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서관 예찬론자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돈을 지출하는 건 공간에 대한 사용료입니다. 친구와 만날 때 카페라는 거실 공간을 삽니다. 사랑을 나눌 때 모텔이라는 안방 공간을 사고요. 친구들과 놀 때 피씨방이라는 놀이 공간을 사지요. 물론 커피나 게임 같은 콘텐츠에 대한 비용도 포함되어 있지요. 도서관은 공간과 콘텐츠를 이용하고도 돈을 내지 않는 곳이에요. 공원이나 한강 자전거길, 북한산 숲도 공짜로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도서관처럼 공간에 대한 독점 권한을 주지는 않아요. 도서관 열람실에는 빌린 책 한 권만 갖다 놔도 내 자리가 생기는데 말이지요. 

평생 도서관에서 얻은 게 많은지라,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강연 요청을 하면 언제나 달려갑니다. 도서관 저자 강연을 하면 질의 응답시간에 이런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청소년 아이가 휴대폰을 끼고 삽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강연 중 저는 어린 아이에게 영어 조기 교육을 시키는 대신, 도서관에 데려와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시라고 말씀드리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책은 안 읽고 휴대폰만 본다는 거지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아버님도 있어요.

"아이가 이제 곧 고3인데요. 볼 때마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새벽 1시에도 그러고 있어요. 공부하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차라리 스마트폰을 끄고 잠이라도 잤으면 좋겠어요."

그 아버님께 이렇게 말씀 드렸어요.

"허구헌날 스마트폰을 한다는 건,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한 얘기입니다. 아버님이 아이를 볼 수 있는 하루 중 유일한 순간이 언제인가요? 아이가 학원 마치고, 독서실 마치고, 집에 들어온 밤 12시 이후겠지요? 아이가 스마트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바로 그때에요. 학교에서는 압수 당하고, 학원에서는 혼나고, 독서실에서는 진동 소리가 눈치보여 친구에게 카톡도 못합니다. 밤 12시가 넘어야 그제서야 하루동안 아이들이 올린 단톡도 보고, 화제에 오른 유튜브 영상이나 뉴스 검색도 하고 친구 생일 선물 쇼핑도 하고 그래요. 밤 12시, 아이는 침대에 누워 그날 처음으로 휴식을 취할 요량으로 휴대폰을 꺼내 친구의 문자를 보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문을 벌컥 열더니 그러는 거죠. "너는 허구헌날 스마트폰만 하냐?"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하고요. 아버지와 한바탕 한 후, 카톡을 올립니다. '얘들아, 나 이제 간다. 우리집 꼰대가 지랄해.'"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부모의 과잉 반응이 이걸 막지는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건 새로운 문명의 출현이거든요. 저희 아버지가 저의 책 중독을 막지 못했던 것처럼... 네, 저의 아버지는 제가 중고생 시절 소설을 들고 있으면 그렇게 난리를 쳤어요. 책 읽는다고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며... 

자녀와 스마트폰으로 갈등을 겪는 부모님께, <포노 사피엔스>라는 최재붕 교수님의 책을 권해드립니다. 최교수님은 자녀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권하십니다.

"스마트폰은 앞으로 필수니까 적절하게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SNS는 이제 기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니 어려서부터 활발하게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유튜브는 검색뿐 아니라 직접 방송도 해보고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이제 게임은 하나의 스포츠란다. 어려서부터 인기 있는 게임은 좀 배워두고 방송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요? 어렵지만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의 생활도, 나의 업무도 이런 각도에서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회사에서도 SNS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해줘야 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활동을 잘하는 사람에게 가점을 줘야 합니다. 고객을 모르고서는 그들을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표준으로 삼고 그에 맞는 세계관을 가져야 합니다.

(<포노 사피엔스> 112쪽)


좀 쇼킹한 이야기인가요? 스마트폰이 가져오는 변화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감내해야지요. 아니,변화를 감내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더 유리한 시대가 올 거예요. 그러니 자녀와의 스마트폰 갈등은 조금 줄여도 좋아요. 신인류의 등장은 항상 충격과 함께 시작하니까요. 

자녀가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께 <포노 사피엔스>를 권해드립니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불안감은 좀 줄어들 거예요. '우리 애만 그러는 게 아니구나' 하고요. ^^ 네, 전지구적 현상입니다.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보리랑 2019.03.29 06: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영상에 노출되어 뇌가 우리와 다르다네요. 작은 자극은 이제 흥미를 끌지도 못한다고ㅠㅠ 선생님들이 힘들겠군요.

    자식을 내기준에 맞추지 않으려 하지만 눈 자세 등이 걱정입니다. 중독은 불안 결핍이 원인이라는데 우리도 애들 못지 않기에 나무랄 수도 없습니다. 사이버에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부모가 따라 못가는 형국입니다

  2. 꿈트리숲 2019.03.29 07: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책 찜해뒀는데, 꼭 읽어봐야겠어요.
    저희 집에는 딱히 스마트폰 중독자는
    없는데, 신문물을 무조건 막아서는 안되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림을 IT기기로 그리고 있으니 마냥 옛날 생각하고
    종이만 고집해서는 말이 안통하는 엄마가 되기
    십상이에요.

    이 책을 보고 SNS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어떻게
    활용하라고 말하지 해답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블로그도 어렵사리 시작했는데, 인스타를 해봐야
    하나 싶어 요즘 좀 고민입니다. 포노 사피엔스에서
    힌트 얻을 수 있겠죠?

  3. 아빠관장님 2019.03.29 07: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생각에는 바른 가치관 형성만이 자녀들의 무분별한 스마트폰 중독에서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가 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큰 역환을 한다 보고요!!! 잔소리보단, 자녀들의 독서 습관을 위해 노력합니다!

  4. WONI쌤 2019.03.29 0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래 공부할 때는 안보다가 쉬려고 하면 보는 게 부모님의 타이밍이죠 허허
    세상이 변하고, 흐름이 바뀌고, 기기가 발전한 만큼 자식에게 적합한 훈육과 지도가 필요한데, 아무래도 공부가 필요한 만큼 과거 본인이 경험한 훈육 방식을 사용하게 되죠.
    그리고 그만큼 자녀는 괴리감을 느끼고요

  5. 아리아리짱 2019.03.29 1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독서 재미가 '꿀잼'이 되는방법은 어릴때 부터의 독서 습관인 것 같아요!
    이 또한 부모님들이 직접 보여주는 방법이 최고의 방법이구요!
    독서와 함께 적당한 폰사용, 풀기 힘든 숙제가 되고 있네요!

  6.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03.29 1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어 pd님 얘기를 듣고나니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이 이렇게 좋은 영향이 있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닫네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보통 늦은 저녁 시간 때에 컴퓨터를 했죠. 나중에 제가 자녀가 생긴다면 그렇게 넓은 관점으로 이해하려고 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ㅎㅎ

  7. 다정다감 2019.03.29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의 눈이 안좋아질까봐 속으로 걱정은 하면서도 말은 안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문화이고 소통수단이라 생각해서이기도 하고,
    제가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하다 막히면 즉각 해결해 주니 좋기도 해서요.
    독서는 제가 먼저 습관들이는게 급선무고, 책 읽으며 엄마가 행복해하면
    아이는 알아서 따라하리라 확신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8. 혜린 2019.03.29 1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아이보다 남편이 더 문젠데요ㅜ 위 부모님 말에 아이를 남편으로 바꾸면 딱 제 심정이네요ㅜ 남편은 포노사피엔스랑은 무관한 거 같은데요 스마트폰 티비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남편 책 좀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ㅎㅎ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9. 은하수 2019.03.29 2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골로 귀향해 사신지 2년이 된 부모님...
    엄마에게 카톡은 전국 각지에 떨어져 사는 여고 동창들의 희로애락 삶이 담긴 담소 공간이며,
    아빠에게 인터넷 결제는 힘들게 읍내 시장까지 차몰고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하게 물건을 받을 수 있는 효자 시스템입니다.
    딸에게 카메라는 혼자 찍고, 말하고, 춤추는... 자기 표현의 최애 수단이자 장난감입니다.
    엄마는 카톡이 식구 중 가장 쉴 틈 없이 옵니다.
    적적한 시골에서 지내면서 친구들과 카톡하느라 돋보기 끼고 스마트폰 자판 두드리는 엄마의 모습이 귀여워 보입니다.
    딸이 스마트폰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접했으면하지만 시력이나 중독이 걱정되어 맘껏 하게 내버려두지도 못합니다.
    스마트폰 답게 똑똑하게 잘 활용하길 바랄 뿐입니다.

  10. 오달자 2019.03.29 23: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완젼 공감 되는 글입니다.

    학교 갔다가 학원갔다가 10시 넘어 귀가한 아이가 저녁 간식먹으며 잠시 유투브 보는 아이 뒷통수에다가 언제 끝낼래? 라고 말한 제 모습 얘기를 하시는 줄요~~ ㅎㅎ

    일단 저 책 읽어보고 해답을 찾겠습니다!

  11. 샘이깊은물 2019.03.30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상으로 공간과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곳, 탐험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는 곳. 네 저도 그래서 도서관을 무지 사랑해요. 동네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이 많이 생기기를 꿈꿉니다.
    스마트폰으로 펼쳐지는 세계가 제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때는 또 얼마나 달라져있을까요. 늘 발빠르게 따라갈 수는 없더라도 그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해볼래요.

  12. 프루스트 2019.03.31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개 해주신 책을 읽으면서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가져 온 변화와 스마트폰의 적절한 활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책 소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3. 섭섭이짱 2019.04.01 0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자 연스럽게 이글도 스마트폰로 먼저 보고 있네요
    녀 기저기 스마트폰 부작용에 대해 얘기하지만
    와 이세대,, 아니 엑스세대 이전부터 뭔가 새로운것이 생기면
    의 견이 분분했던 기억이 나네요.
    스 마트폰이전 부터 TV, 전자오락, 컴퓨터, PC통신등을
    마 음껏 하며 느낀건.....결국 도구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그걸 어떻게 이용하냐가 중요한거 같더라고요.
    트 기하고 기발한 장치들이 계속 개발되는 요즘
    폰 보다 더 진화된 장치가 나오고하면
    갈 등이 또 생기겠죠.. 그럴때마다 그런 흐름을
    등 한시하지 않고 계속 호기심가지고 쫓아가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14. 노락 2019.06.07 08: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재붕교수님의 책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아아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잘 쓰게 해야 한다는 말씀에는 무척 공감하기 힘들어요.
    초2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인간과 금수가 절반씩 적절히 섞인 이 아이에게 무기를 주고 절대 사람을 쏘지 말라고 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맡기기요 밀실에 남편과 이쁘고 착한 아가씨 두기죠.
    경험 상, 콤퓨타 게임장 가서 뉴질랜드 스토리도 시켜주고 보글보글도 시켜주면 다음날 아이는 웃으며 말합니다. 엄마 자꾸 어제 한 게임이 생각나.
    통제가 안되는 애들에게, 이제 이런 시대이니 막지 말고 그 시류로 들어가게 하고 조절능력을 키워줘라는 탁상공론입니다.
    저는 삐삐를 들고 다녔고 2009년에 처음으로 아이폰3GS를 쥐고 살았습니다. 지금 영상편집하고 애프터이펙트로 자막 넣는거는 못하지만 SNS를 하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와 스마트폰으로 전쟁을 시작하는 것 보다, 안 사주고 하루하루 아이를 설득하는 편이 뒷골 덜땡기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 사줄거냐고요? 장담하기는 힘들지요. 하지만 어떻게든 늦출거예요.(사실 집에서 아이폰 공기계를 주고 사용하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유투브/게임에 전혀 집착하지 않습니다. 즤집 금기사항이라는 걸 아이가 말안해도 알거든요. 하지만 자기것이 되는 순간. 소유를 인지하고 카톡이 되는 순간, 전화가 되는 순간 달라지겠지요.. 오 생각만해도 덜덜덜)

  15. 젊줌마j 2019.08.18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후기 잘보고가요 ..
    클수록 스마트폰으로 갈등이 생길 수 있군요 ㅠ
    걱정이 앞서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