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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고수를 만나는 여행

by 김민식pd 2019. 8. 13.

봄에 전주 한옥마을 여행기를 올렸더니 댓글에 '교동미술관'과 '최명희 문학관'도 좋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그 글을 보고 다시 메모해둡니다. 다음에 가면 들러야지~^^

전주에 있는 한국무형유산원에서 강연 요청이 왔어요. 아침 일찍 기차 타고 내려가 한옥마을로 갑니다. 교동미술관에 갔더니 사진전을 하고 있었어요. 

'김영구 아홉 번째 개인전 <태조로> 2019.7. 23~28'

사진전의 주인공은 '태조로'에 있는 전동성당입니다. 전동성당은 여러번 가봤지만, 사진 속 모습은 낯설기만 합니다. 왜 그럴까요? 

전동 성당 정문 위쪽 아치를 쌓은 벽돌을 찍은 사진인데요. 벽면 가득 채우도록 크게 출력해서 보니, 정밀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100년 전, 벽돌을 한 장 한 장을 쌓은 정성이 대단하네요. 사진은 이렇게 우리가 눈으로 포착하지 못한 장면을 확대해 보여줍니다. 

호남지역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전동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입니다. 안에 들어가 보면, 유럽 어느 마을의 성당에 온 것 같아요. 성당 내부를 찍은 사진인데요. 보면서 위화감이 듭니다. 내가 본 모습과 다르거든요. 실제로 가 보면 성당 내부에는 조명이 없어 어둡습니다. 이 사진은 카메라 노출을 길게 하여 밝게 포착한 것이지요. 노출이 너무 길면 색이 날아가고, 너무 짧으면 색이 드러나지 않아요. 성당 내부의 색깔을 얻어내기 위해 사진가는 얼마나 오래 고민을 했을까요. 

전동 성당 마당에 있는 나무를 찍은 사진입니다.


상단의 녹색잎들이 한 줄로 수평을 달리고요.
하단에는 검은 가지들이 또 한 줄을 긋습니다.
좌우 수직 뻗은 가지가 3줄이고요.
좌에서 우로 아래에서 위로 상승하는 직선이 또 숨어 있습니다.

김영구 작가님께서 구도를 설명해주시니 그제야 사진 속 구도가 보이더군요. 

선생님은 줌렌즈나 장비를 쓰지않고 단촛점 렌즈로 촬영하신답니다.
사진을 찍을 땐, 낮은 시선에서 올려다 보며 찍고요. 전시할 때는 관객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게 한답니다. 그럼 시선의 위화감이 사라진다고요. 이런 꼼꼼함! 정말 놀랍습니다.

사진의 대상을 찾고 나면, 지표면에서 3미터 높이까지 10센티미터 간격으로 카메라를 올리며 포인트를 찾는다는 말씀에 혀를 내둘렀어요. 그냥 보이는 걸 찍는 게 아니라, 장면을 포착하는 것이군요.

트리밍이나 색보정 없이 현상한답니다. 원판 그대로 프린트하기에, 찍을 때 잘 찍는게 중요합니다. 


사진을 찍는데 물리적으로 걸린 시간은 총 4시간이지만, 전동성당을 샅샅이 돌아보며 대상을 포착하고 구도를 잡는데 5개월이 걸렸답니다. 

우연히 들른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사진의 고수를 만난 덕에, 촬영 공부까지 하고 갑니다.


(촬영과 블로그 게재를 허락해주신 김영구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두번째 추천 장소, 최명희 문학관으로 갑니다.

최명희 작가님 소개에 나오는 글.

'최명희는 지인들에게 '성보암 최보살'로 불렸다. 서울 역삼동 성보아파트에서 음각하듯 작품 집필에만 몰두해서 나온 말이다.'

이분도 글쓰기의 고수로군요. 글쓰기를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두문불출 집필전념입니다. 저도 책 원고를 쓰는 기간에는 저녁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가급적 에너지를 글에 집중합니다.


수행하는 자세로 평생 책을 읽으며 살고 싶습니다.

1975년 최명희 선생이 스물아홉이던 해, 친구 이금림(드라마 작가)에게 보낸 171cm 길이의 손편지입니다. 기록하는 삶이 주는 향기가 있어요. 최명희 문학관에서 글쓰기의 고수를 만납니다. 

전주한옥마을에서 강연장인 국립무형유산원까지 걸어갑니다. 남천교를 지나가는데요. 다리 위에 청연루라는 정자가 있어요.

예전에 아이들과 전주 여행 와서 이곳에서 판소리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 만난 판소리의 고수를 떠올려봅니다. 

강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잠시 정자에 올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쉽니다.

국립무형유산원입니다. 

전시장에 볼거리가 많네요. 심지어 무료관람! ^^

고수들이 남긴 삶의 발자취를 모아뒀어요. 

인생에서 무엇을 남겨야 할까요? 

남기고 싶다고 남는 게 아니라, 내가 가고 난 후, 남은 사람이 간직하고 싶은 게 남을 겁니다. 무엇을 간직하고 싶을까요? 누군가의 혼이 담긴 무엇이 아닐까요? 

죽은 후, 무엇이 남을지는 산 자들의 몫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게 있어요. 책 읽기의 즐거움입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불러주시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고 있어요.

그날 무형유산원 라키비움 책마루의 강연장을 가득 채워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라키비움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지요? Library, Archive, Museum 세 글자의 조합이래요. 

셋 다 제가 좋아하는 공간이군요.

지난번 여행기를 올렸을 때, 댓글을 통해 교동미술관과 최명희 문학관을 추천해주신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2019/06/13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 한옥마을 골목길 투어

2019/06/07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 전주 경기전 여행


블로그 독자 여러분 덕에 제 삶의 여행과 공부가 더욱 깊어짐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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