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잠깐만요! 제목 보고 '어라, 블로그를 잘못 들어왔나?' 하고 나가시려는 분, 제대로 오신 게 맞습니다. 평소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제품 사용 후기가 올라오는 일은 없지요. 주인장이 짠돌이인지라 뭘 사지는 않거든요. 그럼에도 오늘은 최근 구입한 샤오미 미밴드 3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걷는 사람, 하정우>를 보면, 하정우 씨는 '핏빗 알타'라는 스마트워치를 애용한다고 나옵니다. 만보기가 있어 운동량을 기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요. '나도 하나 살까?' 싶어 가격 비교 사이트에 가보니, 정품 가격이 18만원이 넘네요. 바로 포기합니다. 책 150권을 팔아야 나오는 인세입니다. 책 한 권 팔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만보기가 왜 필요해? 휴대폰에서 공짜 앱을 쓰면 되지.' 휴대폰 바탕화면에 만보기 화면을 띄웁니다.
매일 1만보 걷기를 목표로 걷는데요. 의외로 1만보 걷기가 쉽지 않아요. 저녁 8시에 휴대폰을 보고 8000보라는 기록이 뜨면, 고민합니다. 남은 2000보를 어떻게 채우지? 결국 집안에서 거실과 안방을 오가며 걷는데요. 이때 휴대폰을 손에 쥐고 양팔을 흔들면서 걷습니다. 살짝 아쉬움이 들지요. '아, 이럴 땐 스마트워치가 편할 텐데...'
얼마 전, 최재붕 교수님이 쓴 <포노 사피엔스>를 읽었어요. 미국과 중국이 휴대폰 문명을 이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애플이 시작한 스마트폰 문명에 구글과 페이스북이 숨결을 불어넣고, 한국의 삼성이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가져오고, 중국 화웨이와 샤오미의 저가 전략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요. 샤오미를 설명하는 글에서 '가성비 끝판왕 샤오미 미밴드 3'라는 문구를 보고, '도대체 얼마나 싸길래 가성비 끝판왕인 거지?' 싶어 가격을 검색해보니, 스마트워치의 가격이 3만원이군요. 핏빗 알타보다 훨씬 쌉니다. 그래도 사지는 않아요. 쇼핑을 할 때는 오래오래 고민합니다. '이것은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는 건 아닌가?'
그날 저녁에 <메모 독서법>을 쓴 신정철 저자를 만났어요. 오랜만에 신작가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데 보니, 어라? 조금 전 휴대폰에서 검색한 샤오미 미밴드 3를 차고 있으시더라고요. 바로 물어봤죠. "미밴드 어때요?" "좋죠. 만보기 기능도 좋지만, 진동 알람이 좋아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때, 휴대폰 소리 알람보다 미밴드의 진동이 더 좋아요."
지름신이 3단 콤보로 오는 군요. 이럴 땐 그냥 지릅니다. 네, 3만원 결재하고 주문했어요.
몇주째 쓰고 있는데요. 일단 만보 채우기가 쉬워졌어요. 휴대폰 앱에는 9000보라고 뜨는 날도 샤오미 Mi Fit에는 13000보라고 뜹니다. 탁구를 배우는데, 그때 움직이는 거리도 꽤 되거든요. 손목에 찬 밴드 덕분에 운동 기록량이 늘었어요. 집에서 휴대폰을 두고 움직이는 거리도 꽤 되더라고요.
새벽에 블로그 글을 쓰기 위해 휴대폰으로 알람을 맞춰두면 옆에서 자는 아내의 잠을 방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보통은 알람 없이 일어나려 하는데요. 나이 든 탓인지, 잘 안 됩니다. 예전에는 새벽 5시면 눈이 저절로 떠졌거든요. 요즘은 알람 없이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요. 그런데 미 밴드의 진동 덕분에 아내의 단잠을 깨우지 않고 혼자 일어날 수 있어요. 휴대폰에서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알람 소리는 마치 군대 고참이 내무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소리를 지르는 느낌입니다.
"일어나! 퍼뜩 안 일어나?"
그런데 손목에 찬 미밴드의 미세한 진동은, 사랑하는 연인이 안타까운 손길로 살짝 흔들어 주는 느낌이에요.
"자기야, 일어나야지?"
3명의 작가님 영업에 넘어가 산 샤오미 미밴드 3, 만족합니다.
운동하는 습관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까지, 역시 독서는 삶을 바꿉니다.
기승전 독서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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