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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피디짓 못해먹겠다

by 김민식pd 2011. 12. 1.

요즘 신문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젠장, 피디도 못해먹겠다...'

국민들을 좀 웃겨보겠다고 코미디 피디가 되었는데, 요즘은 국회의원이 더 웃긴다. 어느 국회의원이 술자리에서 치는 애드립을 보면, 그 놀라운 창의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지엄하신 가카의 수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특정 직업인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고, 그러고도 반성하는 기미도 없이, '개그맨이 하면 조크고, 내가 하면 성희롱이야?' 고소 드립이나 치고, 심지어 나꼼수 특집에 개콘 특집까지 했으니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자뻑을 날리신다. 국회의원이 이렇게 사람 웃기는 걸 보니, 이제 기죽어서 코미디는 못 만들겠다.

코미디가 안되면 드라마나 해볼까 했더니, 요즘은 검사도 막장 드라마를 찍는다.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에 이어, 벤츠 검사 납시었다. 36살난 유부녀 여검사가 49살난 유부남 변호사에게 걸핏하면 샤넬빽 사달라고 조른다. 그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난 건 부장 판사 출신 변호사의 새 애인이 제보한 탓이란다. 모냐, 이건? 유부남 유부녀의 불륜에다, 검사와 변호사의 스폰서쉽에다, 유부남을 사이에 두고 세컨드와 써드가 맞붙은 4각 관계?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이보다 더 독하기는 글렀으니, 드라마도 못 만들겠다.

할 수 없이 액션 드라마에 도전해볼까 했더니... 젠장. 웬 경찰서장이 몸을 던져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토끼몰이에 물대포까지 쏳아놓고, 굳이 격앙된 시위군중 사이로 경찰복 입고 들어가는건 뭐냐? 그래놓고 경찰서장이 폭행당했다고 난리인데, 팼다는 시민은 알고보니 종로서 형사란다. 경찰서장의 명연기에 조중동은 대성통곡하며 목놓아 운다. 데모대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구나... 에고에고... 저렇게 눈물 쏙 빼는 액션 연기, 참 오랜만일세. 경찰서장님께서 저렇게 리얼한 액션연기를 펼치시니, 이제 어설픈 액션도 못 찍겠다.   

국회의원이 개그하고, 검사가 막장 드라마 찍고, 경찰서장이 액션 배우하는 세상...
나같은 3류 피디, 기죽어서 살겠나... 

                             내가 본 그 어떤 드라마보다 리얼한 대사다. 
                   사법고시 패스한 분들의 대사빨은 진정 놀랍기만 하다.
                                         (자료 출처: 완전소중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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