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 후, 올바른 자세로 책을 읽기 위해 독서대에 책을 올려놓고 읽습니다. 장시간 책을 읽을 때는 자세가 중요하더라고요. 서재방에 놀러온 민서가 독서대에 올려진 책의 제목을 보더니 그랬어요. 

"<초등 1,2학년 처음 공부>? 이걸 왜 읽어? 난 6학년 올라가는데?" 


도서관 저자 특강에 가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육아에 관한 것이에요. 중학교 이상 아이들에 대한 질문은 쉽게 넘어갑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아이에게 뭘 시키지 마세요. 부모가 하라고 하면 역효과만 납니다. 아이가 좋은 친구, 좋은 선생님 만나 좋은 영향을 받기를 기도하세요."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저는 독서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며, 잠들기 전에 20분 씩 책을 읽어드리라고 합니다. 저자인 윤묘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를 지도하시는 분인데요. 전작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를 읽고, 아이에게 일기 쓰기를 권하기보다, '그래, 이 좋은 일기 쓰기, 내가 실천해야지!'했던 기억이 납니다. 

육아서나 교육 관련 서적을 많이 읽지만,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함부로 아이들에게 하지는 않아요. 부모가 너무 많이 아는 게 때론 역효과가 나더군요. 저의 경우, 그랬어요. 부부교사이신 아버지 어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 너무 힘들었어요. 

몰입 전문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한 실험이 있어요. 아이들을 상대로 물어봤대요. 일상에서 자신이 하는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결과는 크게 4분류로 나누어집니다. 우선 일상의 행위들을 주로 놀이로 받아들이는 아이와 일로 받아들이는 아이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과 놀이 모두로 받아들이는 아이가 있고, 일도 아니고 놀이도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략)

어떤 아이가 가장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일과 놀이, 둘 다'라고 대답한 아이들이 가장 성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초등 1,2학년 처음 공부> 39쪽)

22년째 MBC에서 일하면서 많은 조연출들과 일을 했는데요. 연출이 시킨 일만 하는 친구가 있고, 지시하지 않은 것까지 놀듯이 하는 친구가 있어요. 제가 '일밤'에서 '러브 하우스'를 연출할 때 김태호 피디가 조연출이었는데요, 그는 업무를 일과 놀이 두가지 다로 여기는 후배였어요. 그런 사람들이 일을 잘 해요. 몰입도 잘 하고, 집중력도 뛰어나고, 또 열심히 하면서도 지치지도 않아요. 유희 감각이 살아있거든요. 덕후 기질을 갖춘 프로, 못 당합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일과 놀이를 구분합니다. 놀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고, 일은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해야 하는 것이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의무감을 따릅니다. 반면 놀이를 선호하는 아이는 당장 즐거운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죠. 가장 훌륭한 자세는 해야 할 일을 놀이로 즐기는 자세입니다.

(40쪽)

아이를 관찰하며, 아이가 너무 지겨워하는 것은 나누어주고, 너무 어려워 하는 것은 단계를 낮춰주는 배려가 필요하다는군요. 초등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를 쌓는 건데요. 특히 독해력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초등학교에서 공부 잘하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갑자기 성적이 떨어질 때는 국어 실력을 점검해보라고 하는 군요.  

독해력은 국어 과목뿐만 아니라 사회, 과학, 수학, 영어 성적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영어는 의외라고 생각할 분들도 있겠지만,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어만 다를 뿐 문장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면, 결국 모국어 능력이 중요합니다.

과학이나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학이나 수학적 사고력이 중요할 것 같지만, 글로 표현된 정보를 이해하려면 역시 독해 능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공부는 어휘를 다루고,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150쪽)


초등학교 시절에 길러줄 좋은 습관은 역시 책읽기입니다. 독서와 일기 쓰기 습관만 길러도 초등 공부는 충분합니다. 다가올 시대에는 정보를 이해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암기력보다는 창의성이 더 중요한 시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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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솔 2019.02.13 0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회사 출근하자마자 블로그 들어왔는데 1번으로 글 본것 같아서 뿌듯하네요!ㅋㅋ
    저도 일과 놀이 둘 다로 접근하는 마인드를 키워봐야 겠습니다~

  2. 보리랑 2019.02.13 07: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서관도 모르고 책도 집에 몇권 없어서 셜록홈즈, 아가사 크리스티, 루팡을 읽고 또 읽고 한게 독서였을까요? ㅎ 영어는 모국어 그릇에 담기니 독서 중요하다네요.

  3. 2019.02.13 0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3번이네요. 오늘 일찍와서 글이 아직 따끈하네요.
    김태호 피디님 일화를 보니 의미심장합니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 진짜 잘하는 사람이 자기가 책임자가 됐을때도 일을 진짜 잘하네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남의 밑에서 월급 받고 일하면 시키는 일만 하고 월급 값만 하면 된다. 뼈빠지게 일해봤자 사장 좋은 일만 하는거다.
    어릴땐 위에 말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살다보니 김태호 피디님처럼 일하는게 스스로에게 좋은 것 같더라구요. 칭찬 들으면 자신감이 많이 생기고 그게 살아가는데 되게 중요한거 같아요.
    기억해두고 싶은 구절...
    업무를 일과 놀이 두가지 다로 여기는 사람은 몰입도 잘하고 집중력도 뛰어나고 열심히 하면서 지치지도 않는다...
    무한도전 오랜 팬이었어서 김태호 피디님 일화가 더욱 반가웠어요.

  4. 에가오 2019.02.13 0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필요한 삶의 자세라고 생각해요~^^좋은 고민거리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5. 꿈트리숲 2019.02.13 08: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제 딸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아요.
    저 학창시절에는 공부가 의무였고, 독서가
    일이었거든요. 제 딸은 독서가 재미고 공부는
    선택사항인 것 같아요. 의무로 주어지는
    숙제는 놀이로 여겨 설렁설렁 하는 것 같아도
    결과물이 좋게 나오더라구요. 물론 모든 숙제를
    그렇게 하는 건 아니지만요.ㅎㅎ

    암튼 피디님 말씀처럼 읽기가 어느 정도 되니까
    교과목 공부에도 영어에도 많은 에너지가 들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 학교 생활도 큰
    스트레스 없이 잘 해내는 듯 보입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일과 놀이를 구분한다니까
    부모는 그냥 지켜보는 것을 잘하면 될 것 같네요.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주기.
    제 딸을 향한 덕후 기질을 마구마구 뿜어내는
    우리 딸 전문가, 프로 엄마가 되고 싶어요.~~

  6. 하준 2019.02.13 0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자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안 것 같아서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7. 은데미 2019.02.13 0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것은 부모인 우리가 먼저 실천해야겠어요
    그래야 일도 놀이처럼 즐겁게 할수있을것 같네요
    올해는 자녀들에게 강요하기보다 부모가 먼저 실천하는 삶 강추합니다~~

  8. 쩍팔리게살지말자 2019.02.13 0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가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언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은 공감이 가네요.
    지금 생각해 봐도 어릴 때 독서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9. 세라피나 장 2019.02.13 1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간만 방문입니다

    매일매일

    눈뜨면 6시부터 궁금하기도 설레이기도

    희망차게 블로그

    열어보고

    틈틈이

    일하다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필요한 부분
    공감가는 부분들...

    다시 읽는 재미&의미 있네요

    중3졸업
    고3졸업

    두아이 엄마입니다

    며칠전 직장상사의 자녀가
    좋은대학 나오고

    유학 가서
    공부하던 도중

    심장마비로...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구요

    놀이처럼 공부하고
    자녀들은

    놀이처럼 일하고
    나자신은

    후회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
    절실...

    매일 블로그
    글 올리시는 에너지

    많은 위로 공감
    받습니다

    항상 ...
    감사합니다

  10. kuaile 2019.02.13 1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청년기를 비관주의 덕후로 보낸 덕분에 우울증이라는 선물을 왕창 받았더랬어요. 뒤늦게 철들어가면서 공부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데, 이 재미난 걸 왜 그렇게 재미없게 배워야했나...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들이 흥미와 관심을 키우며 배우면 사회도 더 건강하고 활력이 넘칠텐데요.

  11. 아리아리짱 2019.02.13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독서와 일기쓰기 ~흐 음!
    처음 공부가 즐거워야 해야 할 일을 놀이로 받아들이는 자세!
    미래의 손주를 위해 읽어 봐야겠어요^^

  12. 루나 2019.02.13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매일 올려주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의 글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어서 인지

    정말 새기듣이 읽어 보았습니다.


    아이에게 초등학교 6년 동안 실컷 놀으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인생에서 걱정 없이 마음껏 놀 수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공부는 안해도 책은 읽어라,,라고 말해줘습니다.

    초등학교 때 놀던 아이들도 중학교에 가니 더 뒤쳐질까 과외며, 공부방이며 시작하던데

    이런 제 생각이 맞는 길인지 의심스립긴 하지만. 시켜서 하는 공부가 나와 아이에게 얼마나 도음이 될까

    싶습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매일매일 행복하고 즐겁게! 아이와 함께 놀고 싶습니다. ㅎㅎ

  13. 오또기 쭘마 2019.02.13 13: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농사 중에 자식농사가 제일 어렵다는 말...
    애들이 커갈수록 절실하게 느껴지네요.
    요즘은 스마트폰에 점점 책의 자리를 뺏기는 기분이
    들어 씁쓸해지네요

  14. 매일 새로운맘 2019.02.13 1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주 들르는데 처음으로 글을 남겨요
    저는 늦깎이 대학원생이고 스터딩맘인데요, 학부랑 다른 전공을 하는데 어렵게 시작한 이 전공에 대한 열정이
    자꾸 사그러드는 것이 힘들었거든요. 이 글을 보고, 다이어리 앞장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놀이다'라고
    적어두었어요. 그간 너무 사명감으로 공부하다보니 오히려 부담이 되고, 많은 학업량에 지쳤던
    것 같습니다. 초등공부법을 제게도 적용하여(!)^^좀 더 놀이로 접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15. 루치 신 2019.02.13 1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요즘 애들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요 왜 공부하는줄 도 모르고 사교육만 의존하고요...
    아빠로써 애들에게 할 수 있는게 생겼네요
    오늘부터 잠깐이나마 애들한테 책읽어줘야겠어요 감사합니다^^

  16. 섭섭이짱 2019.02.13 2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어린시절을 되돌아 보니 뭐가 일이고 놀이인지
    구분을 한건 기억이 안나고...
    그냥 좋아한걸 열심히 한 기억만 나네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독해력..
    전 이걸 다른 말로 문해력이라고 보는데요.
    이거 정말 중요한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문맹률은 낮지만, 실질 문맹률은 높다고 하더라구요.
    어쩌면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이 많이진게
    이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어려서 부터 건강을 위한 근육만큼
    독서 근육도 키워야 할거 같네요.

  17. 샘이깊은물 2019.02.13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 습관은 배움의 전제 조건인 읽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중요하고, 책읽기의 맛을 즐기는 재미가 크기에 평생 가져가고 싶은 습관입니다. 책 안에서 유유자적하며 질문이나 느낌표가 남는 순간이 소중해요.
    아이들을 책으로 이끌기에 ‘읽어 주기’ 만한 것이 없지요. 아이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고, 문득 책 속의 장면을 같이 떠올리며 깔깔거리는 순간도 좋아요.
    열심히 하면서도 지치지 않는 비결은 유희 감각이었군요. 해야 할 일을 놀이로 즐기면서 일상이 예술이 되는 경지를 꿈꿉니다. :)

  18. 은하수 2019.02.14 0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와 일기쓰기가 초등생 공부의 전부!!!
    책을 많이 안 읽은 것에 대한 처절한 후회로
    초등 2학년이 되는 딸에게는
    특히 3~4살 무렵 퇴근 후 피곤해 죽겠어도 침대 머리 맡에서 10권씩 읽어줬습니다.
    덕분에 책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엄마 아빠 말씀 보단 책 말씀을 잘 듣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pd님~ 화요일 강연회 꺅~~ 정말 꿈만 같았어요^^
    90권의 책에 대해, 거기에 pd님의 생각과 경험이 더해지고... 그냥 다 좋았습니다.
    제 인생을 바꿔주신(실) pd님께 인사는 드리고 가는게 맞는 것 같았어요. 기억해주셔서 완전 감사했습니다.
    닉네임과 관련해 과분한 칭찬까지ㅎㅎ

    요즘 직장 후배들이 자꾸 놀려요.
    '은하수님' 안녕히 가세요~
    '은하수님' 강연회에서 흔들 피켓 만들어드릴게요~
    제 이름 한자 뜻 따라 아득한 20대 때 만든 닉네임이라고 얘기를 하는데도 참...

    pd님~ 매해 200권으로 꽉찬 머리, 운동으로 다져진 신체, 뛰어난 언변...완전 값진 pd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부인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계십니까?' 라고 물어본 사람이 직장 동료예요.ㅎㅎ 워킹맘으로 힘들다보니 사모님한테 감정이입이 심하게 된 듯 해요ㅎㅎ)

  19. 투썬플레이스 2019.02.16 05: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등학교 입학인 아이를 둔 저에게 따악~~~ 인 맞춤형 포스팅 감사합니다^^

    맞아요. 육아책을 보면서 아이에게 하라는 걸 '내가 먼저 해봐야지' 하는 생각. 그런데 저는 제가 변화하고 싶은 욕심으로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데 틀리네요>_<


    작가님과 작가님의 가족 모두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책을 읽고 공유하는 가족.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