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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방랑 고수가 들려주는 조언

by 김민식pd 2019. 5. 2.

취업이 참 힘든 시절입니다. 취업도 힘든데, 직장 생활도 힘든가 봐요. 몇년을 취업준비생으로 살다, 겨우 자신이 원하던 직장에 들어간 사람이 있어요. 막상 일해보니 너무 힘든 거죠. 시키는 일만 하며 밤을 새다 회사의 노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결국 퇴사를 고민하게 되는데요.  

"어떻게 하면 다시 일에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까요?" 하고 묻기에,

"일을 하다 심신이 피폐해지면 휴가를 내고 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하고 말해줍니다.

"놀면 조직에서 도태되지 않을까요?"

"노는 게 아니라 공부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때론 지친 심신을 달래는 공부가 필요하거든요."

이런 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생겼어요. 바로 <남미 히피 로드> (노동효 / 나무 발전소)입니다. 800일간 남미 방랑을 하고 돌아온 저자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잘 지내나요?' 

일만 하면 지치기 쉬운데요, 놀기만 해도 지칩니다. 작가는 세계일주를 하는 한국인 여행자를 우연히 만납니다. 그 여행자가 물어봐요.


"남미에선 얼마나 더 여행할 거예요?"

"글쎄 2년이 될지 3년이 될지, 워낙 넓은 대륙이라."

"그렇게 오래요? 난 8개월 만에 지쳤는데, 처음 한국을 떠났을 땐 정말 날아다녔어요. 근데 이젠 설렘이라고 할까, 열정이라고 할까, 그런 게 사라진 것 같아요. 뭘 봐도 그게 그거 같고."

"많은 사람들이 오래 여행하다 보면 그런 상태가 되곤 해. 처음엔 눌러놓은 용수철처럼 에너지가 넘치지. 그러다 튀어나갈 만큼 나가면 탄성이 사라져. 그럴 땐 스스로 용수철을 눌러줘야 돼. 일, 놀이, 공부, 휴식, 이 4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삶의 활력이 솟구치지 않아. 공부만 하거나, 일만 하면 재미없잖아? 놀이, 휴식도 마찬가지야. 놀기만 하면 쉬기만 하면, 늘어져서 뭘 봐도 시큰둥하고, 뭘 해도 흥미가 안 생기지."

"내가 바로 딱 그런 상태예요. 이럴 땐 어떻게 해결하죠?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방을 렌트해서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물며 생활하거나, 한시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지. 정시에 기상하고, 노동하고, 퇴근. 그러다보면 자유에 대한 갈망이 샘솟고 어느 순간 탕! 하고 튀어나갈 탄성이 생길 거야."

(위의 책 115쪽)


아, 이토록 현명한 충고라니! 책을 읽다 진심으로 감탄했어요. 제가 장기 여행을 할 때, 그러거든요. 저는 평소의 루틴을 흐트리지 않아요. 1달씩 남미를 여행할 때도, 한국에서 지내는 것과 똑같이 삽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아침 먹고 출근하듯 여행지로 향합니다. 하루 종일 걷고, 저녁에는 일찍 잡니다. 휴가 중에도 운동과 노동과 공부를 적절히 배합합니다. 그래야 여행의 즐거움을 오래 즐길 수 있어요. 방탕하게 술과 놀이와 휴식만 질펀하게 즐기면 복귀 후 적응이 힘들어지거든요.

현업에서 쫓겨나 있는 기간 동안,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저들이 내게 일을 주지 않는다면, 놀기라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삶은 곧 축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권력의 앞잡이는 힘이 세다. 그들을 두들겨 패보아야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우리 쪽이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싸움이다. 나는 그 싸움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위의 책 283쪽)

작가가 스무살 때 공장에서 야간조로 일하며 산 책이랍니다. 무라카미 류의 <69>에 나오는 글. 저는 고교 시절, 왕따를 당하며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자살을 꿈꾼 적이 있는데요. 최고의 복수는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사는 것이에요. 저를 괴롭히는 악당을 만나면, 복수를 하지요. 그 악당보다 훨씬 더 즐겁게 하루하루를 사는 것으로. 시간이 지난 후, '그 양반 덕분에 내가 즐거운 인생을 살았어!' 하고 감사하는 날이 올 때까지.

삶은 축제에요. 즐기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삶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떠날 수 없을 때는? 타인의 여행기를 읽으며 여행을 꿈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남미 히피 로드>에 제가 쓴 추천사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렵니다.


'사는 게 힘들고 지쳐서 달아나야 한다면, 가장 먼 곳으로 달아나야지.

낮밤도 반대고 계절도 반대인 지구 반대편 남미까지는 가야지.

꿈을 좇는 바쁜 일상에 지쳤다면, 꿈 속으로 달아나야지.

방랑시인과 거리의 악사들 품에서 마술 같은 시간을 보내야지.

자신의 욕심에 지치고, 주위의 성화에 지쳤다면,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누구나 친구가 되는 히피가 되어야지.

달아날 자신도, 나를 버릴 용기도 없다면 히피가 쓴 책을 읽어야지.

환상세계를 여행하는 노동효의 발자취 따라 방랑을 글로 즐기는 것,

그것이 소심한 여행광이 남미를 즐기는 최선의 방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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