 햇살사람 2019.08.22 1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이용마 기자님 뉴스를 보고 마음이 아프면서 피디님 걱정도 함께 되었습니다.
    이렇게 고인의 가는 길을 밝혀주시는 친구분이 계시기에 돌아가신 이용마기자님도 마지막까지 외롭지 않으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힘든 와중에도 글로서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라보고 마음 다질 수 있게 해주시는 피디님 감사합니다.
    이기자님의 책 아직 안 읽어봤는데 읽어보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 혜혜심심 2019.08.22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은 바꿀수 있습니다>
    제목에서 희망이 보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한걸음은 나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야겠지요.

    괜스레 숙연해지는 아침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2. 토리이모 2019.08.22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용마 기자님 별세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김pd님이 생각났어요
    좋은 동료분들이 계셔서 하늘에서도 맘 편하실 겁니다

  13. 보리랑 2019.08.22 1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희망과 힘을 주고 가셨네요. 피흘려 이룬 것을 다시는 잃지 않도록 깨어 있겠습니다. 노력대로 보상 받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 내가 낸 세금이 나에게 돌아오리라는 신뢰가 있는 나라... 너무 좋겠습니다.

  14. 김주이 2019.08.22 1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5. 샘이깊은물 2019.08.22 1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6. 아빠관장님 2019.08.22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바껴야 하고,.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젠 고통없는 좋은 곳에서
    바뀌는 좋은 세상을 보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7. 아프리칸바이올렛 2019.08.22 2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꽃같이 살다 먼 길을 떠나신
    이용마 기자님의 삶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기억하고 전하겠습니다
    기본을 지키고 신뢰하는 세상이
    되도록 나만 아니면 된다는 비겁한 생각에서
    벗어나 부끄럽지않은 아니 좋은 어른이
    되도록 한발짝씩 나아가겠습니다

  18. 팬입니다 2019.08.23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냥 계속 흘러갈뿐이고
    확실한 한가지는 더욱더 안좋아진다는 것입니다.

  19. 오달자 2019.08.23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런 안타까운 일이...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화' 공범자'를 보고 난 후 제일 인상 깊었던 분이 두 분이셨는데요.
    그 한분이 김민식 피디님이셨고.
    다른 한 분은 이용마 기자였어요.

    영화를 본 이후 mbc가 파업철회후 이용마 기자님의 근황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또 우리는 정의로운 한 사람을 떠나 보내게 되네요.ㅠ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시다 가신 고 이용마 기자님~~
    부디 평안히 잠드소서.....

  20. 마리네1 2019.08.23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1. H_A_N_S 2019.08.23 1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튜브에서 고인의 옛 기자생활을 다시 봤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