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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by 김민식pd 2019. 8. 12.

흔히 부모가 자녀의 삶을 바꾼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이가 부모의 삶을 바꾸기도 해요. 제 나이 마흔에 늦둥이를 얻었어요. 마흔에 둘째를 얻는다는 건, 정년퇴직할 때까지 일해도 둘째가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예능 피디의 전성기는 3,40대인데, 드라마 피디의 경우, 정년 퇴직한 후에도 일하는 선배들이 있더군요. 좀 더 오래 일해야겠다는 생각에 드라마국으로 옮겼어요. 

노조 집행부에 들어가고, 7년 가까이 현업에서 쫓겨납니다. 나이 50을 앞두고 나 자신을 돌아봤어요. 둘째는 아직 초등학교 다니는 데, 경력은 끝났다는 자괴감이 들었어요. 고민하다 작가 겸업을 결심했어요. 퇴직 후, 작가가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고요. 블로그를 열고 지난 10년간 글을 쓰며 살았어요. 지금 제 삶은 늦둥이 민서가 준 선물인 거죠.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200권 이상 책을 읽고, 한 권의 책을 쓰고 이런 책을 내고 싶어요. 

<노후 대비,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

그런데, 아차차! 선수를 뺏겼네요.

<초등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김성효 / 해냄)는 책이 나왔어요.

제가 늘 하는 주장입니다. '어려서 독서라는 취미를 즐기다보면, 글쓰기라는 평생 가는 특기를 얻게 된다. 독서는 사교육보다 돈은 덜 들고, 아이에게는 괴로움 대신 즐거움을 준다. 이 좋은 걸 안 할 이유가 없다.' 16년간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분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첫머리부터 확 와닿습니다. 

'엉뚱하게 들리시겠지만 고등학교 때 제 꿈은 무협지 작가였습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매일같이 책만 끼고 살았습니다. 많게는 한 달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면서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무협지를 열심히 썼습니다. (...)

사춘기 마지막 반항이었을까요. 고2 마지막 모의고사에 당당하게 백지 답안지를 냈습니다. 결과는 372명 가운데 368등. 전지훈련을 갔던 양궁부 친구 넷을 빼면 완벽한 꼴찌였습니다. 그때 저에게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랬던 제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습니다. 그 해 대학 입학시험이 하필이면 수능으로 바뀐 겁니다. 수험생 대부분이 갑작스레 길어진 지문으로 당황했지만 독서를 지독하게 해왔던 저에게 긴 지문은 상대적으로 이점이 되었습니다. 이런 시험이라면 해볼 만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숨 쉬는 시간만 빼면 공부만 하면서 마지막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모두를 놀라게 하며 이듬해 교대에 갔습니다.' 

(위의 책 5쪽)

책 표지에 보면 '성효샘 교실에 가면 공부를 싫어하던 아이도 공부를 좋아하게 된다!'고 나오는데요. 이해할 수 있어요. 이 분은 평생 모범생으로 산 사람이 아니에요. 좋아하는 독서를 실컷 즐기다 어느날 갑자기 성적이 오른 거예요. (저도 이런 케이스지요. ^^) 이런 분은 성적이 뒤처진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요. 공부 싫어하는 아이의 마음도 살필 수 있는 거죠. 반대로 평생 모범생으로 살며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만 하던 사람이 교대를 가면, 나중에 학교 가서 힘들어요. 어려서 제일 이해 안 가던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 안 듣고 떠들고 노는 아이들인데요. 이제 평생을 그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야하거든요. 약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 됩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직업이 다 그렇군요.) 

학부모 대상 강연에 가서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고 물어보면 저는 늘, 아이가 어릴 때는 잠들기 전 20분, 매일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글자를 배운 후에도요. 저의 경우, 민서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소리내어 책을 읽어 줬고요. 6학년인 지금도 잠들기 전에는 이야기를 지어내어 들려줍니다.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아이가 웃음을 터뜨릴 때 제일 행복합니다. 예전에 연애할 때 아내를 항상 웃겨줬어요. 하루에 한번씩 웃긴 덕에 결혼했고요. 이제 마님은 제 개그에 더이상 웃지 않습니다. 그래도 민서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너그럽게 잘 웃어주는 늦둥이 덕에 이야기꾼으로 사는 보람을 느낍니다. 저자도 글자를 아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라고 합니다. 

'글자를 알면서도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면 

유진이와 성연이는 글자를 깨친 다음에도 한동안 책을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혼자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도 아이가 책을 가져올 때마다 읽어줬습니다. 글자를 깨쳤다고 해도 처음엔 혼자 책을 읽기에는 해독 능력이 떨어집니다. 이때 부모가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주면 아이는 힘들게 읽지 않아도 됩니다. 더듬거리며 책을 읽을 시간에 귀로 듣고 머리로는 마음껏 상상하면서 글을 이해합니다. 읽기가 유창해질 때까지는 해독 능력이 우수한 부모가 천천히 부드럽게 읽어줘야 아이가 글자 읽기가 아닌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 
독서 초기 단계에는 들어서 이해하는 것이 읽어서 이해하는 것보다 쉽습니다. 읽기 이해력이 듣기 이해력을 앞지를 때까지는 듣는 독서에 비중을 더 두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
이때 아이가 글자를 아니까 어려운 내용도 곧잘 이해하겠지 생각하고 어려운 책을 읽어주면 안 됩니다. 문장 구조가 쉽고 어휘가 간결한 책이 좋습니다. 들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은 읽어서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언어학자 리니아 에리(Linnea Ehri)는 유창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음성 언어로 들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스스로 읽는 것을 꼽습니다. 글자가 적고 어휘가 쉬운 그림책이 독서 초기 단계에서는 효과적입니다. 아이 수준은 3학년인데 사주는 책은 4학년 수준이면 어떻게 될까요. 어휘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니 책이 재미없습니다. 책장에 안 읽은 책이 그대로 쌓일 겁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수준에 맞는 쉬운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낫습니다.' 

(위의 책 76쪽)

독서라는 취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입니다. 부모 욕심에 어려운 책을 읽히면 안 됩니다.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민서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책을 그렸어요. 때로는 인형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기도 하고요. 그 시절엔 꿈이 작가라고 했지요. 독서를 하다보면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생기고요. 스스로 이야기를 만드는 아이는 글쓰기도 취미가 됩니다. 글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요, 그럼 이는 다시 독서로 이어집니다. 독서와 글쓰기, 이보다 더 좋은 선순환은 없습니다.

<초등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

현장에서 터득한 노하우에 글쓰는 엄마로 살아온 세월이 더해져 단단한 지혜가 되었네요. '한 문장 만들기'에서 '1천 자 논술 쓰기'까지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실천해볼 실전 글쓰기 공부법이 가득한 책입니다. 초등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권하고 싶어요. 

늦둥이는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최고의 선물이고요. 그 아이에게 부모로서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독서라는 취미와 글쓰기라는 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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