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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드디어 'U2'가 온다!

by 김민식pd 2019. 6. 5.

외대 통역대학원 재학 시절, 미국식 회화 표현을 공부하려고 시트콤 '프렌즈'를 열심히 봤습니다. 한번 봐서는 알아듣지 못하는 표현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아예 비디오로 녹화를 해놓고 안 들리는 대목은 되감기하면서 봤습니다. AFKN에서 하는 방송을 녹화하려고 시작 시간이 되면, 바깥에 있다가도 집으로 달려가 비디오의 녹화 버튼을 눌렀어요. 90년대 비디오 플레이어에도 예약 녹화 기능은 있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버튼을 눌러야 마음이 편했어요. 덕질을 할 때의 마음은 그렇습니다. 정성을 다하지요. 그렇게 모은 시트콤 비디오가 100개가 넘은 순간, 깨달았어요. '회화 청취는 그냥 핑게구나. 나는 시트콤을 좋아하는 사람이로구나. 하루 종일 시트콤만 보면서 살아도 좋겠다. 이렇게 재미난 놀이, 직업으로 삼을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통역사 대신 시트콤 피디의 삶을 꿈꾸게 되었어요.

비디오로 녹화를 해두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보고 또 봤어요. 그 중 하나가 U2의 노래, 'With or Without You'가 흐르는 장면입니다. 

 

세상 참 좋아졌어요. 유튜브에 검색하면 이렇게 클립이 다 뜨는군요. 100개가 넘는 비디오 카세트를 다 버린 건, MBC 입사한 후입니다. DVD 자료실에 다 있더라고요. 미국 출장 가서 개인 소장용으로 사오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제는 넷플릭스에서 '프렌즈' 전 시즌을 다 볼 수 있고요. 검색만 잘 하면 유튜브에서 어떤 장면이든 찾아낼 수 있어요. 인터넷 기술의 발전 덕에 덕질이 더 쉬워졌어요. 

(그래도 뉴욕에 신혼여행 갔다가 산 이 DVD는 안 버리고 있어요.)

바람 피웠다가 걸린 로스가 레이첼에게 용서를 구하며 라디오에 신청한 노래가 U2의 With or Without You고요. 이 감미로운 노래 덕분에 둘이 화해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전개에 배를 잡고 웃었어요. 제게는 신선한 이야기 전개였어요. 어려서 본 '코스비 가족'이나 '케빈은 열두살' 같은 시트콤은 항상 따듯한 엔딩으로 마무리를 했는데, '프렌즈'나 '사인펠드'에서는 의외의 반전이 시청자의 뒷통수를 치더군요.

20대의 저는, 속이 배배 꼬여 있었어요. 연애나, 취업이나, 항상 뜻대로 되지 않았기에 마냥 해피한 엔딩보다는, 주인공의 좌절이 더 와 닿았어요. 그 시절에는 데이트 신청도, 입사 지원도, 다 퇴짜를 맞았어요. 같이 가자고 손을 내밀지만, 아무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아 괴롭고 힘들 때, 저는 이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With or Without You, 

With or Without You,

With or Without You.

속으로는 다짐을 합니다. '네가 함께 하든, 말든, 나는 간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는 것이거든요.

 

어려서부터 힘들 때 나를 위로해주던 U2의 노래,

그 노래를 라이브로 직접 들을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U2의 첫 내한 공연 소식이 들려왔어요. 와우!

   

1996년 마이클 잭슨 내한 공연 소식이 들려왔을 때, '나중에 또 오겠지?' 하고 그냥 넘겼다가 천추의 한이 되었어요. 인생에 다음은 없어요. 지금 이 순간 밖에 없어요. 하고 싶으면, 그때 해야 하더라고요.  

 

6월 12일, 예스 24 티켓 오픈!

그날 조신하게 모니터 앞에서 새로고침을 누르며 기다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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