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여름방학 때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했어요. 열흘 동안 전국을 도는데, 하루에 200킬로미터씩 달리기도 했어요.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포항에서 속초까지 올라가는 동해안 7번 국도였어요. 왼쪽엔 태백산맥, 오른쪽엔 동해. 오르막에서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아 고개 정상에 서는 순간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요. 그렇게 한숨 돌린 후에는 짭짤한 바닷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내리막을 시원하게 달립니다.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서울로 오려면 산을 하나 넘어야 합니다. 바로 설악산이죠. 구불구불 이어진 한계령 고갯길을 자전거로 오릅니다. 경사가 심하다고 자전거를 끌고 오르면 반칙이에요. 무조건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아 한계령을 올라야 완주 인정을 받습니다. 

자전거로 산을 오를 때 나름의 요령이 있어요. 먼 곳을 보면 안 됩니다. 시야를 저 멀리 정상에 고정하면 힘들게 페달을 밟아도 진도가 나가는 것 같지 않아 금세 지칩니다. ‘아, 저기가 오르막의 끝이구나’ 하고 속단해도 안 돼요. 한계령 차도는 굽이굽이 산을 돌아 나 있는데요. 고갯길 끝에서 길이 꺾어지며 새로운 오르막이 나타납니다. 
속절없는 희망에 속고 또 속다 보면 기운이 빠져 완주를 포기하게 되지요. 시선을 코앞에 있는 아스팔트에 고정해야 합니다. 기어를 최대한 낮추고 오른발, 왼발 꾸준히 페달을 밟습니다. 시선이 바로 앞에 있으니 앞바퀴가 구르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걸 실감할 수 있어요. 매 순간 이뤄내는 작은 성취에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눈앞이 확 트이면서 정상에 서 있게 돼요. 

살다가 힘든 일이 있으면 스무 살의 한계령을 생각합니다. 너무 멀리 보지 않고, 바람이 금세 이뤄질 거라고 함부로 속단하지도 않아요.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합니다. 유배지로 쫓겨났던 저는 대기 발령과 징계 처분을 받은 끝에 드라마국으로 복귀했는데요. 몇 년 만에 드라마국 사무실에 가니 제 책상 위에 후배가 두고 간 박노해 시인의 시집이 있더군요.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라는 시집인데, 그 책을 읽다 <한계선>이라는 시를 만났어요.


한계선

- 박노해 -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
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이
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
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을 넓혀가라

살다가 힘든 순간이 오면 스무 살의 그날을 떠올려봅니다. ‘지금 이 순간, 설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그리고 나를 설레게 하는 걸 찾아갑니다. 때론 새로 산 중국어 초급회화 교재가 나를 설레게 하고, 매일 아침 만나는 블로그의 하얀 창이 나를 설레게 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화창한 날씨가 나를 설레게 하고, 출근길에 보이는 한강 자전거길이 나를 설레게 합니다. 설렘을 안고 떠난 여행길에서 새로운 습관을 만나고, 새로운 나를 만났어요. 

삶의 재료는 시간이고, 좋은 삶을 만드는 건 좋은 습관입니다. 좋은 습관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주고, 나를 성장시킵니다. 여행을 통해 꾸역꾸역 나의 경계를 넓혀갑니다.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온 여정, 제 평생의 여행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전국 서점 및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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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순정 2019.05.17 17: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축하드려요^^ 피디님 티스토리 전도사됏어요.
    책이나 여행지 영화 등등 메모하고 따라쟁이 하고있어요.
    정말 몰랐으면 어쩔뻔했어요. 넘 감사해요~~^^

  3. 그리움 2019.05.17 1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영하 작가도 <여행의 이유>라는 산문집을 내셨는데요.
    묘하게 시기가 겹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번 달에 여행을 떠나요.
    그래서 여행이라는 말에 가슴 설레지만, 함께 지침도 생각납니다.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경험의 폭을 넓히고, 행동으로 옮기게 되길 기원합니다.

  4. 호산나 2019.05.17 1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입하고, 도서관마다 신청하겠습니다.

  5. 보리랑 2019.05.17 2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에나로 축하합니데이~~
    억수로 수고했어예~~

    인세 받으시면 서리태(검정색콩) 검은깨 가마로 사놓고 드세염~ 그동안 뽑힌 머리 까매지게요~^^

  6.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05.18 0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북클럽 운영하실 생각 있으신지요?^^
    혼자서만 좋은 내용 다 읽지 마시고요.ㅎㅎ 다함께 나누시면 어떨까요??
    북클럽 운영하시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아자!!^^

  7. 혜린 2019.05.18 0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다렸어요!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셨어요 바로 신청하고 읽으러 갑니다~

  8. 김수정 2019.05.18 07: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드려요!
    꼭 사서 읽고 주위에 선물도 할께요♡
    피디님은 노란색을 좋아하시나봐요~^^

  9. 김주이 2019.05.18 1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축하드립니다.
    이번 책 내용도 기대됩니다.

  10. 늘봄나봄 2019.05.18 14: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합니다. 긍정효과를 주시는 분

  11. 토니아빠 2019.05.18 2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넷으로 책주문했는데 도착했어요! 와우 신나요!

  12. 은하수 2019.05.19 1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작업이 어려우시다고 하신게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책이 나왔다니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이와 함께 토요일에 영등포 타임스퀘어 교보문고에 갔는데 PD님 책이 어디에 있을까 기대감을 안고 돌아봤는데 안보이더라구요. 그래서 PC로 검색창에 PD님 성함을 치려고 했는데 엄마가 PD님의 팬인걸 가장 잘아는 2학년 딸 아이가 ''엄마 내가 칠래!'' ㅋㅋ
    그런데 아쉽게도 '재고가 없음'으로 떠서 인터넷 주문했어요~ PD님 책이 어디에 배치됐는지 궁금했는데 말이죠~ 조만간 가서 다시 확인하려구요.
    작가님의 책이 출간되길 기다렸다가 서점으로 달려간건 부끄럽지만 처음이예요.
    축하드립니다!!!^^

  13. 동남예서 2019.05.19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바시를 통해서 pd님을 알게됐습니다.
    사람들께 좋은 글로 힘을 전하고자 하는
    pd님의 마음과 능력이 대단하신거 같아요...

    앞으로도 자주 들르겠습니다.
    책도 꼭 사서 읽어볼게요~~

  14. 지은맘 2019.05.19 16: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합니다
    꼭 읽어볼게요.
    힘이데주시는 분.
    화이팅!!!

  15. 지은맘 2019.05.19 1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합니다.
    꼭 읽어볼게요.
    긍정기운을 넘치게 주시는 분이세요.

  16. 늘봄나봄 2019.05.21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럴수가 댓글 달아주시다니 와~~^^♡♡♡ 김PD님 블로그 보고 저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즐겁고 항상 도전하는 모습 멋있으시고 저도 실천할께요

  17. 효탱 2019.05.22 1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멋지십니다. 이번에도 완독하며 동기부여 잘 받겠습니다~^^

  18. aqua81 2019.05.22 1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저 오늘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책 교보문고에서 주문하여 받았습니다
    잘 읽어 보겠습니다!!

  19. sunnytax 2019.05.24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팬입니다! ㅎㅎ
    피디님의 좋은 글을 통해 위로도 받고, 자신감도 얻고 더불어 힐링까지 하게됩니다. 세번째 책이 너무 반가워 처음으로 글을 남겨 봅니다^^ 세번째 책 출간도 축하드려요! 감사하는 맘으로 아껴 읽어야곗어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렇게 좋은 분을 알게되고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이 기쁩니다. 항상 응원해요:)

  20. 박선희 2019.06.12 1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꼬꼬독에서 김피디님 신간
    복불복으로 선물받았는데 세상에 공짜 없네요~
    생일인 친구에게 책선물 할려고 다른책을 골라놨거든요..
    그런데 어제 꼬꼬독 다녀오고 거기다 책선물 받고 어제 집에와서 바로 읽기 시작,
    그길로 선물하려던 책을 이책으로 바꿨다는~
    오늘 주문해서 친구에게 보냈어요^^
    마침 여행을 계획하는 친구라 많은 도움이 될듯합니다.
    여느 판에박힌 여행기가 아니라 피디님의 삶과 철학이 담긴 여행기라 우리의 인생여행에도
    나침반이 될듯 해서요~ㅎ
    결론을 말하자면 저두 한권 구입했다구요~ㅋㅋ
    Pd가 아닌 작가 김민식님을 응원 합니다~

  21. 전지연 2019.08.30 1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홀콩애서 아이 둘을 키우며 걷기, 자전거, 외국어배우기등등을 취미로 하고 있는 73년생 한국 아주메입니다. 여름방학동안 한국에 다녀왔는데 이전부터 유튜브로 듣기만 했던 김민식피디님의 책을 사와서 급한 마음에 한번 읽고 줄 치며 다시 읽고 이젠 제 블로그에 정리하려 합니다. 저도 작가님처럼 인생을 즐기며 현재를 사는 내가 되길 바라고 내 아이들도,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홍콩에 오시면 연락 한 번 주세요! 좋은책 써 주시고 인생 더 즐겁게 살아가도록 자극 주신 고마움으로 맛난 얌차 제가 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