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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딸이 최고라고요?

by 김민식pd 2019. 1. 16.

저는 딸만 둘인데요. 가끔 저더러 “딸이 둘이라 좋으시겠어요. 노후에 걱정이 없잖아요.”라고 하는 분도 있어요. 글쎄요, 노후를 왜 꼭 딸에게 맡겨야 하죠? 아들은 부모의 노후에 책임이 없나요? 

친척 어르신 중에 노년에 중풍이 와서 10년 가까이 고생하신 분이 있어요. 아들도 여럿이고 딸도 둘 있는데요, 아들은 노후에 별 도움이 안 되더군요. 아들 많아봤자 소용없어요. 서로 싸우기만 해요, 장손이니 첫째가 모셔라, 집 가까운 둘째가 모셔라, 아직 애가 없는 셋째가 모셔라 등등. 결국 보다 못해 시집을 가지 않은 딸들이 나서서 어머니를 모시더군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10년 동안 두 자매가 돌봤어요. 어른이 돌아가시고 나니 두 자매의 나이는 마흔 가까이 되었어요. 엄마를 돌보느라 혼기를 놓쳤지요. 돌봄 노동을 하지 않는 오빠들과도 사이가 불편해지더라고요. 정작 재산은 아들들에게 많이 주셨는데요, 아프니까 돌보는 건 딸들이 독박을 쓰더군요. 저는 노후에는 딸이 좋다는 말이 불편해요. 그건 딸들에 대한 폭력이에요. 부모가 아프면 왜 꼭 딸이 돌봐야 하나요? 


지난번에 소개한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 2장의 목차입니다.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기를 것

손자들이 무시하는 경우가 있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손자를 돌보아줄 것, 그러나 공치사는 하지 않을 것

묘지 등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을 것

자식에게 기대는 것은 이기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부모다

자신이 지켜야 할 범위를 분명히 해둘 것

교제 범위나 매너를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지 말 것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면 직업적으로 해줄 사람을 선택할 것

‘돈이면 다’라는 생각은 천박한 생각

노인들은 어떠한 일에도 감사의 표현을

타인에게 어떤 일을 시킬 경우는 참견하지 않을 것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인사치레는 포기한다

스스로 돌볼 수 없는 동물은 기르지 않는다

애완 동물의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은 노화의 징조

고정 관념을 버릴 것

새로운 기계 사용법을 적극적으로 익힐 것

자신을 위로해준 말을 타인의 비난용으로 쓰지 않을 것

칭찬하는말조차도 주의할 것

조직에서 상급자가 되려면 자제심을 갖춘다

평균 수명을 넘어서면 공직에 오르지 않는다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주면 늙음을 자각할 것

세상이나 주위 사람에게 빤히 들여다보이는 구애는 하지 않는다

나이 들어 이혼하면 편안하기는 하나 몹시 외롭다

노인이라는 사실을 실패의 변명 거리로 삼지 않을 것

건망증이나 다리나 허리의 불편함을 일일이 변명하지 않을 것

가능하다면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는다

건강 기구 약 등을 타인에게 무턱대고 권하지 말 것

배설 문제에 너무 신경질적이 되지 말 것

갑작스러운 성격이나 감정의 변화는 몸에 이상이 생긴 것

러시아워의 혼잡한 시간대에는 이동하지 말 것

짐을 들고 다니지 말 것

식사 방법에 주의와 배려를

시력, 청력 등이 저하되면 일각이라도 빨리 손을 쓸 것

입 냄새, 몸 냄새에 신경 쓸 것

자주 씻을 것

화장실 사용 시 문을 꼭 닫고 잠글 것



특히 이 중에서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면 직업적으로 해줄 사람을 선택하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히 남의 손을 빌릴 일이 많아진다. 단지 그런 경우 다소라도 자신에게 경제력이 있다면 가능한 한 타인의 호의를 기대하지 말고 일로 생각해 직업적으로 받아들여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 

(위의 책 104쪽)


저는 술 담배 커피를 멀리하고 매일 한 시간씩 운동을 합니다. 차를 타는 대신, 걸어서 전철을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합니다. 나이 들어 딸들에게 병치레를 맡기고 싶지 않아요. 피할 수 없는 질병이나 사고는 있겠지요. 그 또한 노화의 일부니까요. 그럴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거예요. 딸들에게는 정서적 지지만 받으면 됩니다. 가끔 여유가 있을 때 찾아와서 얼굴만 보면 됩니다. 그것도 전화나 영상 통화면 되어요. 저를 돌보고 찾아올 시간에 딸이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병상에 누워서도 책만 있으면 됩니다. (퇴직 후, 늙어서 하루종일 책만 읽어도 좋겠어요.) 저는 평생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겁게 살았어요. 딸들도 그렇게 살기를 바랍니다. “딸이 있어 좋으시겠어요.” 라는 말, 딸들에게 부담이 됩니다. 딸은 딸의 인생을 살아야지요. 노후에 간병은 전문가에게 맡기고요. 비용 부담은 아들 딸 구분 없이 공평하게 나누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산도 아들 딸 구분 없이 공평하게 나누면 되고요.

진짜 효도는 자식이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부모라면 자식의 행복 외에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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