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남아 배낭여행을 좋아합니다. 예전에 한창 신혼일 때 혼자 태국 배낭 여행을 다녀왔어요. 2주간 여행을 가서, 1주일 동안 치앙마이에서 오지 트레킹을 하고, 코 사멧이라는 태국 남부의 섬에 가서 휴양을 즐겼지요.
여동생이 그랬어요. 오빠는 결혼 진짜 잘했다고. 결혼하고, 남편 혼자 여행 보내기 쉽지 않다고요. 남편 혼자 배낭여행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아내의 동료가 그랬대요.
"진짜 혼자 간 게 맞을까요?"
아내가 웃으며 대꾸했지요.
"바람은 못 피울 외모에요. 저는 걱정 안해요."
^^ ㅠㅠ
동남아 배낭여행을 가면, 저는 항상 현지에서 마사지를 받고요, 때로는 마사지 레슨도 받고 옵니다. 코 사멧에서 태국식 마사지를 배우고 현지에서 아로마 오일을 사 왔어요. 일하느라 고생하는 아내에게 매일 밤 태국 현지에서 배워온 마사지 기술을 시전했지요.
마님이 그랬어요. 꼭 태국 현지식 마사지를 받는 것 같다고. 외모만. ^^
큰 딸 민지랑 라오스에 가서도 마사지를 받았는데 거긴 조금 다르더군요. 밀고 당기고 근육을 좀 더 쓰는 편이었어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더군요. 여행 다녀올 때마다 새로운 안마법을 배워왔어요. 그런데 마사지를 해보면 알아요. 이게 은근히 힘들어요. 저도 아내에게 20분 정도 마사지를 하면 녹초가 됩니다.
마사지 받는 걸 좋아하지만 한가지 불편한 게 있어요. 마음이 약해서 누군가 타인을 부리는 게 늘 걸립니다.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마사지를 받았을 때, 너무 아팠는데 싫은 내색도 못했어요. 하는 사람 마음 상하게 할까봐. 나중에 보니, 곳곳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더라고요.
요즘도 저는 안마를 즐기는데요, 이제는 훨씬 마음 편하게 즐깁니다.
메가박스 강남이나 이수에 가면 극장 매표소 앞에 코인 안마 의자가 있어요. 드라마 협찬으로 세트장에서 자주 봤던 안마 의자. 그런데 한번도 앉아본 적은 없어요. 드라마 연출 중에는 느긋하게 등을 기댈 시간이 없거든요. 하나 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사거나 빌리기에는 금전적 부담이 크더군요. 그러다 메가박스에 있는 코인 안마기를 봤어요.
카드로 2천원을 결제하면 15분 동안 온 몸을 두들겨줍니다. 물론 짠돌이에게는 2천원도 큰 돈이지요. 그래서 집에서 버스 3정거장 거리에 있는 극장에 갈 때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왕복 버스비 2천원을 아껴서 마사지를 받는 호사를 누리지요.
영화 <기생충>을 봤어요. 제목 때문에 불편해 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부잣집에 빌붙어 사는 가난한 반지하 가족을 '기생충'이라 부르는 것 같다고.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그 영화에서 진짜 기생충은 호화저택에 사는 사장님(이선균)네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 집 딸은 과외 교사가 없으면 공부를 안 하고, 아들은 미술 선생이 없으면 통제가 안 되고, 엄마는 입주 아줌마가 없으면 살림이 안 되거든요. 누군가의 노동에, 노력에 기대어 삶을 영위하는 사람, 그게 바로 기생충 아닌가요? 단 10분만에 '한우 짜파구리'를 끓여내는 능력자를 감히 기생충이라 부를 수는 없는 거죠.
안마 의자에 몸을 맡기고 누워 편안한 휴식을 취하다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달하면, 타인의 노동을 착취하지 않고도,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로봇에게 일을 빼앗긴다고 생각만 하지말고, 로봇이 주는 혜택도 생각해봐야겠어요.
영화 상영 시작, 20분 먼저 도착해서, 친절한 기계에게 마사지를 받습니다.
이게 요즘 제가 찾은 '소확행 - 작지만 확실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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