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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장강명 작가의 SF 소설집이라니!

by 김민식pd 2019. 9. 6.

장강명 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을 읽었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오랜 팬이자, SF라는 장르의 마니아인 제게, 이 책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어린 시절, 과자 종합선물셋트를 받은 기분입니다.

표제작인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에는 초능력을 가진 연인들이 나옵니다. 한 사람은 예지력을 갖고 있고요. 또 한 사람은 천리안을 가지고 있어요. SF라는 장르의 공식을 가지고 매력적인 로맨스를 만들어냅니다. 하긴 장강명이 누군가요. <5년 만에 신혼여행>에서 여행기를 빙자한 절절한 로맨스를 들려준 작가지요. 

어떤 의미에서 현대의 우리는 모두 천리안을 갖고 있어요. 매스미디어 덕분에 멀리서 일어나는 일도 가까이서 보듯 들여다볼 수 있어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인터넷에 분신을 만듭니다. 인스타에 올린 나의 분신이 나를 대신해 많은 사람을 만나지요. 과학기술의 시대,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은, 백 년 전 사람들에게는 마술처럼 보였을 겁니다. SF를 읽다보면, 불가능하다는 말에는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붙여야하지 않나 싶어요. 현재 불가능한 많은 일들이 미래에는 가능해질 테니까요. 미래에는 복제인간을 통해 영생을 얻는 것도 가능해질까요? 


수록작 <아스타틴>에는 초지능을 얻은 인간이 목성의 위성을 테라포밍하여 자신의 제국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1대 황제가 된 후, 유전자 복제로 자신의 분신을 여럿 만들어요. 15명의 복제인간들 중 경쟁을 통해 가장 능력이 뛰어난 분신을 차세대 아스타틴으로 선정합니다. 이제 초능력을 가진 15명의 후계자들 사이에서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집니다.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전투가 벌어져요. 마블 유니버스의 한 장면처럼 박진감 넘치는 SF 액션이 펼쳐집니다. 누가 이 작품 영화화해주면 끝내줄 것 같아요. 

책 끝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보면, 다독가로서 장강명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데이터 시대의 사랑>을 쓰게 된 경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테크놀로지와 인문' 연속 강연에서 빅데이터를 주제로 발표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전후로 이 문제에 관심이 생겨 관련 교양서를 몇 권 읽었습니다. 스티븐 베이커의 <빅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 야노 가즈오의 <데이터의 보이지 않는 손>, 캐시 오닐의 <대량살상수학무기>, 에릭 시겔의 <빅테이터의 다음 단계는 예측 분석이다>, 박형준의 <빅데이터 전쟁>등입니다. 저자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저 나름대로 보탠 생각이 이 소설로 이어졌습니다.(...)

글의 제목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가져왔습니다.'

(376쪽)

도서관 저자 강연 가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가끔 이런 답을 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쓴 책을 읽으세요. 1년에 200권을 읽을 수 없다면, 1년에 200권을 읽고 책을 쓴 그 한 권을 읽는 거지요. 그게 독서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 아닐까요?"

네, 제 책 영업하려고 하는 멘트인데요. 장강명 작가님 같은 다독가의 책을 읽는 건, 시대의 흐름을 읽는 효과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대목 하나.

'수학자 조지 단치히는 박사학위 과정 중에 있을 때 강의 시간에 지각했다가 칠판에 적힌 문제가 숙제인 줄 알고 집에 가서 끙끙대며 풀었다. 이번 숙제는 왜 이렇게 어렵지, 하면서. 그는 '숙제'를 며칠 만에 풀어서 제출했는데, 알고 봤더니 그 문제는 그때까지 통계학계에서 풀리지 않는 난제라며 교수가 학생들에게 소개한 것이었다. 단치히는 그 사실을 몰랐기에 거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367쪽)

불가능이란 말에 초연한 삶을 살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은 다 도전하며 사는 거지요. 인생의 목표 중 하나는 장강명 작가 전작읽기에요. 이렇게 놀라운 작품을 써내는 작가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건 최고의 선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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