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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방황을 권한다

by 김민식pd 2011. 11. 22.
그동안 독서와 영어 공부, 이딴 것들만 권해온 나, 오늘은 방황을 권해드린다. 
20대에 가장 중요한 것? 바로 방황이다. 

방황을 거의 하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어려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우리 나라 최고 대학에 갔다. 대학 가서도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갔다. 진학과 취업에 몰두하느라 연애할 틈은 없었다. 결국 부모님이 조건 좋은 상대를 찾아 맺어주었다. 부모님 뜻을 거스르는 일 없이 산 친구는, 아니 자신의 뜻이 따로 없었던 친구는, 부모의 뜻대로 일찍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몇년이 지나 친구를 만났는데, 별거 중이었다. 한 여자를 만났단다. 애까지 낳은 아내에게서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그 사람에게서 느꼈단다. '아내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인 줄 알았거든? 아니더라구. 이 사람을 만나고 알았어.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결혼하고 애낳고 나서, 뒤늦게 사랑이라니... 순서가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 

주위에 이런 예들, 의외로 많다. 잘나가는 엘리트 남자가 50대에 바람나서 패가망신하는 이유?  다들 20대를 너무 건실하게 산 탓이다. 젊어서 고시와 출세에 매달리다, 뒤늦게 사랑에 눈뜨는 삶. 이거 위험하다.

결혼만 그런가? 취업도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엔 '닥치고 공부'만 한다. 나의 적성이 무언지,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오로지 성적이다. 학교와 주위의 기대에 맞춰 살기에 급급하다. 그렇게 성적에 맞춰서 진학하고, 스펙에 맞춰서 취업한다. 그러다 나이 40에 문득 깨닫는다. '이게 진짜 내가 꿈꾼 삶이었나?' 

젊어서 방황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작은 실패를 피하기만 하면 나중에 크게 실패한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는 걷다가 넘어져봐야, 다음에 조심하는 것을 배운다. 애가 다칠까봐 아예 업고 다니면, 아이는 걸음마를 배울 수 없다. 

별거중인 친구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쩔려구?' '몰라. 그런데, 이 여자 아니면 나 못 살 것 같아.'
휴우... 남들은 20대에 배운 걸, 이 친구는 40에도 아직 모르는구나...
헤어지면 죽을 것 같이 괴로운 사람도, 밥만 잘 먹더라. 그때 뿐이더라. 
취업도 연애도 똑같다. 당시엔 그게 아니면 죽을 것 같아도, 지나보면 아니라도 잘산다. 
그걸 아는게 20대의 할 일이다. 실연도 당하고, 시련도 당하고.  

20대에는 성공을 바라지마라. 숱한 실패에 감사하라.
오래가는 성공의 노하우를 원한다면, 
방황을 권해드린다. 

                          곰: 우리 어디로 가?
                          아이: 몰라... 아빠가 방황을 하라는데...


                                                  우리 어디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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