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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정곡을 찌르는 '워라밸'

by 김민식pd 2019. 5. 7.
예전에 워라밸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2018/11/09 - [공짜 PD 스쿨] - 나는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이하, 워라밸 : 일과 삶의 균형)를 원하지 않는다. 회사 생활이 힘들 때 일은 그대로 두고, 퇴근 후 나의 삶만 개선한다고 삶이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일이 더 즐거워지는 게 우선이다. 나는 일과 삶이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라는 취지의 글이었어요.

그 글을 읽은 동기가 그랬어요. "난 그 글이 불편했어.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건 아니거든.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도 있고..."

그 말을 듣고 반성을 했어요. '아, 그렇구나. 어쩌면 나는 너무 이상적인 직업관을 갖고 있는 걸 수도...' 

그렇다면 과연 '워라밸'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다, '워라밸'에 대한 가장 탁월한 해석이라는 평가를 받은 책을 찾아봤어요. 

<하우투 워라밸> (안성민 / 미래의 창)


책을 펼치자 뼈를 때리는 질문부터 나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분명한 전제가 필요하다.

일터에서 당신은 정말 필요한 사람인가?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가?


혹시 위 질문에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책을 덮고 일을 먼저 하기 바란다. 우리는 직장에서 '워크 work'의 역량은 부족하면서 '라이프 life'에만 치중하려는 사람을 흔히 '민폐'라고 부른다.'

(위의 책 10쪽)


음... 한국은 노동의 질이 나빠, 삶의 질까지 추락하는 나라입니다. 노동시간은 길고, 작업 효율은 바닥을 깁니다. 학생들도 비슷해요. 중고생의 학습 시간이 길기로 악명 높은데, 학습 능률이 떨어지는 것도 상위권이죠. 이걸 바꾸기 위한 몸부림이 '워라밸' 열풍이 아닐까 싶어요. 

이제는 일하는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노동 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게 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책에는 불필요한 회식을 거절하는 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법 등, 워라밸을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옵니다.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어요. 

'워라밸을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가정과 직장 중 누가 마지막까지 당신 곁에 있을지, 바로 그것이다. 
장래희망 칸에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꿈을 적던 학창 시절, 00회사의 부장, 00기업의 과장이 나의 꿈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고되게, 정처 없이 회사와 집을 떠돌며 기계처럼 사는 모습은 더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비록 학창 시절 꿈꾸었던 장래희망이 희미해졌다 할지라도, 수단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잘 살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나의 삶 전체를 흔들어선 안 된다. 먼 훗날 정말 최선을 다해 살다가 눈을 감기 직전에 내 곁에서 손을 잡고 "잘 살아줘서 고마워요"라고 나를 토닥여줄 사람은 누구일까? 부장님? 과장님? 아니면 목 빠져라 나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

(위의 책 62쪽)

이분 정곡을 팍팍 찔러주시는군요. 맞아요, 가족이 우선이지요. 저의 경우,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평소에 저는 저녁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아이와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게 삶의 가장 큰 낙이니까요.

이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워라밸 열풍은 바뀐 세태를 반영한 결과합니다. 첫 직장이 곧 평생 직장이던 시절, 신입 사원 시절 죽어라 일을 하면 인정을 받고, 승진과 종신고용이 보장되었지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노동을 착취하는 세상에서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도 필요한 거죠.  


워라밸은 개인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나가는 것이지만, 결국에는 기업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들도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정부도 건강한 사회, 복지 중심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워라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어쩌면 당신이 워라밸을 얻어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조만간 기업과 정부가 나서서 워라밸을 실천하라고 등 떠미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워라밸의 핵심은 명확하고 불변하다. 워라밸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도 아닌 내 스스로 내 삶과 나를 찾기 위해 지키는 것이 워라밸이다. 그것이 워라밸의 핵심이자,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다.

(258쪽)

제가 생각하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는 간단합니다.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것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책 읽는 즐거움을 포기하진 않아요. 독서만큼 작고 확실한 행복도 드물거든요. 틈만 나면 동네 뒷산을 산책하고요. 그러면서 오디오북을 또 듣습니다. 돈 안 드는 취미 생활로 균형을 찾습니다. 

'우리는 실체 없는 불안감을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하기보다는, 진짜 힐링을 먼저 찾아야 한다.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고, 고가의 레저 활동을 즐기고, 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는 힐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쉼 없이 돌아가는 나의 하루에 잠깐씩 휴식을 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후의 일을 해낼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진정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 나는 언제 행복했던가?' 자문해보자. 가만히 생각해보면 딱히 특별한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회사에서 동료와 잠깐 나눈 잡담이라든지 좋아하는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된 순간, 또는 아무 생각 없이 잠깐 멍해졌던 순간 등이 오늘 나에게 작은 에너지를 넣어주었을 것이다. 영화처럼 파격적으로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많은 돈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하다. 오직 나만을 위해서 잠깐 외부의 단절된 상태, 플러그를 뽑아둔 아주 잠깐의 시간, 이때가 바로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을 가능하게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3쪽)

'일과 삶의 적정 온도를 찾는 법'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하우투 워라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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