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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담담하게

by 김민식pd 2019. 5. 20.

1996년에 MBC 예능 PD로 입사한 후, 10년을 일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연출은 즐겁지만 아쉬움이 하나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잘나갈 때는 쉴 수가 없다는 거예요. 시청률이 떨어져 조기 종영을 하거나 프로그램이 막을 내려야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2007년, 때마침 MBC 드라마국에서 사내공모를 하기에 직종 전환을 신청했어요. 면접 등의 공모 절차를 거쳐 옮겼는데, 가보니 텃세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어떤 드라마 PD 선배는 이렇게 물었어요. 

“너는 뭐가 만만한 거냐? 내가 만만한 거냐, 내가 하는 일이 만만한 거냐?” 

드라마로 옮기고 참 힘들었어요. 사람 때문에 힘든 것도 있었고,욕심만큼 잘 되지 않아 힘들기도 했어요.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성과의 괴리 탓에 힘들지요. 일 때문에 힘들 때, 일을 계속 붙들고 있으면 망가지기 쉽습니다. 일과의 거리가 필요해요. 아니 때로는 나 자신과의 거리가 필요해요.  

드라마국의 텃세 탓에 힘들어하던 시절, 휴가를 내고 베트남 캄보디아 여행을 갔어요. 캄보디아 씨엠립에 있는 앙코르와트 사원을 보러 갔지요. 인간관계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려고 프레야 칸의 한적한 사원 귀퉁이에 혼자 몇 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위태하게 걸쳐 있는 돌기둥이 보였습니다. ‘저게 무너지면 난 꼼짝없이 죽겠네?’ 1000년을 버텨온 돌이 하필 내가 그 밑에 앉아 있는 순간에 무너져 내린다면 그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운명은 받아들여야죠. 
앙코르와트를 만든 사람들을 생각해봅니다. 힌두교 사원이라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곧 불교 사원으로 바뀝니다. 왕조가 멸망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요. 100년도 못 버티고 폐허가 될 도시를 만드느라 그토록 많은 사람이 무거운 돌을 나르고 조각한 거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 인생이 참 허망하더군요. 아웅다웅 다투며 살지만 세월이 흐른 후 남는 건 폐허밖에 없잖아요. 앙코르와트 유적군에는 다양한 사원이 있어요. 앙코르 톰, 프레야칸, 타 프롬 등 하나하나 개성이 뚜렷한 사원들입니다. 각자의 개성이 모여 빚어낸 다양성이 앙코르와트 유적군의 아름다움을 완성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다른 드라마 PD보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만큼 다른 점도 있지 않을까? 그게 나의 개성이 되지 않을까? 대한민국에 시청자가 수천만인데 드라마 PD들이 만든 드라마만 볼까? 때로는 예능 PD가 만든 드라마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때 결심했어요. 

‘돌아가자. 돌아가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오늘 나는 내 몫의 돌을 쪼겠다.’ 

결과는 하늘만이 알아요. 사람의 길은 최선을 다하고,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지요. 뜻대로 안 되면 어때요? 그것 또한 인생인데.

 

새 책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중에서...

새 책을 내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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