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한옥마을 골목길 투어

by 김민식pd 2019. 6. 13.

오늘은 경기전에 이어 전주 한옥 마을 골목길 투어에 나섭니다. 집결지는 경기전 정문 앞이고요. 가슴에 '문화해설사'라는 표찰을 단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시네요. 

한옥마을 지도를 통해, 골목길 투어 코스를 알려주시던 해설사님이 물어보십니다.

"전주가 여행지로 사랑받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옥마을이요." "전주 비빔밥이요." "판소리 공연이요." 다양한 답이 나왔어요. 볼거리가 있고, 먹을 거리가 있고, 즐길 거리가 있다는 것. 선생님은 이것을 한마디로 '인증샷 찍기 좋은 도시'라고 말하십니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한복을 빌려입고,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공연 사진을 찍고, 음식 사진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전주는 여러가지 조건을 다 갖춘 도시입니다.

(몇 년 전, 한옥마을 스테이 와서 찍은 아이들 사진입니다.)

한옥마을을 보존하기 위해, 전주시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하고,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노력을 했어요. 그중 하나가 소리문화관이고요.


조선 후기, 전주는 판소리의 도시였어요. 

일찍부터 상업이 발달하고, 물자가 풍성하던 전주 지방은 소작하던 농민들이 호남평야를 배경으로 경제적 안정을 얻고, 상업 자본의 유입으로 부상(富商)이 일어나고 있었다. 점차로 여유 있는 서민층이 폭넓게 형성되면서 이들 가운데서 교양을 높이고,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얻고, 또 오락도 되는 독서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와 같은 서민의 취향에 영합해 나타난 출판물이 완판방각본(完板坊刻本)이다. 그것은 사대부층을 위한 교양서나 문집류를 간행했던, 앞선 비방각본류(非坊刻本類)와는 달리 서민의 요구에 적절히 부응하면서, 영리를 추구하는 상업적인 출간물이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판소리 완판본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완판본은 완산골 전주에서 나왔다는 뜻이에요. 사람들이 먹고 살 만 해지면 문화를 즐기지요. 판소리가 유행했고, 그 판소리의 대본을 찍어내는 출판이 성했고, 출판의 재료인 한지가 발달합니다. 

(3년 전 여행에서 본 길거리 공연)

한옥마을에 있는 전주소리문화관에는 주말 상설 공연이 있어, 남도 판소리를 즐길 수 있고요. 전통한지원에서는 한지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어요. 

한지가 발달했으니, 시원한 부채도 여기서 만들어지고요. 그래서 부채 문화관도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판소리였어요. 하나의 문화가 흥하면, 그 문화에 파생된 산업이 발달합니다. 

한옥마을 이곳저곳을 안내하시며 걷던 해설사 선생님이 어느 건물 앞에 서서 창을 가리키며 물어보십니다. 

"창문의 저 문양을 한번 보시겠어요?" 

"사발통문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둥근 사발을 가운데 엎어놓고 둥글게 이름을 적어넣었지요. 어떤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름인데요. 이렇게 하면 주동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요." 

이곳은 동학혁명 기념관이자, 천도교 전주교구입니다.

전봉준이라는 이름이 보이지요? 요즘 방송하는 드라마 <녹두꽃>은 녹두 장군 전봉준과 동학 농민 혁명을 그립니다. 저는 이 사발통문을 보고, 그리고 전봉준이라는 한자 글씨를 보고 놀랐어요. 동학 혁명은 탐관오리 조병갑을 몰아내고자 무지랭이 농민들이 봉기를 일으킨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지도자들이 다 저렇게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는 사람이라는 건 몰랐어요. 해설사 선생님이 알려주시더군요. 당시 동학의 지도자들은 이곳의 지식층 선비였다고. 당장 전봉준만 해도 5살에 한문을 배우고, 13살에 한시를 쓰고, 서당에서 훈장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담벼락에 붙은 격문입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전주화약'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동학군이 전주성을 점령하자, 놀란 조정은 청나라 군대를 불러들입니다. 이게 사실 패착이지요. 나라에 난리가 났다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걸 외세의 개입으로 막으려 했으니. 청군과 일본군이 들어온 걸 보고, 동학군은 정부와 정전을 협의합니다. 그 내용이 전주 화약인데요. 신분제 폐지, 토지 개혁, 삼정 개혁 등의 요구가 들어있어요. 즉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공개적으로 신분제 폐지를 요구하고, 백성들의 인권을 개선할 것은 주장한 내용이지요. 이는 훗날 갑오개혁에 반영되기도 하고요. 해설사 선생님은 이것이 우리 나라 근대화의 시작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불의에 맞서는 동학 농민 운동은 3.1 만세 운동, 4.19 학생 의거, 5.18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집니다.  

전에 왔을 땐,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동학 혁명 기념관, 이제는 다시 보이네요. 불의에 저항해 싸운 선조들 덕분에 우리는 조금씩 민주화의 길을 걸어온 것입니다. 


1시간 남짓 골목을 걸으며 해설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던 무료 투어가 끝납니다. 

해설사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 후, 오목대에 올랐어요. 선생님이 일러주셨어요. 오목대에 갈 때는, 꼭대기 정자로 바로 가지 말고 중간에 산책로로 빠져야 한다고. 정상에 가면 나무가 무성해 전망이 가립니다. 중간에 한옥마을 전경이 보이는 전만대가 따로 있어요.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끝없이 늘어선 한옥마을의 부감 전경, 멋집니다. 골목을 누비며 한옥의 구조를 세세하게 보는 것도 좋지만, 전체의 풍광을 한 눈에 조망하는 것도 필수 코스입니다. 

인생이 그렇지 않나요? 바쁘게 순간 순간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우리 역사를 돌아보고, 지금 나의 삶이 있기까지 애써온 선조들을 떠올려 볼 필요도 있어요. 그래야 우리의 삶에도 의미가 생깁니다. 

 

경기전 해설 투어와 한옥마을 골목길 투어, 짠돌이 전주 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였어요.  


반응형

'짠돌이 여행예찬 > 짠돌이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양 낙산사 여행  (26) 2019.07.25
짠돌이 을숙도 여행  (15) 2019.06.26
전주 경기전 여행  (14) 2019.06.07
부산 몰운대 여행  (17) 2019.05.23
KTX 타고 강릉 여행  (16) 201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