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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짠돌이 을숙도 여행

by 김민식pd 2019. 6. 26.

얼마 전 주말을 맞아 부산 아트몰링 문화센터에 강연하러 갔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통해 강연 의뢰가 왔거든요. 강연장을 찾아 부산 하단역에 갔는데요. 네이버 지도를 보니, 자전거 국토종주 종점인 낙동강 하구둑 근처네요. 작년 가을, 4대강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하단역까지 갔던 기억이 납니다. 을숙도를 향해 달리며 본 낙동강변의 낙조는 멋졌지만 워낙 지쳐서 섬을 돌아볼 생각은 못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와야지, 했어요. 강연을 마치고 을숙도로 향합니다.



을숙도 문화공원 마당에는 조각공원이 있어요.  

이 조각상의 제목은 <한끼의 밥>입니다.
 
'거리에서, 때론 지하보도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을 만난다. 이들을 지나칠 때마다 어떤 이는 동정을, 어떤 이는 멸시를 던지나, 모든 이들의 삶과 그 끈질긴 생명력은 찬양받아 마땅하다.'

부산 현대 미술관입니다.

외벽도 작품이네요. 패트릭 블랑의 <수직정원>

이곳의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앗싸! 여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 추가요!


제2 전시실의 주제는 자연, 생명, 인간입니다.

미디어 아트 작품이 많아요.


화초들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 같아요.


현대 미술과 기술의 만남 덕에 상상 속 이미지를 현실에서 구현해내는군요.


<굿바이 투 러브>라는 전시입니다. 연인과 헤어진 후, 그가 내게 준 선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갖고 있자니 볼때마다 괴롭고, 버리자니 죄책감이 듭니다. 그런 물건을 모으니, 미술작품이 됩니다. '실연수집'이라는.

물건을 보내며, 물건에 얽힌 사연을 신청자가 글로 남겼어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들여볼 수 있었겠지요. 글쓰기의 가장 큰 효용은 치유입니다.

요즘 후회하는 게 하나 있어요. 스무 살 때, 20번 연속 미팅 실패한 기록이 있는데요. 그때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더라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어떻게 차였다.' 하고 기록해뒀더라면! 

그렇게 많이 차이기 쉽지 않거든요. 놀라운 건 그렇게 매번 까이면서도 계속 나갔다는 거지요. 그 실연의 기록이 있다면, 그걸로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부산 현대 미술관에서 본 마지막 이미지, <우리와 함께 천국의 낮은 끝에서>입니다.

천국은 어디일까요?
한자락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시간의 여유를 찾는 곳 아닐까요?

부산까지 강연을 위해 왔다가, 일만 하고 바로 돌아가는 건 나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잠시 시간을 내어 걷고 여행을 즐깁니다. 이제 예술 감상을 마무리하고, 을숙도 걷기 여행에 나섭니다.

을숙도 생태공원, 헤매고 다니는 재미가 있어요. 제주 올레나 서울둘레길 처럼 한 방향으로 난 길이 아니에요. 그냥 작은 섬 안에서 이곳저곳 헤매고 다닙니다. 

저 멀리 몰운대가 보입니다. 지난번 몰운대 여행기를 올렸더니, 몰운대에서 보는 석양이 참 좋다고 하셔서요. 낙조를 보고 싶었는데, 날이 흐려 포기했어요. 또 다음 기회가 있겠지요. 살아있는 한, 기회는 있거든요.

목표가 사라지면, 저는 과정에 충실합니다. 낙조 감상이라는 목표는 날씨가 도와줘야해요. 날씨는 내 뜻대로 할 수 없어요.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지요. 섬의 여기저기를 걸어 다녔는데, 그늘이 별로 없어요. 날이 흐려 그나마 선선하게 걸었어요. 역시 인생에 나쁘기만 한 일도, 좋기만 한 일도 없어요. 다 거기서 거기지요. ^^ 


돌아가는 길에 아트몰링 하단점을 다시 들렀어요. 옥상 정원 '아트 가든'을 보려고요. 저멀리 바다와 낙동강이 만나는 장관이 보여요. 리버뷰와 오션뷰를 한 눈에!

오가는 기차 안에서 5시간 동안 책을 읽고, 2시간 동안 강연을 하고 3시간 동안 걷기 여행을 즐깁니다. 


공부와 일과 놀이가 순환하는 삶. 이게 제가 꿈꾸는 노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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