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미밴드로 하루 만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어요. 주말에는 이른 아침에 동네 뒷산부터 오릅니다. 하루의 목표 걸음수를 아침에 채워둬야 마음이 편하거든요. 활자 중독이 심한 저는, 걸을 때도 독서를 즐기려고, 오디오북을 듣습니다. 오디언을 구독하기에 매달 오디오북을 무제한으로 즐기는데요. 최근에는 <나를 위해 하다> <자신감이 자존감인줄 알았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90년생이 온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을 이어 들었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나 <90년생이 온다>를 들으며 많은 공부가 되었어요. 가끔 집에서 아이들에게 농담을 했다가 재미없는 아재 개그 한다고 구박도 받는데요. 세대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생각을 다룬 책을 더 많이 접해야겠어요.
평소에는 자기계발서나 인문과학 서적을 듣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소설을 골랐어요. 오디언에 <2019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올라왔더군요. 처음 나오는 박상영 작가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들으며 걷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어요.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뒤에서 따라오시던 분이 슬쩍 방향을 틀어서 가시는군요. 아, 민망해집니다.
얼마전에는 오디언으로 천명관 작가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를 듣다가 역시나 정신없이 웃은 적이 있어요. 이러다 동네 뒷산에 미친 사람 있다고 소문 날까 두렵습니다. 전철이건 등산로건 책을 읽다 재미난 장면에서 웃음이 터집니다. 이야기에 쉽게 몰입하는 편이거든요. 한 시간을 걸었는데,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도 안 나요. 분명 나는 동네 뒷산을 걸었는데, 아카데미 철학 교실에 앉았다가, 병원 입원실에 갔다가, 호텔 라운지에도 갔다가, 소설 화자가 이끄는 데로 시공을 초월해 다닌 기분입니다.
생각해보니 걸으면서 무언가를 집중해서 듣는 습관은 20대에 길렀어요. 그 시절에는 돈이 없어 버스비를 아끼려고 30분 거리는 걸어다녔어요. 오래 걷다보니 그 시간이 아깝더군요. 영어 청취라도 공부하려는 생각에, 전날 저녁에 AFKN에서 <프렌즈> 방송분을 카셋 테이프에 녹음해서 들으며 걸었어요. 그때도 길을 걷다 문득 챈들러의 농담에 혼자 폭소를 터뜨리곤 했지요. 예나지금이나 미친 사람인건 여전하네요.
사람은 '습관의 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많은 습관 중 시간을 버는 습관을 좋아합니다. 시간을 버는 가장 확실한 길은 '죽지 않는 것'입니다. 나이 50을 넘기고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보니,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이익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오래오래 할 수 있으려면 건강해야 합니다.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 그게 인생에서 가장 남는 장사입니다.
산을 오릅니다. 소설을 즐깁니다. 마음껏 웃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산을 오릅니다.
이번 한 주도, 즐겁고 건강한 습관과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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