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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3번째 책이 나왔어요!

by 김민식pd 2019. 5. 17.

스무 살, 여름방학 때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했어요. 열흘 동안 전국을 도는데, 하루에 200킬로미터씩 달리기도 했어요.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포항에서 속초까지 올라가는 동해안 7번 국도였어요. 왼쪽엔 태백산맥, 오른쪽엔 동해. 오르막에서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아 고개 정상에 서는 순간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요. 그렇게 한숨 돌린 후에는 짭짤한 바닷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내리막을 시원하게 달립니다.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서울로 오려면 산을 하나 넘어야 합니다. 바로 설악산이죠. 구불구불 이어진 한계령 고갯길을 자전거로 오릅니다. 경사가 심하다고 자전거를 끌고 오르면 반칙이에요. 무조건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아 한계령을 올라야 완주 인정을 받습니다. 

자전거로 산을 오를 때 나름의 요령이 있어요. 먼 곳을 보면 안 됩니다. 시야를 저 멀리 정상에 고정하면 힘들게 페달을 밟아도 진도가 나가는 것 같지 않아 금세 지칩니다. ‘아, 저기가 오르막의 끝이구나’ 하고 속단해도 안 돼요. 한계령 차도는 굽이굽이 산을 돌아 나 있는데요. 고갯길 끝에서 길이 꺾어지며 새로운 오르막이 나타납니다. 
속절없는 희망에 속고 또 속다 보면 기운이 빠져 완주를 포기하게 되지요. 시선을 코앞에 있는 아스팔트에 고정해야 합니다. 기어를 최대한 낮추고 오른발, 왼발 꾸준히 페달을 밟습니다. 시선이 바로 앞에 있으니 앞바퀴가 구르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걸 실감할 수 있어요. 매 순간 이뤄내는 작은 성취에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눈앞이 확 트이면서 정상에 서 있게 돼요. 

살다가 힘든 일이 있으면 스무 살의 한계령을 생각합니다. 너무 멀리 보지 않고, 바람이 금세 이뤄질 거라고 함부로 속단하지도 않아요.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합니다. 유배지로 쫓겨났던 저는 대기 발령과 징계 처분을 받은 끝에 드라마국으로 복귀했는데요. 몇 년 만에 드라마국 사무실에 가니 제 책상 위에 후배가 두고 간 박노해 시인의 시집이 있더군요.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라는 시집인데, 그 책을 읽다 <한계선>이라는 시를 만났어요.


한계선

- 박노해 -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
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이
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
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을 넓혀가라

살다가 힘든 순간이 오면 스무 살의 그날을 떠올려봅니다. ‘지금 이 순간, 설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그리고 나를 설레게 하는 걸 찾아갑니다. 때론 새로 산 중국어 초급회화 교재가 나를 설레게 하고, 매일 아침 만나는 블로그의 하얀 창이 나를 설레게 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화창한 날씨가 나를 설레게 하고, 출근길에 보이는 한강 자전거길이 나를 설레게 합니다. 설렘을 안고 떠난 여행길에서 새로운 습관을 만나고, 새로운 나를 만났어요. 

삶의 재료는 시간이고, 좋은 삶을 만드는 건 좋은 습관입니다. 좋은 습관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주고, 나를 성장시킵니다. 여행을 통해 꾸역꾸역 나의 경계를 넓혀갑니다.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온 여정, 제 평생의 여행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전국 서점 및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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