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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자녀와의 스마트폰 갈등

by 김민식pd 2019. 3. 29.

저는 도서관 예찬론자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돈을 지출하는 건 공간에 대한 사용료입니다. 친구와 만날 때 카페라는 거실 공간을 삽니다. 사랑을 나눌 때 모텔이라는 안방 공간을 사고요. 친구들과 놀 때 피씨방이라는 놀이 공간을 사지요. 물론 커피나 게임 같은 콘텐츠에 대한 비용도 포함되어 있지요. 도서관은 공간과 콘텐츠를 이용하고도 돈을 내지 않는 곳이에요. 공원이나 한강 자전거길, 북한산 숲도 공짜로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도서관처럼 공간에 대한 독점 권한을 주지는 않아요. 도서관 열람실에는 빌린 책 한 권만 갖다 놔도 내 자리가 생기는데 말이지요. 

평생 도서관에서 얻은 게 많은지라,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강연 요청을 하면 언제나 달려갑니다. 도서관 저자 강연을 하면 질의 응답시간에 이런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청소년 아이가 휴대폰을 끼고 삽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강연 중 저는 어린 아이에게 영어 조기 교육을 시키는 대신, 도서관에 데려와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시라고 말씀드리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책은 안 읽고 휴대폰만 본다는 거지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아버님도 있어요.

"아이가 이제 곧 고3인데요. 볼 때마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새벽 1시에도 그러고 있어요. 공부하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차라리 스마트폰을 끄고 잠이라도 잤으면 좋겠어요."

그 아버님께 이렇게 말씀 드렸어요.

"허구헌날 스마트폰을 한다는 건,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한 얘기입니다. 아버님이 아이를 볼 수 있는 하루 중 유일한 순간이 언제인가요? 아이가 학원 마치고, 독서실 마치고, 집에 들어온 밤 12시 이후겠지요? 아이가 스마트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바로 그때에요. 학교에서는 압수 당하고, 학원에서는 혼나고, 독서실에서는 진동 소리가 눈치보여 친구에게 카톡도 못합니다. 밤 12시가 넘어야 그제서야 하루동안 아이들이 올린 단톡도 보고, 화제에 오른 유튜브 영상이나 뉴스 검색도 하고 친구 생일 선물 쇼핑도 하고 그래요. 밤 12시, 아이는 침대에 누워 그날 처음으로 휴식을 취할 요량으로 휴대폰을 꺼내 친구의 문자를 보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문을 벌컥 열더니 그러는 거죠. "너는 허구헌날 스마트폰만 하냐?"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하고요. 아버지와 한바탕 한 후, 카톡을 올립니다. '얘들아, 나 이제 간다. 우리집 꼰대가 지랄해.'"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부모의 과잉 반응이 이걸 막지는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건 새로운 문명의 출현이거든요. 저희 아버지가 저의 책 중독을 막지 못했던 것처럼... 네, 저의 아버지는 제가 중고생 시절 소설을 들고 있으면 그렇게 난리를 쳤어요. 책 읽는다고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며... 

자녀와 스마트폰으로 갈등을 겪는 부모님께, <포노 사피엔스>라는 최재붕 교수님의 책을 권해드립니다. 최교수님은 자녀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권하십니다.

"스마트폰은 앞으로 필수니까 적절하게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SNS는 이제 기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니 어려서부터 활발하게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유튜브는 검색뿐 아니라 직접 방송도 해보고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이제 게임은 하나의 스포츠란다. 어려서부터 인기 있는 게임은 좀 배워두고 방송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요? 어렵지만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의 생활도, 나의 업무도 이런 각도에서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회사에서도 SNS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해줘야 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활동을 잘하는 사람에게 가점을 줘야 합니다. 고객을 모르고서는 그들을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표준으로 삼고 그에 맞는 세계관을 가져야 합니다.

(<포노 사피엔스> 112쪽)


좀 쇼킹한 이야기인가요? 스마트폰이 가져오는 변화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감내해야지요. 아니,변화를 감내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더 유리한 시대가 올 거예요. 그러니 자녀와의 스마트폰 갈등은 조금 줄여도 좋아요. 신인류의 등장은 항상 충격과 함께 시작하니까요. 

자녀가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께 <포노 사피엔스>를 권해드립니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불안감은 좀 줄어들 거예요. '우리 애만 그러는 게 아니구나' 하고요. ^^ 네, 전지구적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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