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팩트풀니스>의 리뷰를 썼습니다. 도입부가 마음에 안 들어 이리저리 고치기도 했어요. 글을 쓴 후, 저장할 때,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초고는 지우고 완고만 남깁니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글을 발행하려고 봤더니... 세상에, 착오로 완고를 삭제해버렸어요. 남은 초고를 보니, 덩그러니 책 표지 사진 한 장만 남아있다는...

월요일 아침, <공부의 미래>에 대해 써놓은 2번째 리뷰를 대신 올렸어요. 원래는 '영어 공부의 미래' 다음에 '팩트풀니스' 그 다음이 '공부의 미래 2편' 이렇게 올리려했는데, 어쩔 수 없이 책 한 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서 나가게 되었어요. 

마음 잡고 앉아서 <팩트풀니스>에 대한 리뷰를 다시 씁니다. '리뷰를 다시 쓰는 바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뭐, 돈 안 받고 재미삼아 하는 일인데, 어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리뷰를 쓰는 게 공부인데, 같은 리뷰를 두 번 쓰면 공부가 더 깊어지겠군.'하는 생각도 들고요. 역시 인생은 해석이 중요합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인생, 길게 보면 크게 나쁜 건 없어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 있습니다.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이창신/김영사)

책머리에 간단한 퀴즈가 나와요.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여러분의 답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의 정답률은 고작 7%, 즉 10명 중 한 명도 답을 못 맞춘답니다. 답은 C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믿는다는 거지요. 

'한마디로 세상에 대해 생각하라. 전쟁, 폭력, 자연재해, 인재, 부패... 상황은 안 좋고,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것만 같다. 안 그런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며, 빈곤층은 더욱 늘어간다. 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원은 곧 동나고 말 것이다. 적어도 서양인 대부분이 언론에서 보고 머릿속에 담아둔 그림은 그렇다. 나는 그것을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그런 세계관은 스트레스와 오해를 불러온다.

사실은 세계 인구의 절대다수가 중간 소득수준을 유지한다. 이들이 우리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닐 수 있지만, 극빈층도 아니다. 딸아이는 학교에 가고, 아이들은 예방접종을 받고, 자녀 둘과 함께 살고, 휴가 때는 난민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해외여행을 꿈꾼다. 세상은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다. 모든 면에서 해마다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그렇다. 더러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지만, 이제까지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다. 이것이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이다.'


(<팩트풀니스> 27쪽)

책 표지 뒷장을 보면, 세계 건강 도표가 나와요. 소득과 수명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은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어요. 우리와 비슷한 나라가 영국 독일이고요. 미국은 우리보다 기대수명이 낮고, 그리스나 포르투갈은 우리보다 소득이 낮아요.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좋은 나라에 살고 있구나! 마음 놓고 인생을 더 즐겨도 되겠구나! 

책을 읽고 반드시 경계하고 싶은 본능이 있어요. 바로 비난 본능이지요.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최근에 내가 이 본능을 느낀 것은 호텔에서 샤워를 할 때였다. 온수 수도꼭지를 끝까지 돌렸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 초 지나 쩔쩔 끓는 물이 쏟아져 살을 데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배관공에게 화가 치밀었다. 이어서 호텔 지배인, 그리고 찬물을 쓰고 있을지 모를 옆방 투숙객에게 차례로 화가 났다. 하지만 누구도 비난할 수 없었다. 누구도 내게 고의로 해를 끼치거나 태만하지 않았으니까. 인내심을 가지고 수도꼭지를 천천히 돌리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뭔가 잘못되면 나쁜 사람이 나쁜 의도로 그랬으려니 생각하는 건 무척 자연스러워 보인다.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가 그걸 원해서 그리되었다고 믿고 싶고, 개인에게 그런 힘과 행위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그러지 않으면 세계는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럽고, 무서울 테니까. (...)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때가 많다.'

(위의 책 294쪽)


드라마 감독으로 일할 때, 구름이 나를 방해할 때도 있어요. 해가 구름 뒤에서 숨바꼭질을 할 때가 있지요. 해가 났다 말았다, 하면 일광의 차이가 심해 조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요. 때로는 촬영하다 말고 해를 가린 구름이 물러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도 있어요. 무더운 여름에 그러고 있으면 정말 짜증이 나지요. 그때 누구를 비난할 수 있겠어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세계를 바꾸려면, 우선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좋아졌는데, 과거의 공포에 사로잡혀 사는 이들이 많거든요. 제 아버지가 그래요. '그러다 굶어죽는다.'는 소리가 아직도 아버지의 유행어에요. 6.25 이후 가난한 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그 시절의 기억이 몸에 아직도 새겨져 있나봐요. 더 여유롭게 살 수 있음에도 여전히 불안에 젖어 삽니다. 볼 때마다 참 안타까워요. 아버지를 보고 느꼈어요. 불안과 공포 속에 사는 건, 삶의 즐거움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라고. 


<팩트풀니스>의 3줄 요약.

우리는 세상을 오해하고 있고, 세상은 생각보다 괜찮다.

책에 나오는 10가지 본능을 이해하고 통제할 때, 낙천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땐, 가장 긍정적인 경우를 예상하자. 지난 수십년의 역사가 그걸 증명하니까.


주말 동안, 여유가 있다면 책의 공동저자인 안나 로슬링 뢴룬드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한 강연을 봐도 좋아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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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9.08.09 0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언제 리뷰쓰시나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완고를 삭제하셨었군요. ㅠ.ㅠ
    그래도 이렇게 다시 글을 완성하셔서 리뷰를
    읽을 수 있어 다행이네요.

    팩트폴리스 책 내용을 보면 볼수록 내가 아는게
    진짜 맞는건지 다시 확인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세상이 내 예상보다 더 좋은데
    그렇치 않게 느끼는건 뉴스때문에 그런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뉴스는 항상 나쁜 소식 위주로
    내용을 전달하니까요.

    전 세바시 강연을 직접 가지는 못해서 아쉬웠는데
    세바시 멤버십이라 인터넷 라이브로 아쉬움을 달랬죠.
    강연 내용도 좋았고 피디님과 대담 진행도 좋았던거 같아요.

    편집된 세바시 영상도 다시 봐야겠어요.

    • 섭섭이짱 2019.08.09 2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오늘 글과 관련된 꼬꼬독 영상이 올라왔네요.
      영상을 보니 더 이해가 잘 되네요.

      <성장을 가로막는 인간의 10가지 본능>
      https://youtu.be/dJzpp1GKm_c


  2. 보리랑 2019.08.09 06: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릇 하나만 깨도, 음식 떨어뜨려 바닥에 난리가 나도 바로 '남탓'을 하는 저를 보며 화들짝 놀랍니다. 책임지기 싫다는 마음에 그러나 싶네요. 예전엔 바로 투덜댔는데 요즘은 다행히 속으로만 합니다 ㅎ

    이러다 종말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저에게 딱 필요한 책이네요. 남들의 고통에 슈퍼센서티브한 저로서는 고통받는 사람이 절반으로 줄었다 해도 안도가 되지 않는데, 내가 어쩔수 없는걸 가지고 걱정을 사서 하고 나를 달달 볶고 있네요 ㅎ

    댓글로 글쓰기 하는 저로서는, 그 짧은 댓글이 어쩌다 싹 지워져도 황당합니다 ㅎㅎ 다시 글을 쓰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기도 하지요 ㅎ

  3. 꿈트리숲 2019.08.09 07: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한 팩트를 가지고 접근했던 책이라
    그런지 전 문제를 많이 못 맞췄던 것 같아요.
    이른바 팩폭 당했지요.ㅋㅋ

    어떤 세계관을 가질지는 개인이 정하는 거지만
    그 세계관에 언론과 미디어가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매일 쏟아지는 뉴스엔 세계가 점점 나아진다는
    소식 보다는 전쟁, 기아, 빈곤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세상은 더 나빠진다 생각했습니다.

    저자가 직접 소개해주는 현재 우리의 위치가
    상당히 잘 사는 위치여서 내심 기뻤어요.
    더 많이 누리는 것에 감사의 표현으로 더
    많이 나눠야겠다 다짐하는 강의이기도 했습니다.
    완고를 날려버리신 그 심정... 격하게 공감가네요.ㅎㅎ

  4. 아리아리짱 2019.08.09 0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어머나 ~!
    블로거 10년 고수님 도 완고 삭제 이런 실수를~!

    그 실수를 통해 또 이렇게 긍정적 해석의
    내공을 키우시니, 역쒸 블로거 고수님이십니다!

    '인생의 모든일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긍정적 생각으로
    삶의 즐거움 키우기!'


    싸부님!
    사실을 바탕으로 불안감 잠재우는
    귀한 책 소개 감사합니다.

  5. vivaZzeany 2019.08.09 07: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비난 본능~ 저 그거 장착했었잖아요. 거의 평생.
    그거 떼는 작업중입니다.
    오래되어 쩔어붙었는지 잘 안 떨어지네요.

    뭔가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속마음을 들킨 듯, 살짝 부끄럽고. ^^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확 꽂히네요. 읽어보고 싶어요.)

  6. aqua81 2019.08.09 0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밤에 세바시에서 본 내용이 오늘 아침에 피디님 글로 나오다니, 피디님과 통했다라는 느낌으로 아침부터 기분 좋습니다^^

  7. 오달자 2019.08.09 08: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마이갓!
    피디님께서도 완고 삭제를...ㅠㅠ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요~~

    저도 어제 비공개 글에서 공개 전환시 안되어 결국에는 고객센테에 신고까지 했네요.ㅠㅠ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기다릴 줄 아는 삶의 자세...
    그것만 깨우쳐도 삶이 그리 팍팍하진 않을텐데 말이죠.
    때를 기다리라는 말이 있듯이 .. .
    살다 보면 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들이 꽤 많이 생기더라구요.

    오늘도 피디님의 인생 철학!
    한 수 배우고 갑니다~^^

  8. 혜혜심심 2019.08.09 0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극빈층이 2배로 늘었다로 생각했네요. 그런데 정반대라니..완전 놀랐네요.

    정말 뉴스미디어의 조정에 속은 느낌

    부익부 빈익빈은 점차 좁힐 수 없는 격차로 벌어진다고 생각하나, 누구에게나 혜택의 폭은 넓어지고 있나봐요. 감사한 일이네요.

    요즘 대한민국이 망해간다고 이민 가야한다고 떠들어데는 주위사람 많아요. 실제 캐나다로 이민가서 생활하는 동생은 한국이 최고라드만. 정말 그런가봐요. 이민 어쩌고하는 그들에게 추천해봐야겠네요.

    덕분에 자부심 얻고 갑니다.

    오늘도 감사~~~^^

  9. GOODPOST 2019.08.09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긍정 마인드!
    세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
    두번의 리뷰에도 비난본능이 아니라 근정적인 사고로 해석.
    책만 읽는것이 아니라 책속 삶을 실천하는 용기 늘 부럽습니다.

  10.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08.09 1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독님 글 잘 읽었습니다. 리뷰를 두 번 쓰셨다고요. 짜증날 수 있는 일인데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모습에 또 한번 배우고 갑니다.

    * 감독님 질문이 있습니다. 혹시 답변 해주실 수 있을까요? :)

    Q) 감독님은 인생의 목적이나 방향을 세우고 사시나요? 아니면 평소 말씀하시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특별한 계획없이 즐겁게 해나가시는 편이신가요? 목적과 목표가 있으면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데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련지요? ^^


  11. WOW 2019.08.09 1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외 주재원으로 있는 친구의 말이 밖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해요.
    의료제도와 치안 등등...
    정작 안에 사는 우리들은 헬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네요.
    좀더 우리나라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겠다 싶더라구요.
    비록 지금은 시끌시끌 하지만 어려움이 닥치면 항상 이겨내는 민족이니
    이 또한 자~알 헤쳐나가리가 믿습니다 ^^
    모든 분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