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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UFO는 없다

by 김민식pd 2011. 11. 27.
어린 시절 나는 UFO신봉자였다. 초등학교 6학년때 친구들과 함께 하늘을 날아가는 이상한 물체를 본 적이 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UFO, 말 그대로 미확인 비행물체다. UFO를 본 후, 한동안 외계문명에 빠져 살았다. 1970년대 말,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사람들이 믿었던 것? 바로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이다.



유럽 탐험가들이 처음 이스터 섬에 도착했을 때, 석상은 신비한 존재였다. 섬에는 그런 거대석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인구도, 자원도 없었다. 석상이 만들어지는 채석장과 석상이 세워진 해변까지는 멀었다. 아름드리 통나무를 지렛대삼아 굴리지 않고서는 20톤이 넘는 석상을 옮기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데 섬에 자라는 식물종은 기껏해야 관목이나 작은 갈대 뿐이었다. 그리고 많은 노동인구가 필요한 사업인데, 당시 섬 인구로는 턱도 없었다. 인구가 수만명은 넘어야 잉여 노동력으로 거석을 세울텐데, 발견 당시 이스터 섬에는 왜소하고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 몇천명 밖에 없었다. 나무도 없고 인구도 없는데, 어떻게 만든거지? 역시 외계문명의 증거인가? 


모아이 석상의 미스터리가 풀린건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Collapse-'를 읽고 나서다. 현대 과학으로 섬을 탐사한 결과, 지금은 황폐해진 이스터섬이 과거에는 아름드리 거목이 숲을 뒤덮은 열대우림이었단다. 다양한 동물종이 서식했고, 배를 타고 나가 돌고래도 잡을 정도로 어업도 발달했었다. 식량이 풍족하니 자연히 인구가 늘어났고,수만명이 거주하는 부락도 생겨났다.  

먹고 살만 하니까, 지도층은 잉여 노동력을 가지고 자신의 권력을 상징하는 거석을 만들기 시작했다. 선조보다 더 큰 석상을 만들려는 후손들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부족들간에 경쟁도 치열해졌다. 거석을 옮기기위해, 아름드리 통나무들이 잘려나갔다. 울창했던 열대우림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나무가 사라지자, 배를 만들 수 없어졌다. 배를 못 만들자, 물고기를 잡을 길이 없어졌다. 결국 사람들은 섬 안의 새들과 동물들을 사냥했다. 섬에서 도망갈 길 없는 동물들은 머지않아 멸종되었다. 결국에는 최후의 식량을 두고 전쟁이 일어났다. 바로 인육이다. 이스터 섬 주민들이 사용하는 표현 중 가장 심한 욕은 '내 이빨 사이에 네 엄마의 골수가 끼어있다.'다. 식인 풍습과 함께 이스텀 섬의 거석 문명은 멸망했다.   

한때 내가 UFO 문명의 근거지라고 믿었던 섬은 그렇게 허무하게 망했다. 물신 숭배 경쟁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비웃을수 있을까? 우리 사회도 물신 숭배의 경쟁에 빠져 멸망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먹고 사는데 필요한 이상을 우리는 소비한다. 그리고 더 많이 쓰기 위해 더 많이 벌어야하고,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해야한다. 결국 우리의 물신 숭배는 학력 만능 주의로 이어진다. 1등만이 행복하다고 믿는다.

미친 경쟁으로 인해 모두가 불행한 사회, 그 결과물이 바로 저조한 출산율이다. 올해 우리나라 인구2인당 출산율을 1.21명이다. 전 세계 국가 222개국 중 217위다. 후손을 남기려는 생물적 본능을 억제하는 것은 사회적 학습이다. 기성 세대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 불행한 세상에 굳이 2세를 내놓을 이유가 없다. 결국 우리의 물신 숭배는 무한 경쟁이라는 교육의 폐해를 낳았고, 이는 초유의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다른 변수가 없다고 계산할때, 지금의 출산율대로라면, 2300년에 한국인은 사라진다고 인구학자는 전망한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 -박영숙)

에이, 설마!

설마싶겠지. 이스터 사람들도 똑같았을 게다. 에이 설마... 
숲 속의 마지막 나무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들은 깨달았다.
이제 열매도 주는 나무도, 고기를 잡을 배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모아이 석상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다는것을...

이스터 섬에 UFO는 없었다. 단지 미친 경쟁이 있었을 뿐이다.

경쟁에 찌든 사회는 병든 사회다.
경쟁에서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지금보다, 혹은 남보다 더 가지려고 노력하기보다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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