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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아이랑 영화 보기

by 김민식pd 2018. 12. 19.

요즘 둘째 딸 민서랑 영화를 보러 다닙니다. 가을엔 둘이서 자전거 타고 한강 가서 피크닉을 즐겼어요. 날이 쌀쌀해지니 극장 나들이가 좋더라고요. 일요일 아침, 조조로 영화를 보고,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즉석 떡볶이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 게 둘만의 데이트 코스입니다. 아내는 이제 고3 올라가는 큰 아이를 맡고, 저는 둘째랑 놀아주는 걸로 육아를 분담해요. 

한 달 전에 온 가족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러 갔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 민서에게 영화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재미있게 보더군요. 아이는 아이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더군요. 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퀸의 노래를 온 가족이 흥얼거리며 집에 왔어요. 아빠, 엄마, 언니, 셋이서 <위 아 더 챔피언>을 부르는 걸 보더니 집에 와서 유튜브를 통해 퀸의 노래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자막을 보며 열심히 노래를 외우더군요. 아이가 무언가에 꽂혔을 때, 재미난 동기부여가 필요하지요. 신문을 읽다 ‘보헤미안 랩소디 싱얼롱 상영 돌풍’ 기사가 난 걸 민서에게 보여줬어요. 

“민서야, 지난번에 본 영화 있지? 싱얼롱 버전이라고 있대. 노래방처럼 가사가 화면에 나와서 사람들이 극장에서 마치 콘서트 온 것처럼 박수치고 발 구르면서 노래하면서 영화를 보기도 한대. 재미있겠지?”

노래방을 좋아하는 민서가 눈을 반짝입니다. 이럴 땐 슬쩍 작업을 겁니다. “우리도 이거도 보러 갈까?”

둘이 가서 싱얼롱 버전으로 다시 봤는데요. 앉은 자리에서 어깨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즐거웠어요. 그런데 나올 때보니 민서는 약간 불만스러운 것 같았어요. 

“왜, 재미없었어?” 

“아빠. 이거 싱얼롱 버전 맞아?” 

“그럼, 화면에 가사도 나왔잖아.”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노래를 안 불러?” 

민서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데 혼자 노래 부르기가 민망했나 봐요. 

“아빠는 노래 다 따라했는데?” 

“아빠 혼자 노래하고 춤추니까, 나는 창피했어.”

ㅋㅋㅋㅋㅋ 

산만한 초딩 아들을 둔 엄마가 주위 눈치를 살피듯, 우리집 늦둥이는 철부지 아빠 때문에 창피한가 봅니다. 하긴 우리집에서 제가 제일 철이 없긴 하지요. ^^

나오는 길에 매표소 앞에 들러 영화 전단지를 살핍니다. “다음에 뭐 보고 싶어?” 데이트에서 핵심은 마무리지요. 자연스럽게 다음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 마침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예고편을 본 터라, 그걸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제 평소에 작업이 들어갑니다. 스파이더맨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여주고요. 예고편을 찾아서 틀어줍니다.

개봉 첫주에 <스파이더맨> 만화영화를 보러 갔어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어요. 샘 레이미의 실화도 좋고, 최근 어벤져스에 합류한 스파이더맨도 좋은데요, 저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극장판 만화도 좋더라고요. 평행우주론이나 다중우주론에 익숙한 사람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이 곧 나올 텐데요. 저는 <어벤져스>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가진 궁극의 능력이 다중우주를 보는 거라 생각해요. 선택에 따라 파생되는 수많은 미래, 수많은 다중우주를 들여다보고, 그중 어벤져스가 이기는 단 하나의 시나리오를 찾아낸 후, 그걸 실행에 옮기는 거죠. 

10년 전,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아이언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마블의 세계관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우주로 확장되었고, 이제 다중 우주로 확장되고 있어요. 마블의 팬이라면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통해 마블의 세계관에 친숙해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요.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어른이 보기에 친숙한 슈퍼히어로물이고, 아이가 보기에 아기자기한 재미도 갖추고 있어요. 아이와 어른이 다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만화영화.

아이와 주말을 보낼 때, 저는 모든 선택을 아이에게 맡겨요. 다음에 볼 영화도, 점심 메뉴도, 서점에 가서 뭘 할지까지. 그래야 아이가 아빠와 보낸 시간을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할 테니까요. 관객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스파이더맨이 나오는 시대에요. 아이가 가진 취향도 존중하며 살고 싶어요. 


저는 마블 덕후인데, 민서는 DC 코믹스의 팬이에요. 다음엔 둘이서 <아쿠아맨>을 보러 가기로 했어요. 따님의 취향을 존중하는 덕후로 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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