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by 김민식pd 2019. 4. 17.
2019 일본 여행기 6일차

오사카 유니버설 시티에 가는 날입니다. 먼저 로손 편의점에 들러 티켓을 삽니다. 블로그를 검색하니 구매요령이 나오네요. 한국의 블로거들은 정말 부지런해요. 사진 한 장 한 장, 조목조목 설명해준 분 덕분에 무사히 구매를 마쳤어요. 

8시 25분에 도착했는데요. 9시 개장인데 벌써 줄이 길어요. 민서는 미국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 본 적이 있어요. 개장하자 아이가 제 손을 잡고 먼저 뜁니다.
"아빠! 뛰어야 해! 처음엔 무조건 호그와트로 가야해."
회사에서 만난 후배도 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선배님, 체면 챙기지 말고, 일단 뛰세요. 해리 포터 라이드를 먼저 타는 게 중요합니다."

저 앞에 호그와트가 보입니다. 벌써 줄이 기네요.

호그와트 주위에 호그스미드 마을도 있어요. 버터비어도 팔고, 마술 지팡이를 파는 올리밴더 상점도 있네요. 해리 포터 팬이라면, 홀딱 반할듯.

호그와트 익스프레스가 있어요. 다들 줄을 서서 사진을 찍네요. 흥분한 제가 줄을 서려는데 민서가 말렸어요.

"아빠, 애야? 저건 애들이나 찍는 거라고."

님, 제발 취향 존중 좀... ㅠㅠ


'해리 포터 라이드'. 평소에는 대기시간만 90분이 걸리는데 20분만에 탔어요. 아침에 일찍 와서 뛴 보람이 있네요.

첫번째로 민서가 좋아하는 '해리 포터'를 봤으니, 두번째는 제가 좋아하는 '스파이더맨'을 보러 갑니다. 민서는 입을 삐죽이지요. 민서는 DC 코믹스 팬이고, 저는 마블 매니아입니다. 제가 "영화는 마블이 훨씬 더 잘 만들어. 관객수를 보면 안다니까?" 했다가 불경죄에 걸려 따님께 혼났어요. DC 팬앞에선 DC 흉보면 안 됩니다.

스파이더맨 라이드를 타고 나오면 바로 기념품 가게로 이어집니다. 아무리 팬이어도, 기념품 구매에는 관심 없습니다. 유니버설의 추억을 굳이 쇼핑으로 남기지 않습니다. 블로그에 남기면 되니까요. 

스파이더맨까지 보고나니 겨우 10시입니다. 앗싸! 제일 보고 싶었던 2가지를 봤으니 이제 마음 편하게 여유롭게 다닙니다. 


97년 MBC 신입 사원 연수로 일본에 왔어요. 그때도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왔지요.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터미네이터 3D'를 봤는데요. 일본어를 못해서 연기자들의 대사를 이해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때 일본어 공부를 결심했습니다. 영화를 기반으로한 테마 파크는 단편 영화처럼 스토리가 어우러지는 공연과 라이드로 가득찬 곳인데요. 언어를 모르면 재미가 반감됩니다. 일본어를 공부하고 다시 오겠노라 결심했지만, 조연출 생활하며 공부하긴 쉽지 않았어요. 히라가나 암기에서 막혀 번번이 포기했어요.
그러다 일본어 교재를 외우기 시작했어요. 단어와 문법만 공부하면 재미가 없어 금세 포기하는데, 일본어 회화를 암기하니 재미가 솔솔 붙더군요. 내 입으로 일본어 문장을 소리내어 말하며 공부의 효용도 느꼈고요. 그러다 에반게리온 등 일본 애니를 보면서 청취 실력을 키웠어요. 
나이 마흔에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제가 터득한 외국어 학습 방식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요. 그게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쓰게 된 바탕이 되었습니다. 테마파크에 놀러왔다가 일본어 공부의 동기부여를 얻었으니, 노는 것도 남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민서가 좋아하는 '미니언'을 보러 갑니다.

아이랑 저랑, 타고 싶은 걸 하나씩 교대로 골라요. 그리고 비교해보죠. 누구의 선택이 더 좋았는지. 아이와 이런 승부, 재밌어요.

워낙 인기가 많은 라이드라, 줄이 깁니다. 기본 30분 이상 기다려야 해요. 괜찮아요. 오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제게 도서관입니다. 전자책 크레마 카르타에 책을 잔뜩 담아왔어요.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습니다.

원더랜드에는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스누피 라이드가 있어요.

"저거 탈래?" 했다가 구박 맞았어요.

"아빠, 내가 앤줄 알아?"

네, 초등학교 6학년 올라가는 민서는 요즘, 자신이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라고 주장하십니다.

"그래? 그럼 어른들이 타는 걸 타러갈까?"

제가 예전에 에버랜드에서 제일 좋아한 놀이기구는 '독수리요새'였어요. 행잉 코스터라고 하지요. 레일이 머리 위에 있어요. 아무리 무서운 롤러코스터라도, 앞에 레일이 보이기에 다음 움직임이 예측가능한대요. 행잉 코스터는 레일이 보이지 않아 무서워요. '플라잉 다이노서'도 그런 라이드에요.

민서가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을 때 이게 공사중이라 못 타 봤대요. 그래서 민서가 타자고 해서 탔는데요. 내릴 땐 울면서 내렸어요. ^^ 진짜 무서워요. 어디로 가는지 행로가 보이지 않아요. 그냥 거꾸러 매달려서 타거든요. 

나중에 내리고 나서 대기시간을 확인해보니 110분! 2시간 가까이 기다립니다. 와서 이거 하나 타고 가는 사람도 있겠군요. 그만큼 인기가 많은 라이드에요. 스릴 만점이지요. 우리는 모르고 탔어요. 알았다면 민서는 안 탄다고 했을 듯. 기다리면서 책을 읽는 것도 지겨워서 둘이 끝말잇기도 하고, 묵찌빠도 하고, 별별 게임을 다 했네요. 나중에는 휴대폰 게임으로 버텼어요. 

타고 싶은 건 다 탔으니, 이제는 기념품을 사러 다녀요. 민서는 호그스미드에 가서 초콜릿 개구리랑 마술 지팡이를 샀어요. 

저녁이 되자, 호그와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레이져 쇼가 펼쳐집니다. 영상과 음악이 멋지게 어우러져요.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기분입니다. 


이제 내년이면 민서도 중학교에 올라갑니다. 딸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 급속도로 아빠와 멀어집니다. 큰 딸을 키우며 겪어봤어요. 마지막으로 아이와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난 여행입니다

제 아버지는 저의 공부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 결과 저는 어려서 아버지에게 맞은 기억 밖에 없어요. 저는 아이와 잘 놀아주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어느쪽이 더 좋은 아빠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저는 제 마음이 내키는 식으로 삽니다. 아이와 놀아주는 육아 대디, 그게 어려서부터 꿈이었어요. 공부는 나이들어 혼자 해도 늦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랬어요. 

어려서부터 영화광으로 살았기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여행은 제게 큰 즐거움이었어요. 어쩜 육아는 핑게고, 그냥 내가 가고 싶어서 갔는지도 몰라요.

이렇게 또 즐거운 하루가 갑니다. 

다음에는 오사카 시내 여행기로 올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