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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이렇게 좋은 팩트폭격이라니!

by 김민식pd 2019. 8. 9.

주말 동안 <팩트풀니스>의 리뷰를 썼습니다. 도입부가 마음에 안 들어 이리저리 고치기도 했어요. 글을 쓴 후, 저장할 때,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초고는 지우고 완고만 남깁니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글을 발행하려고 봤더니... 세상에, 착오로 완고를 삭제해버렸어요. 남은 초고를 보니, 덩그러니 책 표지 사진 한 장만 남아있다는...

월요일 아침, <공부의 미래>에 대해 써놓은 2번째 리뷰를 대신 올렸어요. 원래는 '영어 공부의 미래' 다음에 '팩트풀니스' 그 다음이 '공부의 미래 2편' 이렇게 올리려했는데, 어쩔 수 없이 책 한 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서 나가게 되었어요. 

마음 잡고 앉아서 <팩트풀니스>에 대한 리뷰를 다시 씁니다. '리뷰를 다시 쓰는 바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뭐, 돈 안 받고 재미삼아 하는 일인데, 어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리뷰를 쓰는 게 공부인데, 같은 리뷰를 두 번 쓰면 공부가 더 깊어지겠군.'하는 생각도 들고요. 역시 인생은 해석이 중요합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인생, 길게 보면 크게 나쁜 건 없어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 있습니다.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이창신/김영사)

책머리에 간단한 퀴즈가 나와요.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여러분의 답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의 정답률은 고작 7%, 즉 10명 중 한 명도 답을 못 맞춘답니다. 답은 C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믿는다는 거지요. 

'한마디로 세상에 대해 생각하라. 전쟁, 폭력, 자연재해, 인재, 부패... 상황은 안 좋고,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것만 같다. 안 그런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며, 빈곤층은 더욱 늘어간다. 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원은 곧 동나고 말 것이다. 적어도 서양인 대부분이 언론에서 보고 머릿속에 담아둔 그림은 그렇다. 나는 그것을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그런 세계관은 스트레스와 오해를 불러온다.

사실은 세계 인구의 절대다수가 중간 소득수준을 유지한다. 이들이 우리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닐 수 있지만, 극빈층도 아니다. 딸아이는 학교에 가고, 아이들은 예방접종을 받고, 자녀 둘과 함께 살고, 휴가 때는 난민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해외여행을 꿈꾼다. 세상은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다. 모든 면에서 해마다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그렇다. 더러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지만, 이제까지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다. 이것이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이다.'


(<팩트풀니스> 27쪽)

책 표지 뒷장을 보면, 세계 건강 도표가 나와요. 소득과 수명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은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어요. 우리와 비슷한 나라가 영국 독일이고요. 미국은 우리보다 기대수명이 낮고, 그리스나 포르투갈은 우리보다 소득이 낮아요.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좋은 나라에 살고 있구나! 마음 놓고 인생을 더 즐겨도 되겠구나! 

책을 읽고 반드시 경계하고 싶은 본능이 있어요. 바로 비난 본능이지요.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최근에 내가 이 본능을 느낀 것은 호텔에서 샤워를 할 때였다. 온수 수도꼭지를 끝까지 돌렸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 초 지나 쩔쩔 끓는 물이 쏟아져 살을 데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배관공에게 화가 치밀었다. 이어서 호텔 지배인, 그리고 찬물을 쓰고 있을지 모를 옆방 투숙객에게 차례로 화가 났다. 하지만 누구도 비난할 수 없었다. 누구도 내게 고의로 해를 끼치거나 태만하지 않았으니까. 인내심을 가지고 수도꼭지를 천천히 돌리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뭔가 잘못되면 나쁜 사람이 나쁜 의도로 그랬으려니 생각하는 건 무척 자연스러워 보인다.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가 그걸 원해서 그리되었다고 믿고 싶고, 개인에게 그런 힘과 행위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그러지 않으면 세계는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럽고, 무서울 테니까. (...)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때가 많다.'

(위의 책 294쪽)


드라마 감독으로 일할 때, 구름이 나를 방해할 때도 있어요. 해가 구름 뒤에서 숨바꼭질을 할 때가 있지요. 해가 났다 말았다, 하면 일광의 차이가 심해 조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요. 때로는 촬영하다 말고 해를 가린 구름이 물러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도 있어요. 무더운 여름에 그러고 있으면 정말 짜증이 나지요. 그때 누구를 비난할 수 있겠어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세계를 바꾸려면, 우선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좋아졌는데, 과거의 공포에 사로잡혀 사는 이들이 많거든요. 제 아버지가 그래요. '그러다 굶어죽는다.'는 소리가 아직도 아버지의 유행어에요. 6.25 이후 가난한 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그 시절의 기억이 몸에 아직도 새겨져 있나봐요. 더 여유롭게 살 수 있음에도 여전히 불안에 젖어 삽니다. 볼 때마다 참 안타까워요. 아버지를 보고 느꼈어요. 불안과 공포 속에 사는 건, 삶의 즐거움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라고. 


<팩트풀니스>의 3줄 요약.

우리는 세상을 오해하고 있고, 세상은 생각보다 괜찮다.

책에 나오는 10가지 본능을 이해하고 통제할 때, 낙천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땐, 가장 긍정적인 경우를 예상하자. 지난 수십년의 역사가 그걸 증명하니까.


주말 동안, 여유가 있다면 책의 공동저자인 안나 로슬링 뢴룬드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한 강연을 봐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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